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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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람은 정성으로 돕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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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01-08 ㅣ No.5427

없는 사람은 정성으로 돕지요

 

‘뜨개질 아줌마’ 최분순 님

 

하루 종일 뜨개질만 하는 사람이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4동에 사는 최분순 님(53세). 길을 걸을 때나 전철 안에서도 최분순 님의 코바늘은 쉴 틈이 없어 동네에서는 ‘뜨개질 아줌마’로 통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그이는 그 동안 손수 뜬 오색 덧버선들을 양로원이나 노인정, 가까운 교회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게 가져다 드린다. 게다가 틈틈이 문안 인사를 드리는 것은 물론 가끔 별식으로 죽을 끓여 대접한다.

 

“덧버선을 짜는 것은 제 천직이에요. 아픈 것도 없어지고 주위 분들도 도울 수 있으니까 저는 행복한 사람이지요.”

최분순 님은 어릴 적부터 정신분열증을 앓아 마음이 불안하면 발작 증세가 나타났는데, 1982년 뜨개질을 하면서부터 마음이 편해지고 발작도 많이 줄었다.

 

돈 주고 실을 살 형편이 되지 못하는 최분순 님은 편물공장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자투리 실을 모았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헌 스웨터도 마다 않고 주워 들었다. 이렇게 모아 온 편물들은 깨끗이 삶아서 말린 뒤 아내가 실을 풀면 남편 김학로 님(61세)은 단단히 감아서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는다. 버려진 못난이 실이 부부의 손길을 통해 색색의 예쁜 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색깔이 많이 들어간 것을 예쁘다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버선 두 짝을 만들 실이 모자라 다른 색깔을 섞어 만들어야 해요.” 오색 덧버선에는 한 올의 실도 버리지 않으려는 최분순 님의 알뜰한 정성이 담겨 있다. 1998년 서울시로부터 ‘자랑스런 시민상’을 받을 때도 시청에서 털실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뜨개질 아줌마는 버려진 것들만으로도 충분하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여덟 평짜리 영구임대 아파트에 사는 최순분 님은 막노동을 하는 남편 김학로 님(61세)이 5년 전 신부전증을 앓게 되면서 얼마 되지 않는 국가 보조금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취업을 나간 아들에게 해 준 것이 없어 늘 미안하다는 부부는 아침마다 아들이 사회에 필요한 일꾼이 되게 해 달라며 기도를 드린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으로 돕고, 없는 사람은 정성으로 돕는다”는 최분순 님.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올 겨울에도 ‘뜨개질 아줌마’의 따뜻한 손길이 담긴 덧버선들이 춥고 외로운 노인들의 마음을 덥혀줄 것을 생각하니 겨울이 그리 춥지만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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