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0일 (월)
(녹) 연중 제10주간 월요일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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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향해 가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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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3-14 ㅣ No.3382

3월 14일 사순 제 4주간 목요일-요한 5장 31-47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

 

 

<죽음을 향해 가는 아이>

 

언젠가 잠시동안이나마 우여곡절을 겪으며 저와 함께 살았던 한 아이를 기억합니다. 기본적인 심성은 착했지만 이미 "돈맛"을 본 아이, 세상의 달콤한 것들에 대해 알만큼 알아버린 아이였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이미 갈곳까지 가본 아이였기에, 갖은 방법을 총동원해도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아이가 저희 집에 정붙일 마음이 생기도록 당근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따끔한 맛도 필요해"하면서 채찍도 사용해봤습니다. 때로 경찰 아저씨들과 미리 각본을 짜고 "생쇼"도 했는가 하면 뇌물도, 그리고 마지막에는 써서는 안될 "최후의 수단"까지 다 써봤습니다.

 

한때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기도 했습니다. 한 몇 달 동안은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잡아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상처와 사람들에 대한 불신을 치유하기란 역부족이었습니다. 아이는 크게 "한 건"하고는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그때 느낀 허탈감이나 배신감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지요. 그간 기울여왔던 마음과 걱정, 기대, 사랑을 끝까지 거절하고 어둠의 길, 죽음의 길로 떠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은 참으로 큰 안쓰러움과 슬픔을 남겼습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 역시 비슷한 체험을 하셨으리라는 짐작을 해봅니다. 끝까지 자신을 거부하는 유다인들의 완고한 모습에서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큰 서글픔을 느꼈을 것입니다.

 

우리의 끝없는 배반과 떠나감에 뚫린 가슴을 부여안고 허탈해하시는 분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생명의 길을 등지고 죽음의 골짜기를 향해 내려가는 우리, 구원의 땅이 아니라 멸망의 구렁을 향해 내려가는 우리를 향해 "돌아오라!"고 있는 힘을 다해 외치는 분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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