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자유게시판

[RE:25778]편들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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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경 [kreuz] 쪽지 캡슐

2001-10-26 ㅣ No.25781

(실명을 쓰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제가 님을 알아서 좋을 게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왜 익명 뒤에 숨으시는지....^^)

 

저는 어느쪽도 편들지 않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게시판에서 말한 만큼만 대답할 뿐입니다.

그 이상은 저도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명예훼손 운운하며 전청구씨를 협박한 기억도 없습니다.

 

저는 단지, 성범죄는 형법상의 죄이며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전청구씨가 그토록 원하는 사제직무정지와

사제직 박탈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린 것 뿐입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고 왔는데......)

 


 

형법상 범죄가 되는 사실을 저질렀다고

누군가를 공개적인 곳에서 말할 때에는

예...말씀하신 대로 확고한 것이 아니고는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전청구씨께 그걸 요구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곳의 정보 정확도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저는 여자이고,

전청구씨나 님보다 더 성폭력이라는 문제에 대해

어떤 절차를 밟아 조사하며 어떻게 재판이 진행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전공이 법학이었고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강간사건의 경우 여자가 쾌감을 느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검사도 있습니다.

쾌감을 느꼈다면 강간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서죠...

저항하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니 강간이 아니란 논리도 있지요.

여자가 반항하면 남자가 강간을 절대 할 수 없다..이런 말도 있지요.

가뜩이나 주눅 든 여자에게

얼마나 들어갔느냐, 옷을 어디까지 벗겼느냐 묻는 인간도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 대해 여자가 얼만큼의 수치심을 느끼는지

같은 여자가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가 관련된 사건에 대해

무조건 ’yes라고 말해서도 안 되며,

 

침묵이 중립인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침묵은 ’동의’ 내지는 ’찬성’을 의미할 뿐입니다.

일제시대때 친일파와 독립군 사이에 계시던 그 수많은 침묵한 분들이

중립적이었습니까?

전 친일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일 뿐입니다.

’나와 상관 없는 일이니까 어떻게 되건 상관 없어’라는 생각이

침묵으로 유도한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저는 통신망을 통해 많은 신부님들을 봤고

많은 상담케이스들을 읽어봤습니다.

그중 절반이 진실이었고, 절반은 모함이었습니다.

거기에 휘말려서 상처를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것은 이미 말씀드린대로

게시판에서의 누군가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이 드러나기까지,

어느쪽에도 기울어지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누군가의 인생과 삶에 관련된 일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저도 여자이지만

여자가 모두 피해자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어느 신부님을 모함하려던 케이스의 주인공인 여자애를

너무나 잘 알고,

그 여자애에게 더이상 성당 주변에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문은 여전히 뒤집어서 돌아다니더군요.

 

그리고 어느 섬 본당 신부님 말씀을 하셨죠.

거기에 관련되어 쓴 제 글은 안 읽어보셨군요.

 

그 글이 천리안 가동 게시판에 올라왔을 때

제가 한 말은 역시 같은 말이었습니다.

’당신의 글만 읽고 신부님을 비난할 수 없다’

’그 신부님이 답변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말을 100% 믿지 않았다는 것 뿐입니다.

그것이 잘못이었습니까?

생전 보도 듣도 못하던 사람이 나타나서

악의적인 조롱조의 글을 올리는 것을

왜 제가 믿고 받아들여줘야 합니까?

오히려 그게 제겐 무리한 요구로 들려집니다.

 

그 얼마 후 그 본당에 잘 아는 분이 다른 이를 통해

천리안 게시판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다른 동호회를 통해

그 신부님과, 그 본당 신자분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제로의 삶에서 몇 가지 실수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때 그분이 게시판에 올렸던 일들은 모두 악의에 찬 거짓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그분의 글에 성급하게 판단하고

덩달아 그 신부님을 비난했다면

그것이 거짓이라고 드러났을 때 제가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저는 앞으로 다른 글들이 올라와도

침묵하지 않을 겁니다.

침묵은 도피의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 약자라는 선입견 때문에

일방적으로 편들고 시작하지도 않을 겁니다.

저는 항상 근거를 요구하고 논리를 요구하며

’왜?’라는 질문을 던질 겁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몰라도

저는 제가 100% 옳게 모두를 판단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근거 없이 성급하게 판단하고 단죄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유 신부님이 무고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이

자신의 입으로는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목으로 돌아가신 것을 기억하십니까?

그때 누구 하나가

’정말 그렇게 말했었는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까?

 

침묵하고 묻지 않는다면

우리는 수많은 무고한 십자가를 세우는 것이 될 것입니다.

 

쉬운 판단과 쉬운 단죄는

하는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받은 사람에게는 평생의 상처가 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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