2024년 6월 1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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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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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12-26 ㅣ No.3070

12월 27일 목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요한 20장 2-8절

 

그 여자는 달음질을 하여 시몬 베드로와 예수께서 사랑하시던 다른 제자에게 가서 "누군가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다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고 알려주었다.

 

 

<숨겨둔 아들>

 

오늘은 참으로 반가운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7-8년 전 저와 함께 살았던 아이였습니다. 저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당장 오라고 해서 만났습니다. 그때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아이가 이제는 취직도 했습니다. 제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했더니, 혜화동에 직장이 있는데, 오가는 수녀님들을 볼 때마다 제 생각이 나서 아무 수녀님이나 붙잡고 연락처를 가리켜 달라고 했답니다.

 

아이의 얼굴이 무척 힘들어 보였지만, 열심히 회사 다니고 있노라고 말했습니다. 돌아보니 그 때 당시 제가 참으로 마음을 많이 주었던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제게 상처도 많이 주었던 아이였습니다. 마음을 못 잡아 수없이 거리를 떠돌던 아이였습니다. 데려다 놓으면 또 나가고 데려다 놓으면 또 나가고 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러든지 말든지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하면서 셀 수도 없이 아이를 찾으러 터미널이나 역전, 야산으로 다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지속적인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내"만이 결실을 거둔다는 소중한 체험을 제게 안겨주었습니다.

 

어제 우리는 다시 한번 부자(父子) 관계를 확실히 했습니다. 아이의 결혼식때는 꼭 제가 아버지석에 앉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서로 생사가 확인되었으니 자주 만나기로 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면서 다시 한번 예수님의 우리를 향한 극진한 사랑, 끊임없이 참아주는 사랑을 기억합니다.

 

오늘은 "예수님으로부터 가장 사랑 받던 제자" 요한 사도의 축일입니다. 언제나 예수님 가까이에 머물던 제자, 예수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제자가 요한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썼던 복음서에서 스스로를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던 제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요한을 예수님 역시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독차지하고 싶으십니다. 잘은 모르지만 부부나 연인들 사이에서 가장 큰 실망을 느끼는 순간은 상대방이 나 외에 다른 대상에게 한눈을 팔 때일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의 무게 중심이 나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될 때 느끼는 분노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만큼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랑은 본질상 보다 강도 높은 사랑, 보다 농도 짙은 사랑을 갈구합니다. 하느님께서도 마찬가지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향한 우리의 보다 큰 헌신을 요구하십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자신이 가장 큰사랑을 받았다고 확신했던 요한은 늘 예수님과 함께 있기를 원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그분 가까운 자리에서 말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많은 시간들을 함께 보냄에서 출발합니다.

 

"진정한 사랑을 찾으십시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사랑, 세월이 갈수록 깊어 가는 그런 사랑을 찾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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