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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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용 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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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2-12 ㅣ No.4343

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기념-마태오 11장 16-19절

 

"보아라, 저 사람은 즐겨 먹고 마시며 세리와 죄인하고만 어울리는구나"

 

 

<검거용 마차>

 

돈보스코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사업 계획-버림받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구원사업-을 막 펼치기 시작한 때의 일이었습니다

 

주말이 오면 토리노 시내를 배회하던 수많은 사고뭉치들이 돈보스코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아이들의 숫자는 늘어만 갔습니다. 우락부락한 아이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아이들,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아이들이 돈보스코의 손짓 한번, 눈길 한번에 순한 양처럼 길들여지는 모습을 목격한 시 당국은 긴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돈보스코를 바라다보는 교구 내 고위성직자들의 눈길도 결코 곱지 않았습니다. 본당 사제로 성사집행에 충실하면서 조용히 지내줬으면 좋겠는데, 버르장머리없는 아이들 사이에서 희희낙낙거리며 같이 뛰어 다니는 돈보스코의 모습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몇몇 신부님들은 말이 전혀 먹혀 들어가지 않는 돈보스코를 향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하면서 한가지 작전을 짭니다. 돈보스코가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기에 요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두 신부님이 강제로라도 돈보스코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두 신부님은 특별히 제작된 검거용 마차를 준비해서 돈보스코에게 다가갔습니다. "어이, 돈보스코, 요즘 고생이 많지? 우리랑 잠시 이야기 좀 할까? 우선 이 마차에 좀 타게."

 

눈치 빼면 시체였던 돈보스코는 즉시 분위기를 파악했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습니다. 같이 이야기 좀 하시죠. 그런데 두분 먼저 타시면 제가 타지요."

 

작전대로 잘 되어가지 않음을 안타깝게 여겼던 두 신부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먼저 올라탔습니다. 그 순간 돈보스코는 재빨리 마차 뒷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민첩하게 빗장을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뒷문을 "탕탕" 치면서 외쳤습니다. "출발!"

 

마부는 의외로 상황이 빨리 종료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정신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두 신부님은 이제나저제나 하고 정신병원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장한 남자 간호사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말았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청소년 구원 사업"이란 독특한 사명을 수행해나가는 과정에서 돈보스코가 세상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오해나 손가락질은 참으로 견디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유다인들은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리는 예수님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 세상 그 한가운데 깊숙이 내려오신 하느님을 유다인들의 짧은 머리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또 다시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탄절은 무엇보다도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육화의 영성을 묵상하는 시기입니다.

 

육화 신앙을 믿는 사람은 세상을 거꾸로 사는 사람입니다. 잠시 지나갈 이 세상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사람입니다. 끊임없이 밑으로 밑으로 내려만 가는 사람입니다. 나약한 우리 육신의 안위에 매일 죽는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육화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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