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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게시판

어제 저녁의 묵상기도 산행 - 몬테베르디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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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태 [sunsoh] 쪽지 캡슐

2006-10-31 ㅣ No.7203

 

+ 찬미 예수

 

 

약 2주 전에 굿뉴스 측으로 부터 굿뉴스 개통 9주년 기념 음악회 초청을 받고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저녁 산행이었습니다.

 

무려 1시간 40여분 동안 쉬지 않고 명동 대성당을 꽉 채운 1300여명의 관객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한 성령에 이끌리어 거룩한 침묵의 기도를 바치면서 13개의 산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한 참으로 거룩한 산행, 오래 오래 기억할 산행이었습니다.

 

 

0. 감사의 글

 

이 좋은 산행을 주최 해 주신 서울 대교구 굿뉴스 (주호식 신부) 측에 깊이 감사드리고, 최근 3여년에 걸친 시도 끝에 최상급 수준의 연주를 기획하여 국내 초연으로 명동 대성당에서 펼쳐 낸 뜨리니따스 합창단 음악감독(신호철) 및 지휘자(김철회) 의 노고에 대하여 또한 이 자리를 빌어 크게 축하드립니다. 정말 좋은 연주회이었습니다, 올해를 전후하여 4 - 5년 동안 (즉 10여년 동안) 최고의 수준의 가톨릭 음악 연주회로 기억될 것이다.. 하는 생각입니다.

 

게시자 주: 작곡가인 몬테베르디가 살았던 시절 및 시대상황 즉 작곡가의 생애에 대한 소개 (부록 0)는 여기를 클릭하면 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연주 현장에서 느낀 생 느낌을 위주로 이 위대한 성무일도 저녁기도를 위한 작품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특히 이 글에서는 가톨릭 신앙적 입장에서 볼 때에 이 작품의 구조가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기도의 구조와 어떻게 잘 결합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살펴 보기로 하겠습니다.

 

게시자 주: 필자는 음악 전공자가 아니므로 참관기 글 작성시에 구사해야 할 적절한 전문 용어도 잘 모르나, 귀로 듣는 것이나 눈으로 보는 것이나 음악적으로 한 가지로 느껴지는 필자 개인의 본능적인 느낌 구조 특성에 기대어, 어제 저녁의 성무일도 전녁기도를 위한 이 위대한 작품에 대한 소고를 간략하게 담아 보고자 합니다. 혹시 아래의 글 중에서 부족한 부분은 여러 분들께서 좋으신 사랑으로 너그럽게 채워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고: 필자는 몬테베르디의 성모 마리아의 저녁기도 작품을 어제 저녁에 처음으로 접하여 듣게 되었으며, 현재 저에게 주어진 이 작품에 대한 안내 자료는 어제의 연주회 프로그램뿐입니다.

 

1. 연주 단체 구성

 

뜨리니따스 합창단

지휘자: 김철회, 반주자: 황보경, S1: 6, S2: 7, A1: 5, A2: 5, T1: 3, T2: 4, B1: 4, B2: 5, 음악감독: 신호철

 

서울여성그레고리오성가단

지휘자: 최호영 신부, 단원수: 12

 

가톨릭 심포니 오케스트라

솔리스트: 8, 포지티브 파이프 올간, 류트, 현악 및 관악

 

2. 연주자 배치

 

 

명동 대성당 제대 안쪽 맨 뒷 부분에 합창단 위치

그 앞줄 정 중앙에 류트와 Positive 파이프 올간 위치

그 앞줄 나머지 지역 오른쪽에는 현악기, 왼쪽에는 관악기 2열 배치

제일 앞줄 왼쪽에서부터 소프라노, 알토, 테너, 지휘자 (앞줄 정중앙), 테너, 바리톤, 바리톤 솔리스트 순으로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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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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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뒷편 2층 성가대석에 그레고리오성가단 위치

 

 

 

3.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기도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

 

우리가 함께 모여 모시는 미사나 혹은 기도의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즉,

 

(1) 알게 모르게 죄를 짓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거룩하시고 인자하신 천주께 죄를 고백하면서 그 외아들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한 자비를 간구하는 부분과

 

(2) 우리들의 간절한 기도 소리에 응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들께 강림하시어 당신의 거룩한 의지(Divine Will)를 직접 우리들께 조력 은총(助力恩寵, gratia actualis)으로써 작용(Act)하시는 부분.

