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자유게시판

Re : 34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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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자 [devout] 쪽지 캡슐

2002-06-03 ㅣ No.34602

34571 번을 읽고 나니....

이런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옛날에 어떤 스님이 계셨습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수행을 쌓아 인격이 두루 갖춰진 스님이었습니다.

어느날 그 스님이 친구 스님과 함께 외출을 했습니다.

개울에 이르렀는데 그곳에는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정말 다급한 일로 그 개울을 꼭 건너야 했는데 건널 방법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 스님이 그 여인에게 등을 돌려대며 건너다 주마하고 말했습니다.

머뭇거리던 그 여인은 스님에게 업혔습니다.

그리고 강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그 스님과 친구 스님은 가던 길을 계속 갔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 스님은 그 처사가 매우 못마땅했습니다.

한시간이 넘도록 그 스님에게 비난을 해댔습니다.

자네는 그러고도 수도를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수도자의 몸으로 여인과 육체적인 접촉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자 묵묵히 듣고만 있던 스님이 이랬습니다.

난 그 여인을 한시간 전에 이미 내려 놓았는데 자네는 아직도 업고 있네그려.

 

정원경님.

님이 그 동안 명쾌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게시판에 좋은 글 올려주셨던 것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님의 마음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무슨 글이 올라오든 그저 묵묵히 보고만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처럼 말입니다.

 

님이 글에서 말씀하셨죠...

뒤에 나타나셔서 ’사랑으로 감싸지 못했으니 너희가 더 나쁘다’라고 말하는 분들은..

과연 처음에는 어디에 계셨었을까요...? 라고 말입니다.

 

처음부터 전 여기에 있었습니다.

비겁하게 숨어 있다가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님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아니면 님과 반대되는 사람으로만 나누어져 있다면....

게시판에서의 토론은 불가능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비겁해서, 소심해서 님처럼 글을 올리지 않은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 자제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님은 그 점이 상당히 서운하신 모양인데....

그렇게 조용히 있는 사람들이 없다면....

님이 올리는 글도 아무런 가치가 없지 않습니까?

이렇게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은....

어쨌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글을 보이고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 위해서일텐데 말입니다.

 

님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모든 사람들은 이곳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님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고개를 기웃하기도 합니다.

게시판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선도의 대상도 아니고, 훈계의 대상도 아니며, 무시의 대상은 더욱이 아닙니다.

 

 

님께서 분통을 터트리시는 것....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앞에 말씀드린 친구 스님의 우를 범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제 그만 그 여인을 내려놓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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