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6월 20일, 강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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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 [lalee] 쪽지 캡슐

2013-06-21 ㅣ No.2463

하느님 창조의 완성은 바로 평화입니다.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해군기지 사업단 앞 제의를 입은 사제들이 미사를 봉헌 합니다. 우리는 미사를 봉헌 한다고 하고 경찰과 해군은 우리에게 업무방해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미사를 봉헌 하는 사제와 수도자를 들어냅니다. 우리는 이를 공중 부양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경찰들로 둘러싸인 곳에 감금을 당합니다. 공사차량이 다 지나가고 나면 경찰들이 흩어집니다. 그러면 사제들과 수도자들은 다시 일렬로 가지런히 앉아서 미사를 계속 봉헌합니다.
이러기를 10여 차례……. 201288일 경찰에 의해 성체가 짓밟힌 그곳에서 말입니다.

620일 연중 11주간 목요일

한재호 장동준 이승엽 신부님(제주교구), 문정현 신부님(전주교구), 이상윤 변종승 박영섭 김선우 장성준 신부님(한국순교복자회), 김정욱 박도현 김성환 황정연 신부님(예수회)

주례, 강론: 장동준 신부님

찬미예수님
반갑습니다. 어제만 하더라도 비가 많이 오기에 오늘 비가 오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 하였는데 그래도 다행입니다.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아 멋쩍습니다. 하느님께서 어련히 마련해 주실 텐데 괜한 걱정을 한 제 자신이 주님께 부끄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사랑과 평화의 하느님께 오늘도 감사를 드리면서 이 미사를 봉헌 하고자 합니다.

특별히 이 미사 안에서 강정의 모든 주민들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삶의 역사 안에서 이루어져온 그들의 삶에 주님께서는 늘 풍요로움과 넉넉함으로 그들의 마음을 채워주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불신과 반목이 대립과 갈등으로 상처와 아픔으로 너덜너덜해진 그들의 마음을 삶과 영혼의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시기를 주님께 마음으로 모아 기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생명과 평화를 지켜가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투신하며 살아가는  이 자리 모든 분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싶습니다.

이들의 모습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우게 됩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뜻을 그들의 온 삶을 헌신하고자 지켜가는 분들에게 평화의 하느님께서 늘 함께 하셨던 것처럼 그들 마음과 삶의 현장에 늘 함께 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가끔 하늘아래 살아 숨 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나와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살아온 삶의 배경도 역사도 환경도 생김새도 종교도 하는 일도 다 다릅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함께 한다는 것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아들 딸 그리고 자녀라는 것은 서로 같습니다. 누군가의 아내이고 남편이고 가족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또 누군가에게는 그 사람이 사랑하고 보고 싶어 하는 식구라는 겁니다.

이것은 그 누구도 예외 될 수 없습니다. 생각과 가치관 바라보는 시선은 다 다를 수 있지만 여기 있는 모든 사람 중에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고 보고 싶어 하고 말하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느끼고 싶고 사랑해 주고 싶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다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이 소중함과 귀중함을 서로가 존중하고 생명과 평화의 주님께서 그 존엄성을 지켜 줄 수 있기를 이 미사 안에서 함께 청해봅니다.

오늘은 이 자리가 저에게 참 낯섭니다. 그리고 어색하기도 합니다. 가끔 다니는 길인데도 불구하고 본당이 아닌 강정에서 미사를 한다는 것이 편한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주교구에 파견 오기 전 교구의 신부님들과 함께 이곳 강정에서 미사를 봉헌 한 적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교구의 주교님들께서 오셨을 때도 강정포구를 방문 할 수 있도록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저 공사현장과 강정포구의 변화를 보여 드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주교님들과 함께 기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세상의 참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그 자리에는 강정의 어느 한 운동가가 만들어 놓았는지 포구 방파제 꽂아져 있는 나무십자가만이 묵묵히 제주도의 세찬 바람을 맞으며 그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세상과 사람들을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 또 참 평화를 주시기 위해서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시며 기쁘게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신 주님께서 오늘도 어김없이 십자가 위에서 이 땅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으십니다.

생명과 평화의 길을 걷는 우리들에게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가 진실된 마음을 담아 기도할 수 있도록 우리를 초대해주고 있으십니다. 세상의 거짓과 위선의 노예가 되지 않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올바른 길을 살아 갈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주십니다.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주님의 기도를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기원하며 이 시간 함께 한마음으로 바쳐드렸으면 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소박하고 가난하게 살자 이웃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간직하며

강정 생명평화 미사
월요일 오전 11시 오후 4시
, 화요일 ~일요일 오전 11

강정의 평화를 위한 기도 매일 12시 부터 12시 30분 사이
강정의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와 강정아를 봉헌 합니다.
각자의 장소에서 기도로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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