 

그리고 기도의 의미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은, 기본적으로

 

(i) 위의 제 1항과 관련된 연옥 교리,

 

(ii)위의 제 2항과 관련된 통공 교리,

 

등에 잘 설명되어 있으며,

 

횡적 통공 (즉 함께 기도를 바치는 교우들 간의 통공)과 종적 통공 (즉 기도를 바치는 교우들과 천상교회에 계신 성모 마리아 및 성인,성녀, 그리고 천사들과의 통공 및 연옥 영혼들과의 통공), 이들 두 통공 모두가 하나의 덩어리로 일정 수준이상 잘 이루어지게 되면, 우리들은 천상교회의 일상적 행복을 더 많이 체험하게 된다고 가톨릭 교회는 믿고 있으며 우리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4. 이 곡의 구조

 

우선 이 곡의 구조에 대한 말씀을 드리기 전에, 연주곡들의 시간적 순서에 따른 배치 및 아래의 나머지 글에서 사용 중인 약자 (예를 들어, I, II, III 등 등)들을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I = Deus in adiutorium/ Domine ad adiuvandum (합창 6성부)

● (영광송)

 

안티폰 Laeva ejus sub capite meo (그레고리오성가)

II = 시편 109 Dixit Dominus (합창 6성부와 솔로 앙상블)

● (영광송)

 

III = 콘체르토 Nigra sum (테너 솔로)

안티폰 Jam hiems transiit (그레고리오성가)

IV = 시편 112 Laudate Pueri (합창 8성부와 솔로 앙상블)

● (영광송)

 

V = 콘체르토 Pulchra es (소프라노 2중창)

안티폰 Intravit Maria in domum Zachariae (그레고리오성가)

VI = 시편 121 Laetatus sum (합창 6성부와 솔로 앙상블)

● (영광송)

 

VII = 콘체르토 Duo Seraphim (테너 3중창)

안티폰 Regali ex progenie Maria (그레고리오성가) 

VIII = 시편 126 Nisi Dominus (합창 10성부)

● (영광송)

 

IX = 콘체르토 Audi coelum (테너 교창과 합창 6성부)

안티폰 Dum esset rex (그레고리오성가)

X = 시편 147 Lauda Jerusalem (합창 7성부)

● (영광송)

 

XI = Sonata sopra Sancta Maria (소프라노 유니송)

XII = 찬미가 Ave Maris Stella (영광송 포함) (합창 8성부와 솔로 앙상블)

 

안티폰 Gloriosae Virgines Mariae (그레고리오성가)

XIII = Magnificat (합창 7성부와 솔로 앙상블)

● (영광송)

 

[구조 I]

이 곡은 성무일도 저녁 기도문 Text에 근거한 내용면에서 볼 때에 전반적으로 3부로 이루어져 있는 듯 합니다. 즉,

 

4-1.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을 간청하는 기도를 시작으로 하여 (I),

 

4-2. 천주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택하여 천주의 의지가 드러남, 그리고 그 결과로서, 피조물인 성모 마리아의 전적인 순명과 협조 속에서 천주의 인류 구원의 의지가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로 구체화됨을 만천하에 알리고 찬미하며 (II - X),

 

4-3. 아담과 하와의 원죄 이후 피조물 중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일이 성모님의 거룩한 순명에 의하여 이루어졌음에 대한 최상의 감사와 찬미를 천주께 바치고 있습니다 (XI - XIII).

 

[구조 II]

필자의 경우에 있어 이 곡을 어제에 와서 평생에 처음 듣게 되었기에, 연주회가 시작할 때까지 다음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만, 천주께서 뚫어 주신 것이 저의 귀이기에, 응송 (즉 영광송)이 I, II, IV 등의 말미에서 반복적으로 불리어짐을 들어 알고는, 서서히 다음의 구조가 이 곡의 내면에 깊숙히 숨어 있음을 연주회가 진행됨에 따라 저절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즉 위의 Text에 의한 구조를 기반으로 하여 실제 음악적으로는, 여섯 개의 개별 기도 (즉, 제 4-1항 및 제 4-2항 에 6개), 그리고 이들 여섯 개의 기도를 하나의 기도로 통합한 큰 기도 (제 4-3항)로 이루어져 있고, 이러한 개별 기도들은 여섯 개의 같은 내용의 응송 (즉 "영광송")에 의하여 구별되며, 이들 응송들은 맨 처음 응송을 음악적으로 점진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천주에 대한 흠숭의 극치가 XIII의 끝 부분인 제일 마지막 응송에서 매우 화려하게 구현되고 있습니다. (단, XII 말미의 응송의 Text는 영광송 Text의 한 변형임.)

