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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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낮은 바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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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3-25 ㅣ No.3443

3월 26일 성주간 화요일-요한 복음 13장 21-38절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 베드로가 이렇게 장담하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고? 정말 잘 들어 두어라. 새벽닭이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것이다.">

 

 

<가장 낮은 바닥으로>

 

복음서 안에서 베드로 사도를 언급할 때 자주 사용되는 몇 가지 유형의 문장이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베드로의 성향을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때에 베드로가 나서서"-베드로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문장입니다. 베드로는 한마디로 나대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습니다. 언제나 먼저 나서지만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예수님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합니다.

 

"나만은 결코"-베드로는 자신이 예수님의 수제자란 신원의식이 지나치게 강했습니다. 그래서 자주 자신과 다른 제자들과 비교하여 자신의 우월성을 강조합니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베드로는 마음만 앞섰지 몸이 따라주지 않는 인간의 전형입니다. 컨디션이 좋을 때나 만사가 잘 풀릴 때는 예수님과 죽음까지도 같이 하겠다고 맹세합니다. 그러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전개된다 싶을 때는 즉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꼬리를 내리고 뒤꽁무니를 뺍니다. 불과 몇 일 전까지만 해도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도"하고 맹세했던 베드로가 거짓말이라면 천벌이라도 받겠다고 다짐까지 하면서 예수님을 모른다고 잡아뗍니다.

 

복음서 전반에 나타난 베드로와 관련된 기사들을 종합해서 조명해볼 때 베드로는 예수님의 측근중의 측근, 제자 중의 제자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이 수제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배반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암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마치 대통령이 가장 믿었던 비서실장이나 국무총리로부터 배반을 당하는 일과도 흡사하겠습니다.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일은 복음사가들이 수제자 베드로의 배반사건을 조금도 변명하지도 옹호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제자 베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춰 이렇게 기술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대사제의 집까지 들어갔던 베드로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예수님을 구출하기 위해 마음먹었지만, 군사들의 수효를 보아 중과부적이었음을 느꼈다. 위협적인 분위기 앞에 아무런 방도가 없었던 베드로는 눈물을 머금고 스승을 배반했다."

 

그러나 복음서 저자들은 한결같이 일체의 변명 없이, 정말 수치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보도합니다.

 

베드로의 배반을 통해서 우리가 체득할 수 있는 한 가지 진리는 인간이 하는 모든 일, 인간의 맹세, 인간의 언약, 인생의 모든 각본은 하루만에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높은 지위에 올랐던 베드로였지만 가장 낮은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보십시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죽어도 주님을 배반하지 않겠다던 베드로였지만 단 몇 시간 안에 세 번이나 배반하는 죄를 짓습니다.

 

그토록 기고만장했던 베드로가 단 몇 시간만에 완전히 찌그러집니다. 금강석보다도 더 단단했던 베드로의 언약은 자취를 감추고 철저한 배신에 따른 수치심과 죄책감, 부끄러움만이 베드로를 휘감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매일 필요한 자세는 "지속적인 겸손"입니다.

 

"주님, 이 연약한 인간을 보십시오. 천국을 살다가도 일순간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이 가련한 인간을...시시각각으로 배신을 거듭하는 이 불충실한 인간을...가엾이 보시어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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