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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묵주이야기] 129. “나를 위해 54일 기도를 바치신다니/이해영 클라라(서울대교구 망우1동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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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나의 묵주이야기] 129. “나를 위해 54일 기도를 바치신다니…” 이해영 클라라(서울대교구 망우1동본당) 평화신문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어머니께서는 무릎을 꿇게 하여 반강제적으로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게 하셨다. 아무 감흥 없이 반복되는 성모송,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 꿇은 다리에는 쥐가 났고 그 기도 시간이 전혀 평화롭지도 은혜롭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게 묵주기도를 강요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성모님과 묵주기도 신심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청년이 되어서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에도 캠프나 성모의 밤 행사 외에 묵주를 손에 쥔 기억이 없으니 속된 말로 날라리 신자였다. 축복 속에 혼인성사도 받고 성가정을 이루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하니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았고 기도 생활이 습관이 안 된 나는 금세 지쳐버렸다. 우울증도 오고 미사도 점점 빠지면서 급기야 냉담을 하게 되었다. 왠지 잘 키울 자신도 없었고, 이런저런 두려움에 휩싸이던 중 성모상에 걸려 있던 묵주가 눈에 들어왔다. 하늘색 묵주기도 책을 펼치고 묵주 한알 한알을 굴리며 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 중1 때 반강제적으로 바친 이후 자발적으로는 처음이었다. 부담 갖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 기억만 하라고 하셨다. 아무리 신자이지만 모르는 분이 나를 위해 정성껏 기도해주신다니 마음이 울컥 일었다. 태어난 아기도 세례를 받았다. 그 아기가 자라서 지금은 복사도 서고 반주도 한다. 아이를 통해 묵주기도를 다시 하게 해주신 주님과 성모님께 감사드린다. 알지도 못하던 반장님의 정성된 묵주기도 선물 덕분에 이제는 나도 누군가를 위해 매일 묵주기도 선물을 보낸다. 길 가다 마주친 힘든 상황의 이웃을 위해, 뉴스에 나오는 절박한 누군가를 위해서도 묵주기도를 바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