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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10주간 월요일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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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게 아닙니다 . . . [나데릭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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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jangmee] 쪽지 캡슐

2007-07-06 ㅣ No.28661

 
 
 
 
                                          
 
 
 
        흔히 우리는 우리 자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나머지...
 
      "하느님께서 무엇을 원하시기에 나를 여기에 묶어 두실까?"
 
       혹은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따위의 의문은 품게 됩니다.
 
   
      신부인 나 자신도 사제로 살면서 여러번 하느님께 이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제가 1963년 강원도 춘천시에서 보좌로 있을 때 였습니다.
 
      그 해 크리스마스였습니다.
 
      분주한 성탄이 지난 다음날로 기억이 됩니다.
 
    
      주임 신부님은 서울로 나들이를 가신 뒤라,
 
      나 혼자 남게 되어
 
      처음으로 한국에 와서 맞는 외로움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즐거운 성탄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채,
 
      모두는 아침 미사를 끝내자마자 따뜻한 아침을 들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들을
 
      성당 밖 언덕위에서 내려다보고 서있던 나는
 
      불현듯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교회밖 추위 속에서 외톨이가 되어버린 나는
 
      깊은 상념 속에 하루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흠..  학교 시절 다정한 친구들,  지금쯤 고향 아일랜드에서
 
       다정한 처자권속들을 거느리고 따뜻하고 편안하게 지낼 것이고...
 
       옛 친구들과도 즐겁게 어울리고 있을텐데...
 
       나는 외톨박이가 된 채,
 
       가족도 없이 추위에 떨고 서 있으니...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하느님께서는 나를 택하셨고,
 
       그것도 내 집과는 먼 이곳으로 나를 부르셨단 말인가?'
 
 
      나는 추위가 더해서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녁상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리운 고향집의 훈훈한 불,
 
      맛있는 고향집의 저녁상,
 
      그리고 다정한 친구들 생각에 저녁을 설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여간 상을 물린 후,
 
      별로 할 일도 없었고 또 추워지기 시작하여 이불을 둘러 쓰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만인지?
   
      누가 문을 두드리기에 나가보니
 
      마리아라고 하는 한 소녀가 밖에 서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아버지가 몹씨 위독했기 때문에 나를 부르러 온 것입니다.
 
      나는 급히 성유와 성갑을 챙겨들고 찦차를 몰았습니다.
 
 
 
      시골 길을 한참 달려 마리아의 집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다음이었습니다.
 
 
      나는 마리아에게 아버지가 어디에 계시느냐고 물었습니다.
 
      마리아는 쌀가마니가 있는 벽을 가리켰습니다.
 
      가마가 있는 그 옆 구석에 누가 누워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순간 나는 그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불도 없는 깜깜한 방에서 그는 폐결핵으로 숨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와 꽤 긴 대화를 나눈 뒤 고해성사를 주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교회를 떠나 있었고,
 
      또 남기도 싶은 말도 많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는 성유를 이마에 발라준 후,
 
      내일 다시 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그가
 
 
      "저기... 제 아들은요..." 하고 물었다.
 
 
      "아드님이라구요?  어디 있는데요?" 하고 물었습니다.
 
 
      "신부님 바로 뒤에 누워있는데요."
 
 
      방이 너무 어두워 내 등 바로 뒤에 조용히 누워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그분의 아들을 미쳐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 아들 역시 폐결핵을 앓고 있었습니다.
 
 
      본명이 요한인 그도 그의 아버지와 같이 오랫동안 교회를 떠나
 
      지금 그것을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하고서
 
      마침내 성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춥고 어두운 좁은 방에서 크나큰 기쁨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새삼 나는 하느님과 그분의 크신 사랑이 무엇이며,
 
      성모님의 돌보심이 어떤 것인가를 얘기하는 가운데......,
 
 
      왜 하느님께서
 
      나신부라고 불리우는 나를
 
      정다운 고국인 아일랜드와는 거리가 먼 이곳 한국땅에 부르시고
 
      이곳 하느님 백성들과 지내도록 하신 뜻이 무엇인가를
 
      비로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밤도 으슥해져서 환자인 베드로와 요한에게
  
      내일 아침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 후 집을 나섰습니다.
 
      추운 문 밖에 서있는 마리아에게
 
      내일 아침 아버지와 오빠를 위해 미사를 드려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그 다음날.
 
      아침 6시 미사를 드리기도 전에 마리아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어제밤 아버지와 오빠가 같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두 분의 갑작스런 죽음에 놀랐습니다.
 
      그분들이 지난 수년 간 헤매며 기다린 것은 결국
 
      당신들을 하느님께 인도해 줄 나를 만나기 위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주님은,
 
      주님의 손길이 필요한 바로 그때에
 
      나를 통해 그분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게 하시고
 
      당신이 마련하신 곳으로 그분들을 불러가신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때로는 흘려버리기 십상이지만...
 
      하느님께서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어딘가 마련하고 계십니다.
 
 
      나의 일.
 
      나만이 해내도록 만드셨기에 하느님께서는 나를 택하신 것이요,
 
      나 또한 하느님의 일을 택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 [사목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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