 

영광송을 I, II, IV, VI, VIII, X, XII, 및 XIII 노래의 말미에서 장엄하게 고백하는데, 제일 처음의 영광송 음악이 뒤로 가면서 음악 기교적인 면에서 점진적으로 발전 전개되여, 제일 마지막 영광송은 이들 모두를 더없이 잘 엮어 매우 장엄하고 거룩하게 고백하였습니다.

 

그 결과, 13개의 산봉우리들 중에서 이들 일곱 개의 산봉우리가 점진적으로 더 높은 산 봉우리로 시각적으로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을 느꼈고 제일 마지막 산의 봉우리에서 부르는 영광송을 들으면서 깊은 감명을 받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광송의 병행 구조 한 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다음의 두 개의 다른 병행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구조 III]

구약시대에 천주의 거룩한 뜻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천사로서 그레고리오 성가 (안티폰) 그리고 소프라노 유니송이 각 각 II, IV, VI, VIII, X, XII 의 시편, 및 XIII 마니피캇 직전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것은 다음의 구조 IV에서 설명한 콘체르토 형식의 찬미가에 대하여 천사들이 우리들과 화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구조 IV]

I 을 그 시작으로 하여, 콘체르토 (즉, 가벼운 수준의 반주가 있는 모테트)에 의한 절제된 음악을 통한 찬미의 노래가 III, V, VII, IX 에 펼쳐지고 있는데, III 과 V 의 내용은 주로 예루살렘의 딸, 즉 성모 마리아로 예정된 분에 대한 찬미로 이루어져 있으며,  VII 은 삼위일체 천주의 존재, IX는 동정 성모 마리아에 대한 찬미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찬미의 형태를 통한 간구의 기도"를, 위의 구조 III에서 언급한 천사들이 천상교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구조 V]

구조 III에서 언급한 천사들의 찬미에 화답하여, II, IV, VI, VIII, X 에서 천상교회의 음악이 시편을 그 가사로 하여 우리들에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X 시편 147 Lauda Ierusalem은 참으로 성령 충만한 곡으로서, 이 부분을 들을 때에, 메시아를 작곡한 후대의 헨델이 몬테베르디의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 를 참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개인적인 판단이겠습니다만, 헨델 작품의 메시아 연주시에 우리들이 느끼는 성령 충만의 순간이 한 10여분 정도인데 비하여 몬테 베르디의 작품인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 연주시에 우리들이 느끼는 성령 충만의 순간은 연주 전체 기간인 140여분으로 생각됩니다. 즉, 통공을 지속적으로 체험하는 시간적 차이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정도로 몬테 베르디의 이 작품이 헨델의 대표작인 메시아 보다 훨씬 더 뛰어난 훌륭한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X 을 두고서, 연주자들 간의 Tension을 증가시킴으로써 XIII (Magnificat) The Main Climax로의 외형적으로 다이나믹한 전개를 도출하기 위한, 즉 The First Climax 혹은 Finale를 위한, 남성적 힘에 가득 찬 초기 진입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에 화답으로 전개된 XI, XII 및 XIII은, 특별히 성모 마리아에 대한 찬미가들로서 참으로 우아하고 아름답게 거의 각 구절마다 연주자 (반주악기 포함)를 교체하는 매우 다양한 교창과 반주악기의 교체를 통하여, 이 작품의 가장 화려한 내면적 클라이막스를 이루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X 시편을 통한 천국의 문이 열리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강림하시는 모습, 또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에 대한 찬미가인 XII (Ave Maria Stella)를 부름으로서, XII 까지의 전개에 마무리를 짓고 난 후에, 그 동안의 모든 찬미를 총 결합한 XIII (Magnificat)은 참으로 정말 좋았습니다.

