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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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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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1-12-22 ㅣ No.3061

12월 22일 루가 1장 46-56절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레입니다. 주님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

 

오늘 아침 복도를 지나가다가 평소에 제가 각별히 눈여겨보고 있는 한 아이를 만났습니다. 환한 얼굴로 제 품에 안기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예뻐 보여서 꼭 안아주었습니다. 제 품에 안겨서 건네는 아이의 말은 더욱 제 마음을 기쁘게 했습니다. "신부님! 그거 아세요? 이번 성탄제때 제가 사회 볼 거예요. 그리고 또 그룹 댄스도 하고 또 내년부터 학교 다닐거예요." 신이 나서 조잘거리는 아이의 모습은 참으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아이가 행복해 보이니 저 역시 너무나 행복했고 그 좋은 기분이 하루 온 종일 지속되었습니다.

 

제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었던 그 아이, 사실은 지난 가을 저희들의 마음을 참으로 아프게 했던 아이였습니다. 아이 스스로 무진 노력했었지만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을 떨쳐버리지 못해 느닷없이 가출을 해서 저희 모두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아이였습니다.

 

다행히 연락이 닿아 오랜 가출 끝에 귀가한 아이의 몰골은 참으로 볼만했었습니다. 워낙 피부가 안 좋은 아이였는데, 나가서 제대로 씻지도 않고 아무데서나 잠을 자다보니 아이는 악성 피부병으로 고생이 극심했습니다. 그런데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 야단맞을까봐 잔뜩 주눅이 든 얼굴, 미안해하는 표정, 참으로 보기가 안쓰러워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가엾어 보였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아이가 이제 너무도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우리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이 아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하느님께 감사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아이가 마음을 잡기까지 무진 고생을 했던 사감 수사님들과 선생님들, 담당 신부님의 노고에 감사 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랑스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성모님을 생각합니다. 성모님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까지 참으로 부족한 존재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선포되고 있는 성모의 노래에서처럼 성모님은 한낱 비천한 여종의 신세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의 만남으로, 또 그분의 은총으로 그 비천한 여종 마리아는 하느님으로부터 높이 높이 들어올림을 받습니다. 그리고 결국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진정 하느님은 특별한 분이십니다. 모든 것을 뒤집는 분이십니다. 모든 것을 변화시키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모든 인간적인 사고방식을 뒤엎으시는 분이 바로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지금 견디기 힘든 십자가를 지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지금 죽음보다 더한 상처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모든 것을 뒤집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머지 않아 반드시 우리가 겪는 그 고통과 십자가 죽음은 주님 안에서 기쁨과 행복, 은총으로 변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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