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0일 (월)
(녹) 연중 제10주간 월요일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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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불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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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6-23 ㅣ No.3785

6월 23일 연중 제 12주일-마태오 10장 26-33절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훨씬 더 귀하다."

 

 

<맞불 작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말아라"고 당부하십니다. 이 세상 모든 두려움 중에서 가장 큰 두려움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일상 안에서 체험하는 여러 가지 두려움의 원인들을 추적해 봤더니, 그 가장 끝 부분에는 바로 "죽음", "소멸"이란 단어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한 10년 전쯤 저도 아주 진하게 "죽음"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에 대해서 체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 머릿속에는 온통 "내 삶이 이제 마무리되는 가보다. 이렇게 허무하게 떠나서는 안 되는데...아직은 떠날 때가 아닌데..." 하는 생각들로만 가득 찼었습니다.

 

당시 제가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이었던 탓에 만성위장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치지 않는 심한 구토증세로 인한 탈수상태, 전해질 불균형 상태에 빠져 호흡이 아주 곤란하게 되어 한 밤중에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응급실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나는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느꼈습니다.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불안 초조감이 더해만 갔습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손에서는 자꾸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좀 더 지나면 아무래도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함께 택시에 타고 계셨던 원장 신부님께 도착하는 대로 꼭 종부성사를 집전해 주시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원장 신부님께서는 "무슨 그런 재수 없는 소리를 하냐?"며 조용히 있으라고 하셨지만, 하늘은 점점 노랗게 보였고, "이러다 죽는구나"하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남의 죽음은 그렇지 않은데, 막상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두렵고,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죽음은 아직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 그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길이기 때문에 그렇게 두려운 것입니다.

 

결국 따지고 보니 모든 두려움의 발단이자 원천은 죽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한평생 죽음의 두려움 앞에 떨면서 불안해하면서 지내야만 되겠습니까?

 

나름대로의 해결방법이 필요한데, 그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자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맞불 작전"입니다. 두려움의 가장 큰 원인인 죽음에 직접 맞서는 것입니다. 보다 자주 일상 안에서 죽음을 체험해보자는 것입니다. 자살기도라도 한번 해보자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살아있을 때부터, 건강할 때부터 죽음을 잘 준비하지는 것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시간이 오면 오늘 이 순간까지 내 인생 여정에 함께 해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경건한 마음으로 일생을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입니다. "내 영혼을 당신의 손에 맡겨드립니다"하고 그분 자비 안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도저히 참기 힘든 억울하고 분한 일 앞에서도 한번 참아보는 일이 결국 일상 안에서 죽은 일입니다. 보다 자주 양보하고 보다 자주 희생하고 보다 자주 밑으로 내려앉으려는 노력들은 가장 좋은 죽음체험입니다.

 

매일을 마지막으로 여기고 매일을 감사하면서 매일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더 이상 죽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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