 

이런 신앙적 효과를 극대화 하여 무대에서 잘 도출하기 위하여, 작곡가는 다음의 구조 VI 에서 언급한 음악적 고려를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구조 VI] (통공 신앙의 구현을 위한 음악적 고려)

 

연주자들을 다음과 같이 기본적으로

 

(i) 그레고리오성가단원들은 천주와 피조물인 인간들 사이의 메신저인 천사의 역할

 

(ii) 솔리스트들은 사제 혹은 수도자의 역할

 

(iii) 합창단원들은 가톨릭 평신자의 역할

 

로 배치를 한 후에, 이들 간의 통공을 매우 다양한 형태의 음악적 조합으로 작품 전체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잘 엮어 내고 있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솔리스트 앙상블, 솔로와 합창단과의 결함, 테너 앙상블, 소프라노 앙상블, 알토 앙상블, 베이스 앙상블, 합창 6성부 - 10 성부 등 등의 매우 다양한 형태의 앙상블 및 유니송 형태의 횡적 통공의 구현 위한 매우 조화롭고 절제된 음악적 결합을 연주자들 사이에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횡적 통공의 구현을 통한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연주 집단들 간에 일정 간격을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경우에는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자리를 옮기면서 공간을 제압할 수 있지만, 이번의 연주곡과 같이 연주자들의 이동에 의한 이러한 효과를 노릴 수 없을 경우에 있어, 어떻게 다른 방법을 통하여 이러한 공간 지배 효과를 잘 구현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로 부각되는데, 이를 위하여 작곡가는 매우 다양한 형태의 교창, 특히 VII에서 구사한 3명의 솔리스트들에 의한 이어 부르기에 따른 메아리 효과를 추구하였는데, 매우 좋았던 음악적 기법으로 생각됩니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겠습니다만, 이렇게 무대 위에서 연주자들 사이에서 펼쳐지고 있는 통공의 모습을 보고 듣는 관객들은 기도 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통공에 참여하게 되어, 연주가 시작된 뒤로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 점 더 기도하고 묵상하는 데에 몰입하게 되었는데, 바로 여기에 이 곡의 음악적 위대성이 있다고 하여야 할 것입니다.

 

 

5. 연주 실황에 대한 소감

 

위의 제 2항에서 말씀드린 연주자 배치는, 현실적 제약을 감안할 때에 명동 성당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배치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악기를 사용할 경우에 주의하여야 할 점이 바로 사람의 소리와의 밸랜스 문제인데, 악기들과 목소리들과의 밸랜스도 참 조화롭게 잘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푹 꺼진 자리 혹은 툭 튀어나온 자리가 연주라는 흐름 속에 있어 참 이상하게 들리는데, 이번의 연주에서는 전혀 이런 문제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몬테베르디가 이 작품을 작곡하였던 1610년 경에 사용되었던 악기들은, 산업혁명 이후에 많은 개량이 이루어진 대다수의 악기들에 비하여, 음량이 그리 풍부하지 못한 줄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 연주회에 동원된 대다수 현대 악기들이 풍부한 음량을 가졌음을 감안할 때에, 실황 연주시에 이렇게 성악과 기악의, 경쟁은 커녕, 격조 높은 조화의 밸랜스를 잘 구현하였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즉 이번의 연주는 성악과 기악의 대비 기법을 처음으로 시도한 작곡가로 알려진 몬테베르디의 음악적 의도 혹은 시도를 아주 잘 구현한 실황 연주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별히 돋보였던 점은, 연주 중 솔리스트들간의 음악적 조화이었습니다. 정말로 잘 부르셨습니다. 여러분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오페라 등의 연주를 할 때에 굳이 외국의 성악가들을 불러야 할 필요가 없을만큼 국내 음악계에 양질의 연주자가 확보된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앙상블 혹은 유니송 시에 개인의 소리가 아니라, 함께 어울어진 소리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시는 모습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바로크 시대 특유의 (아기자기 하면서도 절제된) 성악 연주 기법을 전공한 듯한 분의 연주 기량은 정말로 뛰어났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는 내용이겠지만, 일반적으로 현악기의 경우에 있어 음값을 연주자가 직접 찾아 잡으면서 연주를 하게 되는데, 현악기 연주자의 연주 당일 컨디션에 따라 음이 정음이 아닌 소리를 내게 되면, 다른 파트 다른 연주자들은 너무도 잘하였으면 잘 하였을수록, 이 문제가 제일 나중까지 남아 있게 되기에 참으로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위의 제 2항에서 말씀드린 연주자 배치를 보고서, 제대 지역을 짜임새 있게 잘 차지 하였으므로 연주 중에 연주자들이 자신들이 내는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현재 진행 중인 명동 성당 내부 공사 관계로 제대 뒷 쪽의 벽이 성화가 그려진 천으로 가려져 있는 관계로 맨 뒤에 위치한 합창단원들의 경우에 있어 각 파트 별로 자신들이 내는 소리를 잘 들을 수 없었다는 말씀을 뒷풀이 자리에서 해 주셨습니다. 아마도 리허셜 중에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는, 무대의 중간 중앙 위치에 Positive 올갠을 두었던 것 같은데, 참으로 잘한 조치라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부분이 리허셜 시에 음악감독이 잘 파악하여 최선의 조치를 하여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제약이겠습니다만, 명동 대성당의 구조 상 뒷편 2층 성가대석이 제대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데, 여성그레고리오성가단이 음향학적인 면에서 볼 때에 너무 먼 거리에 위치하여 연주에 임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이 조금은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연주를 너무 너무 잘 해 주셔서, 참으로 좋았습니다.

