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침묵으로의 초대 -봉쇄수도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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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미 [sukmaria] 쪽지 캡슐

2001-01-05 ㅣ No.2337

        침묵으로의 초대

 

-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도승들의 삶 -

 

지난 연말 KBS일요스페샬 프로에서 성탄특집으로 트라피스트 봉쇄수도원에서 사시는 수도승들의 삶을 보여 주었습니다. 녹화를 해 두었지요. 한번씩 보는데 삶에 대해 깊숙하게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 좋습니다.

 

저는 따뜻한 5월, 부처님 오신날 특집이랑 추운 12월, 성탄특집 다큐멘타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작년 부처님 오신날 프로그램도 토마가 녹화를 해 두었지요. 사찰음식 하는 것도 녹화해서 해먹어 보기도 하고, 스님들 생활을 보며 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이런 프로그램이 참 기다려지곤 합니다.

 

한참 젊은 혈기가 왕성했던 20대초, 봉쇄수녀원을 생각할 때면

’뭐하러 죽을 때까지 봉쇄된 곳에서 사나, 그렇게 자신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진짜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지 봉쇄된 곳에서 기도만 한다고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이 행복해지나? 실천없는 기도생활이 무슨 소용인가?’

하며 봉쇄수녀원에 대해 무척 불만이 많았지요.

 

세월은 그냥 가는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나이가 들고 고통이 있음만큼 저도 왜 그들이 봉쇄된 공간에서 기도하며 사는지 조금씩 알 것 같으니 말입니다.

 

제 고향 가까이 봉쇄수도원 수녀원이 몇개 있습니다. 저는 두곳을 가 보았지요. 마산 수정이라는 동네에 트라피스트 봉쇄 수녀원이 있지요. 제가 하는 모임에서 피정을 간 적이 있습니다. 수녀님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갈 수는 없고 손님방에서 묵으며 수녀님들이 차려주시는 식사를 하고, 유리벽으로 구분되어 있는 손님자리에서 수녀님들이 미사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용한 수녀원, 규칙적인 기도생활, 노동, 독서 이게 수녀님들의 생활이지요.

저는 평생 이렇게는 못 살 것 같지만 분명 누군가는 이런 삶으로 불림받고 응답하는 사람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지요.

 

제가 가본 또 한 곳은 경남 고성에 있는 가르멜 봉쇄수녀원입니다. 미사시간에 수녀님들 모습을 볼 수 있을꺼라 기대했는데 그곳은 일반인과 수녀님들 사이에 유리벽이 아니라 벽돌벽이 놓여있어 수녀님들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높은 담 저편으로 수녀님들이 노동하는 과수원가 밭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이곳에서 사시다 이곳에 묻힌다 생각하니 뭔가 숙연한 마음이 들더군요.

 

가톨릭 교회에서 봉쇄수도원과 수녀원을 교회의 심장이라고 표현하곤합니다. 온몸에 피를 골고루 공급해서 건강한 몸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쉼없이 박동하는 심장!

아마 그건 기도와 희생의 힘과 의미를 극대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 사람들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는 다리와 팔, 선교하는 입, 고통스러운이의 마음을 들어주는 귀, 힘겨운 이들을 바라보는 눈 이런 모든 것들이 더 원활하게, 힘차게 활동할 수 있도록 끝없이 싱싱한 피를 공급하는 심장!

 

인간이 있는 곳에는 늘 이런 삶을 추구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양에도, 인도에도, 중국에도, 티벳에도, 인디언들에게도, 한국에도 뭔가 더 높은 차원을 향해 마음을 열어 놓고 사는 사람들. 우린 또 그런분들에게서 영적인 샘물을 얻어 마시는것이겠지요.

 

녹화한 비디오를 보다 마음에 새겨두고 살면 좋겠다 싶은 말씀이 있어 공책에 적어 보았습니다. 오랜 침묵과 기도생활, 노동과 희생 속에서 보석처럼 피어낸 수도승들의 말씀이니 귀하게 여기며 다시 한번 음미할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으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침묵으로의 초대

 

- 트라피스트 수도원 수도승들의 삶 -

 

 

* 수도승들은 자신들의 삶을 포기하는 삶이라고 한다.

  포기하는 삶!

  그것은 얼핏 자포자기나 비관적인 뜻으로 보일 수 있다.

  수도승들은 무엇을 포기하는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수도승들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욕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진정한 수도승은 모든 욕망을 끊어버린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진정한 수도승이란 무엇일까?’를 끝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양심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라면은

  그 사람의 내면에는 수도승의 모습이 들어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 수도승의 삶은 즐겁기도 하고

  동시에 고통스럽기도 하다.

  가끔은 그런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기도 한다.

  뭔가가 만약 너무 쉽고 그 결과가

  예측 가능하다면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려움과 도전, 고통이 있다면

  흥미로움은 더 커지게 될 것이다.  

             - 미국 어셤션 트라피스트 수도원 마크원장 -

 

* 다만 사랑할 뿐이다.

 

  수도승의 삶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세계를 발견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러한 수도생활에 보다 헌신적이고 진지할수록

  신이 만드신 모든 인간과 창조물들에 대해

  보다 깊은 애정과 연민을 느끼게 된다.  

  인간은 세상과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는 자격을 부여받지 않았다.

  다만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 뿐이다.

 

* 트라피스트 수도승들은 명상할 때

  눈을 감고 몸의 모든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내면으로 침전해가면서

  감각이나. 동요, 기억, 공상, 지성, 욕망을

  침묵하게 만든다.

  그 결과 존재로서의 자신,

  신이 부여한 본성만이 남게 된다고 말한다.

  신이 부여한 본성!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 인간은 다양한 욕망을 가진 존재다.

  우리는 그 중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가장 완전한 욕망을 취하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비밀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고 누구나 수도승이 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당신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통해

  뭔가 꿈꿀 수 있는 위대한 가치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돕고 섬기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

  무엇이든 그것은 정말 멋진 욕망일 것이다.

                             - 프랜드 프리먼 아빠스 수도승 -

 

* 크리스마스를 위해 나는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책상 위에 세워 두기는 하지만

  그게 내가 하는 장식의 전부다.

  성탄절은 내 마음 속에 존재한다.

  어릴 때는 집안 곳곳을 장식하기도 했지만

  이제 크리스마스는 내게 그런 의미가 아니다.

  다만 예수께서 세상에 온 날을 생각할 뿐이다.

                           - 로버트 수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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