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자유게시판

준비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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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yeswell] 쪽지 캡슐

2002-04-10 ㅣ No.31902

준비된 죽음

지난 4월 4일 저는 창원에 계시는 작은 아버지로 부터 큰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받았습니다.밤 10시경이었죠. 77세로 운명하셨습니다.

평생을 땅과 함께 농사를 지으시며 저희 집안의 신앙지주로서 가난하지만 평범하게 살아온 촌노의 죽음이었습니다.그분으로 인해 저희집안은  모두가 신앙안에서 한 공동체 가족을 지켜왔습니다.

연락을 받은 다음 잠자리에서 일어나 그분을 위해 연도를 바치고 다음날 창원으로 향했습니다.내려가면서 그분과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 묵상을 하겠다는 생각은 차안에서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원인을 알 수없는 복통과 마음의 심란함으로 식은 땀을 죽죽 흘리며 겨우겨우 창원 파티마 병원에 도착했을 땐 저도 많이 지쳐있었습니다.장장 7시간이 걸린 여정이었습니다.

 

제가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영안실은 차분했습니다.곡소리도 기도도 모두 끝난듯 하였습니다.그리고 큰어머니를 만나뵙고 큰아버지의 임종사연을 듣게되었습니다.

그분은 여느 평소와 다름없이 아픈곳 없이 지내왔답니다.단지 그날은 큰집 뒷산300여미터 중턱의 가묘자리를 보고 오셨답니다.원래 그산이 골프장 땅인지라 눈을 피해 그분이 누우실 자리를 미리 가분묘를 만들어 놓으셨습니다.그옆에 나란히 큰어머니의 묘도 손수 만들어 놓으셨답니다.

돌아가시던 그날 큰어머니와 함께 산에 오르신 두분은 서로의 묘자리를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셨답니다. "내묘에는 쑥이 자라지 않는데 당신묘에는 쑥이자라네?"하며 천연덕스럽게 웃으셨답니다.

그러다가 묘를 살피시던중 당신의 묘에 물이 스며드신다며 갑자기 묘를 그위의길가 언덕에 자리한 저의 아버지 묘옆에 눕고 싶으시다고 하시면서 가묘의 흙을 손수떠다가 저의 아버지 산소옆에 옮겨 놓으시고 저의 어머니 나중의 묘자리와 나란히 당신의 자리와 또 그옆에 큰어머니의 묘자리를 쓰라고 당부하셨답니다.

일을 끝내시고 산턱의 집으로 돌아오신 두분은 저녁식사를 하셨으나 그분은 그날따라 별로 먹고싶지 않다며 식사를 마다하시고 큰어머니가 챙겨주신 사골국물 한그릇과 베지밀 하나로 저녁을 하셨답니다.

여느때처럼 두분이 자리에 나란히 누워 TV드라마를 보시다가 일어나셔서"우리 오늘 저녁만과 안드렸제?"하시며 두분이서 평소와 같이 저녁기도를 드리시고 다시 자리에 누우셨답니다.그러다가 저녁 9시경 두서번의 기침을 하시드랍니다. 평소에도 간혹하시는 기침이라 큰어머니는 별 대수롭지않게 생각하셨답니다.그러더니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두분이 서로 누워 마주보게 되었는데 살며시 쳐다보며 웃으시더니 눈을 감으시더랍니다...그것이 그분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런 고통없이 잠들듯이 아주 평안 하게 돌아가셨답니다.

담담히 말씀하시는 큰어머니는 사랑 가득한 노인의 눈빛으로 저를 안아주셨습니다.저는 큰어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큰어머니 큰아버지께서는 분명히 천국에 드셨을 겁니다.큰아버지는 평생을 농사로 일생을 보내신 분이시지만 그 믿음 생활만큼은 참으로 큰 공덕을 쌓았다고 생각되요.그분의 흐트러지지 않는 믿음생활로 이렇게 많은 우리가족 형제 손주들이 신앙안에 머물수있도록 해주셨고 돌아가실 때에도 참으로 복되게 죽음을 맞으신것 같습니다.그것은 주님께서 배푸신 크나큰 은사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런것같습니다.마침 4월5일이 휴일이고 창원에 있는 그분의 형제들과 결혼 분가한 자식과 조카들 모두가 본당이 틀려 여러군데 성당에서 여러 신부님들과 수많은 신도들이 그분을 위해 연도를 바치고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저희어머니를 통해 들었습니다.어머니께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도오는 것은 처음보았다고 감탄해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로 몇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수많은 희로애락을 거치며 살아가고 갖가지 수고와 때로는 시련과 고통을 겪으면서 생을 살아갑니다.저는 그중에서 인간이 숙명처럼여기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제일 크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기의 생명을 세상의 그무엇보다도 중히 여깁니다.하찮은 벌래들도 그러합니다.그래서 저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마지막 십자가가 곧 죽음이라고 생각됩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십자가 앞에서는 두려움을 가집니다.그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이기도합니다.

죽음을 잘묵상하면 성인의 길로 간다고 합니다.

우리 믿는 이에게는 죽음이 곧 새로운 생명에로 가는 아름다운 문입니다.

그러나 그고백은 우리가 죽음조차 뛰어넘는 강건한 신앙을 지녔을 때입니다.저자신 아직도 연약하기에 막상 죽음앞에 두려움이 많습니다.

저는 때때로 그러한 유혹앞에서 가슴떨리기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있습니다.

하느님의 법령을 따라 사는 삶.

그법령을 기쁨으로 지켜가는 사람.

자기에게 주어진 작지만 소박한 삶도

최선을 다하고 주님의 뜻을 쫓는 사람.

삶속에 주어진 어떤 십자가도

헌신과 사랑으로 인내하며 기꺼이 짊어지고 가는 사람.

놀라운 일을 행치는 않으나 오늘을 영원처럼 변치않는

항구한 믿음을 지켜가는 아름다운 사람은

인생의마지막 죽음도 아름답게 지켜질 것이라고

비록 그것이 세상사람들의 눈에는 고통스럽고 허무하고 추할지라도

그순간에도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기에

그사람의 삶은 축복받은 죽음이 되리라고

그리하여 새로운 생명을 입을 것이라고...

 

우리 또한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 삶속에 주님의 현존이 함께할때

죽음의 그때도 주님께서 친히 함께하실 것입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모든 것이 완전해질 것입니다. 아멘.

 

"죽은 모든 이들의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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