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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이 내가 살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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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참혹했던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도 꽤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온 나라를 뒤덮었던 분노도, 슬픔도 점점 우리 기억에서 사라져갑니다. 이제 온전히 남은 것은 살아있는 가족들의 슬픔뿐인 듯 합니다.
아비규환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생존자들이 당시 받은 충격으로 인한 악몽과 싸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금쪽같은 자식들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은 죽음과도 같은 나날들을 겨우겨우 견뎌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시간도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남매를 한꺼번에 잃은 한 부부는 아직도 자녀들의 부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지금껏 단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아이들이 왜 그렇게 허망하게 먼저 가야 했는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을 거듭하던 부부의 머릿속에 퍼뜩 이렇게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건 억울하게 먼저 떠난 자식들에게 차마 보일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뭔가 의미있는 일을 찾자. 우리 아이들에게 미처 다 쏟지 못한 사랑을 누군가에게 주자. 사랑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을테니'하고 수천번도 더 다짐하면서 부부는 조금씩 마음을 잡아나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떠난 빈 자리에 더 큰 사랑을 필요로 하는 한 아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한 가련한 어린아이를 입양한 것입니다. 부부는 새 아이를 통해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사랑만이 끝내 절망을 치유할 수 있다는 진리를 말입니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착했던 너희들이 먼저 떠난 건, 남은 우리보고 그만큼 좋은 일 더 많이 하고 오라는 뜻이겠지? 그래, 엄마, 아빠가 그때까지 힘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게. 그러니 너희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야 한다"(이준희, 「세상 속으로」, 이문당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