 

사실은 이번의 연주회를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듣기로 하였었는데, 연주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점 점 더 음악에 매료가 되어, XII 중간에는 프로그램 상에 악기와 목소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펼치는지를 체크를 해 보았습니다. 체크하여 메모하였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XII 중에서

 

.........

 

 

절과 절 사이 - 관악기 연주

 

Monstra te esse matrem, Sumat perte preces

Qui pro nobis natus, Tulit esse tuus - 합창단 소프라노 앙상블

 

절과 절 사이 - 현악기 연주

 

Virgo singularis, Inter omnes mitis

Nos culpis solutos, Mites fac et castos - 합창단 알토 앙상블

 

절과 절 사이 - 관악기 연주

 

Vitam praesta puram, Iter para tuum Ut videntes iesum,

Semper collaetemur - 합창단 테너 앙상블

 

Sit laus Deo Patri, Summo Chirsto decus, Spiritui Sancto,

Tribus honor unus. Amen -합창 8성부 + 관악기 연주 + 현악기 연주

 

이상, XII 끝.

 

 

또, Finale를 장식한 XIII 에서의 연주자 배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Magnificat anima mea dominum

Et exultavit spiritus meus in Deo salutari meo - 솔리스트 테너 2명 앙상블 연주

 

절과 절 사이 - 현악기 연주

 

Quia respexit humilitatem ancillae suae

Ecce enim ex hoc beatam me dicent omnes generationes. - 합창단 테너 유니송

 

Quia fecit mihi magna qui potens est

Et sanctum nomen eius. - 솔리스트 바리통 앙상블 연주 + 함창단 소프라노

 

Et misericordia eius a progenie in progenies: timentibus eum.

Fecit potentiam in brachio suo. Dispersit superbos mente cordis sui.

Deposuit potentes de sede, et exaltavit humiles. - 합창단 S + A + T + B

 

Esurientes implevit bonis, et divites dimisit inanes. - 솔리스트 소프라노 2명 유니송

 

Suscepit Israel puerum suum, recordatus miseridordiae suae. - 솔리스트 소프라노 2명 유니송 + 합창단 T

 

Sicut locutus est ad patres nostros, Abraham et semini eius in saecula. - 솔리스트 알토 솔로 + 합창단 A

 

Gloria Patri et Filio et Spiritui Santo. - 솔리스트 테너 2명 앙상블 + 합창단

 

Sicut erat in principio, et nunc et semper, et in saecula saeculorum.

Amen. - 합창단

 

이상 XIII 끝.

 

게시자 주: 위의 연주자 배역에 관한 언급은, 악보도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연주 당일 연주자들의 열연 모습을 보고서는 프로그램을 따라가면서 메모한 것을 근거로 하여 드리는 말씀이라, 실제 연주자 배역과 같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위의 배역 언급 중에서 잘못 언급된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알고 계시는 분께서 저에게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말씀 주시는 즉시 바로 잡도록 하겠습니다.

 

끊어짐 없는 1시간 40여분의 긴 기도 연주 시간 동안

구절마다 바뀌는 수준의 연주자 배역이 이렇게 화려한 가톨릭 교회음악 작품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잔잔한 호수의 물결소리,

영롱한 아침햇살이 온 천지에 비추어 내는 그 아름다운 색깔들,

천지를 진동하며 울려 퍼지는 천상 교회의 음악 소리,

천주의 영광에 감사드리는 찬미의 기도 소리..

