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7월 24일, 강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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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 [lalee] 쪽지 캡슐

2013-08-06 ㅣ No.2617

하느님 창조의 완성은 바로 평화입니다.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박도현, 송강호 구속 24일째 724일입니다. 무더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제인가부터 햇빛 알레르기가 생겼습니다. 아마 강정 지킴이들 공통된 현상입니다. 뜨거운 제주의 태양에 화상 12도는 기본입니다. 그래서 강정천은 강정을 지키는 지킴이들에게나 강정을 방문한 이들에게는 오아시스입니다.

11시부터 1시간 반 동안 봉헌되는 강정 생명평화미사. 해군기지 사업단 정문과 공사장 정문을 지켜주는 수녀님들이 고맙고 신도들이 고맙고 사제들이 고마워 지킴이들이 물을 뿌려줍니다. 이일도 조금씩 꾀가 나서 물 뿌리는 조리에 끈을 달고 강정교에서 강정천 아래도 물조리를 내려서 물을 길어냅니다. 세상이 이렇게 큰 우물이 여기 말고 어디에 있을까요! 똑똑하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웃고 하면서 이 더위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평화의 인간띠 잇기를 시작하고 오늘 제일 긴 인간띠를 만들었습니다. 강정을 방문한 대학생들과 인천에 공부방 친구들 그리고 영광군 농민회. 인간띠 잇기를 하는 지킴이의 표현이 오늘 1.5배 기쁜 날이라고 합니다.
84일 주일입니다. 8412시 우리의 마음으로 모아 저 전쟁기지 강정 해군기지를 감쌀 것입니다. 사람만이 희망이고 평화이기에 우리는 강정천에서부터 강정포구까지 평화의 인간띠를 이어 전쟁기지를 포위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기도 부탁드립니다. 삼성의 불법공사를 촬영했다는 이유로 구속이 된 송강호 박도현 수사님께 84일 평화의 인간 띠 있기 행사 성공 소식을 알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때입니다. 오늘 미사시간 경찰은 우리의 미사를 보장해 주었습니다. 경찰이 없으면 우리는 종교의 자유를 누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됩니다.
 
송강호 박사님의 글을 전합니다.
 
2013718일 목 맑고 뜨거움
술수에 빠져도 삶은 환희다. 오전에는 권오현 평통사 어르신께서 접견을 하시고 곧 이어서 김인숙 변호사님과 재판 문제에 대한 상담이 있었다변호사님이 내가 구속된 이유 중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전했다. 내가 6월과 7월에 어떤 재판이 있었는데 내가 모두 불참했단다. (체포된 날이 71일이므로 7월 재판에 대해서는 거론할 이유도 없다.) 나는 통보 받은 바 없었다고 하니까 우체국 직원이 집에 수취인이 없으며 그냥 가버려서 내 주소가 수취인 불명지가 되었고 내가 주거 불명자로 인식되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했을 수 있다는 거다. 분명히 거짓이거나 술수다. 법원과 경찰은 내 전화번호를 알고 있고 자기들이 필요할 때는 언제나 전화로 연락해서 내게 통보했었다. 지난 6월에도 내게 법원 직원이 전화를 해와서 강정마을 평화센터 앞 사거리에서 내 무인을 받아 간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도주 우려자로 낙인을 찍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아마도 이 재판이라는 것도 작년 크리스마스이브 때에 시민불복종의 차원에서 일인시위를 했었던 것인 모양이다.

아련히 기억이 난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참 우울했던 밤이었다예년 같으며 샘터에 모여서 노래와 선물교환, 초대된 손님들로 북적거렸을 그 소중한 밤을 작년에는 잃어버렸다. 샘터는 불타서 검은 암흑이 되었고 샘터식구들은 물론이고 우리 가족들도 뿔뿔이 흩어져서 각자의 자리에서 이 축복된 밤을 쓸쓸히 지냈어야 했다. 나는 외롭게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명절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몇 사람의 지킴이들만 공사장 정문 앞 천막을 배회하다가 사라졌다. 그날 밤에도 공사를 위해 덤프트럭들이 들락거렸다. 성탄전야는 평화를 위해 서로 다투거나 싸우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랬다. 이 날 만큼은 우리 인간의 탐욕 때문에 시멘트에 파묻히고 바위에서 깨어지는 하나님의 피조물들에게도 평화가 임하기를 원했다깨지는 마음으로 찢기는 심정으로 차량을 막아 세웠다. 제발 오늘만큼은 우리 모두 쉬자고 호소했지만 그 간절함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무덤덤하게 모든 사실을 다 인정했다그러나 나는 위력으로 그 25톤 트럭을 맞설 수도, 그럴 의향도 없었다. 단지 아기 예수님이 오신 날, 제발 이 날만은 이 땅에 평화가 임하기를 원한다는 나의 슬픈 마음을 표현했을 뿐이다. 왜 우리 인간들이 이렇게 탐욕스럽고 이렇게 무정해 졌을까? 또 다른 재판이 대두되었다는 새로운 소식은 그리 기분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골방에 앉으니 마음이 더 어둡고 우울해졌다그렇지만 다시 마음을 추스른다하나님께서 내 길을 인도하실 것을 믿자. 내가 형을 두려워했으면 굳이 강정에 머무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나는 이곳에 저항하러 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처벌이다난 이 처벌이 두렵지 않다.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워할 수 있고 편지로 소통도 할 수 있고 비록 따뜻한 손길이 닿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눈동자를 보며 이야기도 할 수 있는데 무엇이 불만이랴.

연로하신 아버님을 위해 편안한 방 한 칸 마련해드리지 못해서 서운하고 잘 걷지 못하는 아내를 돕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그것까지도 하나님과 공동체 식구들에게 의지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돌이켜보면 강정에서 죽을 뻔 했던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아침 새벽 아직 어두울 때 바다에서 배와 충돌해 배의 스크류로 왼쪽 다리의 뼈가 보이도록 갈린 적도 있었고 새벽에 구럼비 바위 위에서 기도하다가 여울성 파도에 부딪혀 바위에 머리가 부딪혀 죽을 뻔 했던 적도 있었다. 차 밑바닥에 머리가 낀 상태에서 여섯 명의 경찰이 내 다리를 잡아당겨 목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을 당한 직후에는 차라리 그 때 죽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여러 차례 했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래도 살아서 숨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식사하고이야기 하고, 산책하고,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이 더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환희다.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다이 감옥 안에서 조차도 살아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소박하고 가난하게 살자 이웃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간직하며

강정 생명평화 미사 
월요일 오전 11시 오후 4시
, 화요일 ~일요일 오전 11

강정의 평화를 위한 기도 매일 12시 부터 12시 30분 사이
강정의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와 강정아를 봉헌 합니다.
각자의 장소에서 기도로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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