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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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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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2-07-12 ㅣ No.7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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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 마태 10,7-15
 

 

 

“가서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 환자들을 깨끗하게 해 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죽음 안에 삶이 있습니다.>

 

 

    세상살이가 너무나 힘들어진 요즘입니다. 더 이상 단 한치 앞도 앞으로 나아갈 길 없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할 때 마다 그렁저렁 살아가는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참혹한 하루하루를 온 몸으로 견뎌내는 분들의 모습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제가 정말 싫을 때도 많습니다. 너무나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이웃들 앞에 때로 하늘나라에 대해서, 복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송구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딜 수 없는 참혹함을 느낄 때 마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아직 살아있다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한 기대와 자비를 버리지 않으셨다는 표시입니다. 따라서 아직 살아 있다면 우리 발길을 가로막는 수풀 키가 높다 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삶 안에 죽음이 있듯이 죽음 안에 삶이 있습니다. 죽음을 각오한다면, 죽기 살기로 애써본다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입니다.

 

    하늘나라는 우리 인간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데서 출발합니다. 하늘나라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주님, 제가 이렇게 부족합니다. 제가 이렇게 문제투성이입니다. 제 힘으로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주님 당신의 자비, 당신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라고 외치는데서 하늘나라는 시작됩니다.

 

    하늘나라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우리가 그토록 고수했던 나만의 생활방식, 헛된 망상, 상습적 죄의 상태, 극단적 자기중심주의를 탈피하는데서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입고 있었던 낡고 냄새나는 세상의 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하느님께서 건네시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새롭고 향기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장소가 바로 하늘나라입니다. 그 순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대 자유’라는 선물에 힘입어 더 이상 그 어떤 유혹, 그 어떤 시련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게 되는 것이 바로 하늘나라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베푸시는 풍성한 자비와 사랑에 힘입어 우리가 그간 지니고 왔던 갖은 상처와 아픈 기억들이 말끔히 치유될 뿐 아니라 우리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지니고 살아가는 근본적 한계, 태생적 결핍들이 온전히 충족되는 곳이 바로 하늘나라입니다.

 

    그런데 이 지상에서부터 그런 하늘나라를 온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웃들을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분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일찌감치 삶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이 깨달은 진리란 지금 우리 눈을 현혹시키는 그 모든 좋아 보이는 것들이 사실 다 지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청춘도 가고, 사랑도 가고, 불변의 진리라고 여겼던 것들도 시들해지고, 결국 지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 결국 하느님만이 영원하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을 찾은 사람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목숨 걸고 추구하는 것들이 사실 아침이슬 같다는 것, 참으로 허망하고 무가치하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나를 죽일 때 하늘나라가 시작됩니다. 흥미롭게도 나를 내려놓을 때, 하늘나라는 가까워집니다. 정말이지 나를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 보낼 때 내 삶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고 내 안에 하늘나라가 건설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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