 

산봉우리를 향하여 올라가려는 듯 모였다 흩어지는 영혼의 소리

위아래 전후 좌우로 어우러지면서 서로를 위로하는 거대한 물결에 실린 숨결 소리..

온 천하에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퍼지는 "천주 영광"의 빛나는 소리 광채.. 

아! 정말 마지막 Finale의 영광송은 참으로 좋았습니다.

 

말과 글로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그토록 거룩한 느낌! 영성체 전후하여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솟구치는 그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 "천주 찬미"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6. 결론

 

이상 드린 말씀을 종합하면, 이번의 연주회는 명동 대성당을 꽉 채운 1,300 여명의 관람객 모두를 1시간 40여분 동안 아무런 흩으러짐 없는 감동으로 묶어준, 즉 천주를 향한 우리들 모두의 통공이 잘 이루어진, 참으로 거룩한 저녁기도, "저녁산행"이었습니다.

 

국내의 다른 본당, 예를 들자면, 분당 요한 성당, 에서도 연주가 되면 가톨릭 교우님들께 더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의 연주회 개최와 관련하여 발생한 비용이 약 1000만원 내외 (단, 명동성당 대관료 120만원(?) 제외)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사족 한개:

이제 좀 되었습니다만, 최근에 영국의 Tallis Scholas 앙상블이 2004년 9월 중순에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9월 17일) 및 분당 요한 성당 (9월 18일)에서 연주회를 하였는데, 분당 요한 성당에서의 연주회가 너무 좋았기에, 연주회가 끝난 후에 지휘자 및 일부 단원들과 인터뷰를 하였더니, "예술의 전당 연주회에서는 관객들 때문에 연주를 제대로 잘 할 수가 없었으나, 분당 요한 성당에서의 연주는 (제대 중앙 무대 및 2층 좌우에 위치한 교창용 성가대석 이렇게 3 군데를 활용하여) 아주 편안하게 만족스럽게 잘 할 수 있었다"고 말였습니다. 특히 이 세군데 무대를 100% 활용한 교회음악 작곡가 Allegri (1582 - 1652)의 작품 Miserere 연주는 매우 뛰어났습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2004년 9월 18일 분당 요한 성당에서 연주된 곡목 및 참관기를 읽으실 수 있겠습니다.

 

당시의 연주회를 듣고는 개인적으로 분당 요한 성당이 가톨릭 교회음악의 연주홀로서 참 적합한 공명 구조 및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제 저녁에 연주된 곡과 같은 성음악은 반드시 울림이 좋은 가톨릭 교회에서 연주하여야 제맛이 날 것입니다.

 

요즈음 들어와 일부 가톨릭 측 합창단들 중에 돈 많이 들여 화려하게 세속의 전문 연주홀을 빌려 연주회를 하는 것을 간혹 볼 수 있으나, 가사의 내용 및 연주 음악의 성격을 고려할 때에 우리들을 깊은 묵상으로 이끌어 주는 가톨릭 교회의 성음악(Sacred Music)은 반드시 울림이 좋은 가톨릭 교회에서 연주할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이상 사족 한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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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방송에서 이번의 연주회를 동영상 녹화한 줄로 알고 있습니다. 조만간 이번의 연주회를 담은 DVD, 동영상 파일 및 음악 파일 제공이 평화방송 및 굿뉴스 측으로부터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7. 마침 인사

 

교회음악 작곡가 몬테베르디가 원하였던 정말로 좋은 연주를 구현하기 위하여 수고하신 연주자 (지휘자 및 반주자 포함) 모두에게 큰 찬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끝으로 아주 좋은 양질의 그레고리오 성가를 들려 주시고 또 가톨릭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제공해 주신 최호영 신부님과 어제의 저녁 기도 연주회 후에 강복을 해 주신 염수정 주교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게시자 주: 염주교님께서 해 주신 강복의 내용은 아래의 꼬리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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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글은 어제의 연주회 후에 있었던 뒷풀이 장소에서 주호식 신부님께서 연주회 관람기를 올려달라는 말씀에 용기를 내어 마련한 글입니다.

 

특별히 최상급 수준의 가톨릭 교회음악 작품 연주회 참관기이기에, 작곡가인 몬테베르디가 성무일도 저녁기도문을 가사로 한 이번의 작품을 통하여 신앙적으로 어떠한 구조와 음악적 색채를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려고 하였는지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분석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가톨릭 신앙적 접근을 배제한 단순한 음악 기교적 분석으로는 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매우 힘들 것인 점을 고려 할 때에, 몬테베르디는 자신의 작품의 무대 연주를 통하여 관객들에게 가톨릭 신앙의 선교, 전교 및 복음화를 시도한 듯 합니다.  

