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3일 (목)
(녹) 연중 제7주간 목요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성지순례기]죽림굴..최양업신부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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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simon] 쪽지 캡슐

2000-10-23 ㅣ No.295

최양업신부님을 만나다...사실 이었을까요....

제 느낌은 정말 사실 이었습니다. 물론 제 눈앞에 나타나셔서 ’어디가니’말을

걸던 것은 아니지만 죽림굴을 찾아가면서 저는 최양업신부님을 만날 수 잇었습니다.

 

죽림굴은 천왕산 건너편인 간월산의 아주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석남사에서 또는 살티공소에서 배냇골로 가는 차를 잡아탔습니다.

 

한 20분정도를 가니 산의 정상으로 오릅니다. 천왕산으로 갈라지는 이산은

1250미터의 높은 산이더군요...

 

아까도 말했지만 산을 이루는 장관이란....

제가 군대잇을때 을지전망대라는 곳을 갔었는데 그곳에서 망원경으로 보게된

금강산의 절경과도 맞먹을 정도였습니다. 산과 산이 포개지듯 놓여있고 그 위로

구름이 감싸고 있습니다. 차를 태워주신 아저씨께서 다른 곳으로 가는 방향이라

이곳에내려 잠시 주위를 구경했지요...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라 한동안 멍하니

바라 보았습니다.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저도 이렇게 멋진모습이니 다른 사람들

에게는 얼마나 멋있을 까요...

그래서 인지 이곳을 ’경남의 알프스’라고 부른다더군요...단풍이 가득한 가을 산..

 

이런 감상적인 생각을 접고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온 후라 구름이 낮게

내려앉아서 구름인지 안개인지를 헤치며 걸었습니다. 배냇골로 들어가는

내리막길은 한 30분정도 걷고나니 온 다리가 힘이 풀려서 후들후들 하더군요..

역시 내리막길이 더 어렵습니다.

 

밑의 마을로 내려오니 죽림굴을 알리는 입간판에 이곳에서부터 3.5km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정말 고민많이 되더군요...가야하나....여기서부터는 산을 올라야하는데

말이 좋아 3.5km이지...그냥 평지도 한시간을 걸어야 하는 길인데....

 

잠시간 고민을 하고 죽림굴로 오르는 길 입구에 배낭을 풀어놓고 신분을 알리는

제 표시를 붙여둔뒤 뒤로 안돌아보고 올르기 시작했습니다.

 

경사가 그렇게 가파르지는 않지만 꼬불꼬불 한길이 계속됩니다. 간격이 넓어서 차

도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보통 운전실력으로는 어렵겠더군요....

10분오르고 땀닥고 또 20분 정도를 오르니 머리가 띵했습니다. 도무지 올라갈 수

잇을 것 같지 않은 마음이 들길래 그냥 계속 걸었습니다.

40분정도를 지나니까 조금 길이 내려가면서 평평한 길이 계속됩니다.

거기서 안내판을 만낫는데 1.4km를 더 가야한답니다.

정말 앞이 깜깜했지만 계속 걸었습니다. 주변의 경관이 무지 이뻣는데 그거 볼

여유가 없더군요....어질 어질 한게...탈수가 오는 것 같았습니다. 산을 잘타는

사람들은 비웃겠지만 산이라고는 동네 뒷산도 싫어하는 저로서는 너무 힘들더군요

밥을 안 먹어서 그런지 정신이 멍해집니다...고산증인가.....쓰쓰...

그때 속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최양업 신부님께...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에 포기

하지 않도록 해달라구... 그때 산을 오르는 신부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더군요...

하얀장포에 갓을 쓰신...

 

그렇게 올라간 죽림굴...마지막 오르막을 오르면서 묵주가 두알이 남았을때 보게된

죽림굴이라는 표시.... 죽림굴에서 바라본 앞산의 모습...구름이 내려와서 앞산은

희미하게 보엿지만 밑으로 보이는 산의 모습이 좀 아찔하더군요...

 

죽림굴은 박해때 교우들이 포졸들을 피해 숨어들던 동굴이었습니다. 김영제의 누이

였던 김아가다는 박해때 포졸들에게 자수해 잡혀가던중 포졸들이 김아가다를

능멸하려고하자 도망쳐 이곳으로 피신을 옵니다. 그리고는 바로 탈수로 정신을

잃어다고 합니다. 김아가다는 이곳에서 최양업신부님을 도와 신앙생활을 하고

때로는 마을로 내려가 동냥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답니다.

 

죽림굴은 또 최양업 신부님께서 마지막 서한을 쓰신 곳이기도 합니다. 대재공소

였던 이 죽림굴에서 신부님은 미사를 집전하시기도 하셨답니다. 신부님의 마지막

서한중에는

"이제 더 이상 피할 수가 없습니다. 곧 저도 잡혀갈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

다. 그만큼 당시의 상황이 안좋았고 신부님은 이 죽림굴에서 순교를 결심하시기도

하셨던 곳이지요...

 

죽림둘의 입구는 좀 작은 편인데 그 안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한 50여명의 사람들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굴이 나타납니다. 당시에는 이곳에서 100여명의 교우가

피신을 했다니 그 당시의 생활이 눈에 그려집니다.

 

죽림굴에서 최양업 신부님께 기도를 하고 이런 저런 말씀을 드리고 난 후

다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본 주변은 절경이더군요...단풍...

단풍이라는 게 그렇게 이쁜지 첨 알았습니다. 다시 산밑으로 내려와서 다리가

후들거려 한참 동안 기다리다 지나가는 트럭을 타고 언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대구의 관덕정으로가기위해 지금은 대구에 잇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무척 벅찹니다. 정말 많은 고민중에 성지순례라의 참 맛을 느끼게

된 것 같아서 입니다. 모두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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