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오빠가 끓여준 미역국

스크랩 인쇄

정탁 [daegun011] 쪽지 캡슐

2001-07-27 ㅣ No.4222

 오빠가 끓여준 미역국

 

다섯 살 차이나는 오빠와 나는 다른 집 남매들보다 유난히 사이가 좋다.

우리는 집이 시골이라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자취를 했는데, 오빠와 살다 보니 자연스레 부엌 일과 빨래는 늘 내 몫이었다.

그것이 가끔은 짜증 나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칠 년 전 내 생일날을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짓는다.

 

  몹시 추웠던 그날, 이른 새벽부터 밖에서 두런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 잠이 깼다.

 가만히 들어 보니 주인 아주머니와 오빠의 목소리였다.

 “아주머니, 미역국은 어떻게 끓여야 합니까?”

 “아니, 자네가 그걸 왜 물어?

동생이 어디 갔나?”

 “아니 저, 그게 아니라….”

 

원래 아침 당번은 나인데 그날 아침 오빠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주인 아주머니에게 미역국 끓이는 방법을 자세하게 듣고 있었다.

 “참! 미역국에는 꼭 조선 간장을 넣어야 한다네.

그래야 제 맛이 나지.”

 “아 예, 그런데 아주머니, 간장이 없는데 조금만 빌려 주시겠어요?”

 “그래? 그러지 뭐. 잠깐 기다려요.”

 

 그때 나는 이미 잠에서 깨 있었지만 왠지 일어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계속 이불 속에 누워 자는 척 했다.

잠시 뒤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새 오빠가 아침상을 들여왔다.

 “순남아, 일어나 어서 미역국 먹어. 생일 축하한다.”

 

  그날 아침 나는 오빠가 끓여 준 미역국을 맛있게 먹었다.

 

가난한 대학생이던 오빠가 비록 쇠고기 대신 계란을 풀어서 끓인

 

미역국이었지만 그 맛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 김순남 님 / 광주시 남구 방림동  

 



524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