 

부족함이 많은 제가 이러한 글을 마련하도록 저를 움직이신 주호식 신부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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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위의 졸글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글들 (가톨릭 신앙관련 글 포함)을 아래에 모아 보았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단, 부록 0 에 있는 것들은 위의 글을 작성한 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알게 된 정보들입니다. 즉 위의 글을 쓸 때에 부록 0에 안내한 자료들은 전혀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부록 0:

 

읽을꺼리 0-1: 몬테베르디의 생애 (클릭하세요)

 

읽을꺼리 0-2: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 (성모마리아의 만과, Vespers of 1610) 에 사용된 Text들의 구체적 성경 구절 출처 (클릭하세요)

 

읽을꺼리 0-3: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 작품에 대한 Wikipedia 안내 (영문) (클릭하세요)

 

부록 1

우리들이 부르는 전례음악 = 성음악 은 모두가 천상교회에서 지상교회로 내려온 음악이기에, 신앙적으로 우리들을 묵상 기도 혹은 관상 기도로 몰입하게 하여 궁극적으로 우리들의 성화(Sanctification)를 도와주는 매우 좋은 음악입니다. 다음의 글들이 이런 성음악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읽을꺼리 1: "성(Sacred)" 글자의 가톨릭 교의적 의미.. (클릭하세요)

 

읽을꺼리 2: "우리는 왜 다성 성음악(Polyphonic Chant)를 부르고 또 듣기를 원할까요?" 제목의 게시글로 바로가기.. (클릭하세요)

 

부록 2

우리들의 영혼(Soul, Anima)은 거룩한 성령께서 주시는 구원을 향한 천주의 은총을 담는 그릇 (Receptacle)으로서, 살아 있는 동안에 우리들의 영혼과 육체(Body, Corpus)는 구분할 수 없는 상태로서 각 개인의 인격(Personality)을 구성하게 됩니다. 

 

천상 교회의 음악은 성음악 (Sacred Music) = 전례음악의 모습으로 내려와 우리들의 영혼에 들어오게 되는데,

 

(i) 교회음악 작곡가들에게는 기도 중에 이 좋은 음악을 잘 받아내어 채보하는 등의 작업을 통한 이 세상에 구현하는 거룩한 의무가 주어져 있을 것이며,

 

(ii) 교회음악 연주자들에게는 거룩한 천주의 정신 (Holy Spirit)이 담긴 성음악을 실제로 잘 연주하기 위하여 자신의 몸(Body)을 통하여 잘 표현하여야 하는 거룩한 의무가 주어져 있을 것입니다.

 

즉, 교회음악 연주자는 잉태되는 순간에 영혼과 혼연일체가 된 우리의 몸(Body)에 또한 내재하고 있는 생혼(生魂, [프] ame vegetale) 과 각혼(覺魂, [프] ame des betes)을 통하여 성음악을 잘 연주하기 위한 기량을 배워 익힌 후에 이를 바탕으로 하여 연주를 잘 수행하여야 하는 거룩한 의무가 주어져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우리들의 노력이 잘 구현되었을 때에 비로소 미사 중 혹은 기도 중에 연주되는 성음악(= 천상교회에서 내려온 거룩한 음악)이 우리들의 영혼을 위로 들어 올리는 역할에 충실하게 되어, 우리 모두가 함께 천주께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셈입니다. 

 

다음의 글이 성령(Holy Spirit, 성신), 영혼(Soul) 및 몸(Body)에 대하여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읽을꺼리 3: 영(Spirit)과 영혼 혹은 혼(Soul)과 몸(Body)에 대하여.. (클릭하세요)

 

부록3

다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영혼의 구원을 위한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인 성화(Sanctification)에 대한 글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읽을꺼리 4: 미사 참여 및 기도 등을 통한 우리들의 성화(Sanctification)에 도움되는 가톨릭 보편 교회의 가르침 모음으로 바로가기.. (클릭하세요)

 

 

게시자 주: 위의 글에 담긴 내용 중에 좋은 것은 모두 천주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것이고 부족한 것 모두는 저의 것이기에, 보충 혹은 수정하여야 할 부분이 있으면 발견 즉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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