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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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많은 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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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11-23 ㅣ No.4287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마태오 25장 31-46절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목>

 

교정사목(재소자나 출소자들을 위한 봉사)에 투신하고 계시는 분들을 옆에서 뵐 때마다 존경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특히 작년 이맘때 선종하신 한 골수 교정사목 봉사자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이분의 삶은 교도소 방문, 재소자들을 위한 기도, 재소자들 챙기기 빼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재소자들을 언제나 "내 아들"이라고 부르면서 마치 친자식처럼 대하시던 모습, 미사 때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시고 재소자들 사이에 앉아 있던 모습, 졸고있거나 딴전 피우는 재소자들 등짝을 사정없이 내리치시던 모습, 재소자들 역시 그런 할머니를 친할머니 대하던 모습이 아직도 제 기억에 선합니다.

 

일찍이 홀몸이 된 할머니는 이일이야말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는 확신을 가지신 다음부터 한평생 교정사목에 투신하게 됩니다. 할머니의 투신은 말마디 그대로 몸을 내던진 투신이었습니다. 재소자들뿐만 아니라 출소한 사람들까지 챙기려다보니 자연스럽게 유산으로 물려받은 전 재산을 다 털어 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임종하시기 전 투병생활을 하시는 동안 치료비조차 없이 단칸 셋방에서 고생하셨습니다.

 

교정사목은 다른 사목보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목임이 분명합니다. 교도소나 구치소, 소년원의 그 높은 담장이나 철창을 내 집 드나들 듯이 왕래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담스런 일입니다. 또한 그 안에서 희망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안쓰럽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출소해서 잘 지내려니 했는데, 어느새 또 들어와 앉아있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화가 치미는 일입니다. 사람들의 인식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 잘못했는데, 당연히 고생해야지요. 그런 일 안 하는 게 좋아요." 시간투자, 돈 투자,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도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정사목에 한번 투신한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교도소나 구치소, 소년원으로부터 발길을 끊지 못하는 이유가 한가지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교도소나 구치소, 소년원 방문은 복음에서 권고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장 바라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소자들의 삶 안에는 고통 당하시는 예수님의 흔적이, 예수님의 얼굴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고 말씀하시면서 특별히 나그네를 따뜻이 맞아들이고, 거지들에게 옷과 음식을 주고, 갇힌 사람들을 방문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아버지께로 돌아가시면서 완전히 우리와의 관계가 절연된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그분의 협조자이신 성령께서 오셔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예수님께서는 어려운 사람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 말을 다른 말로 바꾸자면 우리는 이 세상 안에서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극도의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힘에 겨운 십자가를 겨우겨우 지고 가는 사람들이 또 다른 예수님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이 하루가 진정 살아있는 하느님을 발견고자 노력하는 하루, 그리고 그분들을 예수님 섬기듯 극진히 섬기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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