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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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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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7-31 ㅣ No.3894

8월 1일 목요일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마태오 13장 47-53절

 

"세상 끝 날에도 이와 같을 것이다. 천사들이 나타나 선한 사람들 사이에 끼여 있는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불구덩이에 처넣을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그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충격요법>

 

상습가출에다 습관적인 도벽으로 제 속을 유난히도 썩이던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봤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하다하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최후의 수단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동네 파출소 소장님과 미리 각본을 짰습니다. 오랜 휴가(?)를 끝내고 마침내 잡혀서 들어온 아이를 제 앞에 앉혀놓고 파출소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파출소에 미리 연락을 취해놓았기에 즉시 두 분의 경찰관이 도착했습니다. 보호자였던 저와 아이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혼났었고, 아이는 수갑을 채워서 연행을 하는 식으로 각본을 짰고 그리고 최종적인 마무리는 제가 사정사정해서 이번 한번만 마지막으로 봐주는 쪽으로 각본이 짜여져 있었습니다.

 

그런 충격요법은 다행히 잘 먹혀 들어갔습니다. 아이는 잔뜩 겁을 먹었고, 사정사정하는 제 모습에 아이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 작전 때문이었는지 아이의 가출이나 비행은 조금씩 수그러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듣기에 섬뜩한 말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강한 경고성 발언을 하십니다. "불구덩이에 처넣을 것이다. 거기서 그들은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오늘 생각만 해도 끔찍한 예수님의 경고 말씀을 묵상하면서 도대체 왜 자비 충만한 예수님께서 이토록 강경한 말씀을 하시는가 묵상해봤습니다. 결국 이런 예수님의 강한 경고 이면에는 예수님의 우리들을 향한 극진한 사랑이 잠재되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회개를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십니다. 위로와 격려는 물론이고 협박과 진노, 상처와 고통을 통해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결국 하느님의 진노와 격분 그 이면에는 우리를 향한 극진한 하느님의 사랑이 깔려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하는 부모가 있다면 자녀가 그릇된 길을 향해 갈 때 너무나 안타까워 갖은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때로 타일러도 보고, 때로 구슬러도 보고, 때로 파격적으로 감싸안아 주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모든 노력이 먹혀 들어가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합니까? 너무도 안타까운 나머지 마음에 없는 말도 하게 됩니다. "너 계속 그런 식으로 나가면 부자지간의 인연을 끊겠다", "나가라 이 못 되먹은 녀석아!" 등등

 

우리는 흔히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늘 잘 대해주고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화목하며, 서로 좋은 관계 안에서 주고받는 것이 사랑이라고 여기지만 진정한 사랑은 결코 그것만이 다는 아닌 듯 합니다.

 

사랑은 천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로 우리가 갖게 되는 증오도 집착도 미움도 결국 사랑의 한 모습입니다. 사랑하기에 미워도 하고 질책도 하고 상처도 주고받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한 이웃을 사랑한다면 그 형제의 탈선이나 부족함, 죄악 앞에 침묵해서는 안됩니다. 그런 이웃의 취약점들을 용기 있게 지적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오히려 더 큰사랑이고 이웃을 성장시키는 노력입니다. 우리가 서로 남남이라면 상처나 고통을 주고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서로 형제이기에 상처도 고통도 주고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사랑이란 이름 하에 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형제에게 충고한다면 사랑으로 하십시오. 형제 앞에 침묵한다면 사랑으로 하십시오. 형제를 용서한다면 사랑으로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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