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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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5-19 ㅣ No.3696

연중 제 7주간 월요일-마태오 9장 14-29절

 

"기도하지 않고서는 그런 것을 쫓아 낼 수 없다."

 

 

<원로>

 

제가 지금까지 봐온 선배 회원들의 모습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한 가지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사는 어느 기숙사에서 직접 목격한 일입니다. 고된 하루 일과가 모두 끝나고 아이들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습니다. 저 같았으면 그 시간에 낮 동안의 피로를 달래기 위해서 TV를 켜놓고 시원한 캔맥주라도 한잔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백발이 성성하신 한 원로 신부님께서 아이들이 잠든 기숙사 복도를 왔다갔다하고 계셨습니다. 그냥 운동 삼아 왔다갔다하시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묵주를 손에 쥐시고 계셨던 것을 보아 묵주기도를 바치고 계셨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여러 가지 교육적 사목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노력이 아이들을 위한 영적인 노력-기도라는 것을 그때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작년 저희 수도회 관구총회를 준비하던 때의 일입니다. 초기 양성과정 중에 있는 모든 형제들을 대상을 몇 가지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그 중 한가지 질문이 "가장 존경스런 선배회원들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조사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집계 결과

 

3위: 후배들의 고민을 언제라도 기꺼이 경청해주는 선배

2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선배

1위: 기도생활에 충실한 선배였습니다.

 

기도는 수도생활 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가장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기도하지 않는 수도자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수도자가 아닙니다. 기도하지 않는 신앙인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앙인이 아닙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주 드는 생각이 한 가지 있습니다.

 

"수도생활의 연륜을 쌓아갈수록, 나이를 먹어갈수록 분명히 외적, 육체적인 사목의 폭이나 영역은 점점 좁아져 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반드시 그간 내가 행했던 모든 사목활동에서 미련 없이 손을 놓아야 하는 순간도 올 것이다. 그 순간 내 수도생활은 끝장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은 반대로 수도생활의 진면모가 발휘되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노년에 접어든 수도자는 이제 가장 중요한 사도직인 영적인 사도직을 재구성하고 그런 영적인 사도직을 통해 진정으로 후배들과 세상을 돕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그 순간은 우리가 이제 "∼을 하는 존재"이기 보다는 "있는 존재"임을 명심하는 순간입니다. 존재 그 자체로 하느님과 이웃들에게 감사하고 존재 그 자체로 행복해하는 모습은 원로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후배들을 위해 겸손하게 물러서서 후배들을 위한 든든한 영적 버팀목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더욱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입니다.

 

때로 수용하지 못할 일들,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사건들 안에서도 겸손되이 하느님의 손길을 찾는 원로, 끊임없이 인간적인 눈을 감고 영적인 눈을 다시 뜨는 원로들이 많아지는 세상이길 기원합니다.

 

이런 원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노력이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하지 않고는 그런 것을 이룰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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