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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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뎌내야 할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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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2-20 ㅣ No.4548

2월 21일 연중 제6주간 금요일-마르코 8장 34-9장 1절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견뎌내야 할 그 무엇>

 

저희 수도원 식사시간은 하루 여러 순간들 중에서 가장 활기를 띠는 시간입니다. 순식간에 식사를 마친 회원들은 몇 번이나 들어도 지루하지 않는 에피소드나 최신판 농담 시리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어제는 한 원로 신부님께서 이런 의미심장한 농담을 하나 해주셨습니다.

 

바가지 긁는 솜씨가 보통이 아닌 60세 된 젊은 할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워낙 성격이 독특하고 집요했기에 동갑내기 젊은 할아버지가 한평생 겪어온 고통은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너무도 큰 십자가였습니다.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할아버지는 30년 전 신혼 때 그 상냥하고 아리따웠던 아내의 모습이 너무도 그리웠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사람이 변해도 저렇게 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하느님께 따졌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간절한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느님,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제 아내를 30년 전으로 돌려주십시오. 지금보다 30세만 적게 만들어주십시오. 하느님, 결론은 지금 제 아내의 나이를 저보다 30세 적게 만들어주십시오. 꼭 부탁드립니다."

 

60세 된 젊은 할아버지의 기도가 너무나 간절했던 나머지 마침내 그 기도가 하늘에 닿았습니다. 정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할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실망스런 쪽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간절히 기도하고 난 바로 그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할머니는 60세 그대로인데, 할아버지가 90세로 바뀌어 있었다는 감명 깊은 이야기입니다.

 

인생이란 저마다에게 주어진 하나씩의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는 여행길입니다. 그런데 묘한 일은 그 십자가를 떨쳐버리고자 노력하면 할수록 더 큰 십자가가 뒤따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세상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십자가란 어떻게 해서든 피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라 기꺼이 견뎌내야 할 그 무엇, 차라리 기쁘게 겪어내야 할 그 무엇입니다.

 

그리스도교은 십자가를 거절하는 종교가 아니라 십자가를 짊어지는 종교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에서는 십자가를 교묘하게 피할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주어진 십자가를 끝까지 지고 가라고 가르칩니다.

 

예수님 역시 십자가를 물리칠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러 이 세상에 오셨지 십자가를 치워버리려 이 세상에 오신 것이 아닙니다.

 

죽기까지 십자가를 내려놓지 않으셨던 예수님은 오늘도 십자가 위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여러분이 이 세상에서 환난을 겪겠지만 힘을 내시오. 내가 세상을 이겼습니다(요한 16,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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