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성지순례ㅣ여행후기

[레저/동강 래프팅]적막강산 따라 흘러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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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세자요한 신부 [john1004] 쪽지 캡슐

1999-06-01 ㅣ No.33

 [레저/동강 래프팅]적막강산 따라 흘러볼까나

태고적 신비 간직한 동강 래프팅…물결에 몸 실으면 어느덧 '신선'

초여름에 접어들며 동강 래프팅 붐이 일고 있다. 동강 하류에 영월댐 을 건설하려는 정부 계획은 오히려 동강의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래프팅은 동강의 자연을 보다 만끽할 수 있는 방법이 다.

남한강 상류의 조양강과 동남천이 합류하는 지점인 정선읍 가수리서부 터 서강이 만나는 영월읍내까지 동강은 50여km의 협곡을 파고 들며 물길 을 냈다. 절경속에 태고적 신비감마저 지닌 채 산태극수태극을 이룬 적 막강산을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흘러내리노라면 세상만사 근심은 깨끗이 사라진다.

동강이 래프팅의 천국이 된 연유는 이렇다. 하천에서 래프팅을 하려면 큰비가 내린 후에야 가능한데, 큰 비가 내리면 유속이 매우 빨라 사고 위험도 커지게 된다. 그렇다고 강폭이 넓은 곳에서는 큰 비가 내려도 유 속이 빠르지 않아 래프팅의 재미가 떨어진다.

 

최고의 비경 어라연도 보트로

그러나 동강은 강처럼 넓지도, 하천처럼 좁지도 않다. 그래서 강처럼 유유하다가도 하천처럼 조급하게 흐르기도 한다. 물이 불건 줄건 래프팅 을 할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다. 여기에 절경을 이루고 있으니 금상첨화다.

동강 래프팅은 고성∼절매마을∼진탄나루, 진탄나루∼거운리 두 구간 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고성리∼거운리 구간은 설악산 장수대보다 더욱 절경을 이룬 절벽들이 이어지는 구간. 고성리 강가에 서면 일단 누구나 그 도도한 흐름에 두려 워하기 마련이지만 막상 보트에 올라 타면 그저 호수 위에 떠 있는 기분 이든다.

고성리를 출발, 중바닥여울과 나리소를 지나 찻길이 나지 않은 구간 으로 접어들면 적막강산의 고요함이 몸을 휘감는다. 무너져내릴 듯한 석 회암 절벽들이 강 양옆에 솟아 있고, 시커먼 동굴도 여기저기 뚫려 있는 절벽중턱에는 소나무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그 소나무에 철새들 이 보란 듯이 앉아 있기도 하다.

소동마을 앞을 지나면 드디어 큰 여울이 나타난다. 여울에 들어서기 직전까지는 겁을 먹게 되지만, 막상 여울에 올라서면 환호성이 터진다.

일렁이는 보트와 함께 춤을 추노라면 보트는 어느 샌가 다시 잔잔한 소 로 들어서면서 오히려 더욱 거친 여울을 기대하게 된다.

제장 마을, 소사 마을, 연포 마을 등 나룻배로 연결되는 강변 마을에 는 봄, 여름, 가을 할 것 없이 마을 앞 자갈밭에는 텐트가 들어서 있고, 놀이꾼이나 낚시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모두들 흥겹고 넉넉한 모습이 다. 절매마을 건너편의 절벽 사이에 깊이 파인 굴도 보인다. 천연기념물 제260호인 백룡동굴이다.

누룬이 마을 직전, 200여m 길이의 황새여울은 래프팅의 묘미를 만끽 할 수있는 구간이다. 황새여울은 강 한가운데 바위에 황새, 청둥오리와 같은 철새들이 앉아 울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그러나 아름다운 이 름과 달리강에 삐죽삐죽 솟아오른 바위들은 불어난 강물에 빠른 속도로 타고 내려오던 뗏목들을 부수며 떼꾼들의 목숨을 숫하게 앗아갔다고 전 하는 악명 높은 여울이다.

진탄나루∼거운리는 동강 최대의 절경지라는 어라연과, 역시 동강 최 난 코스의 여울로 불리는 된꼬까리 래프팅을 맛볼 수 있는, 동강에서 가 장있기 있는 래프팅 구간이다.

진탄나루를 지나자마자 나타나는 문산나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골수 낚시꾼들이나 찾던 곳이지만, 동강의 비경이 알려지면서 래프팅 명소로 등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들어 마을 주민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꺼려 찾는 이가 거의 없다.

문산나루를 지나 적막강산으로 접어들어 3km쯤 내려가면 이윽고 어라 연 비경이 펼쳐진다. 어라연은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바위섬 세 개 가 시퍼런 물 위에 연이어 솟아 있는 곳으로, 송림 우거진 강 양쪽 사면 과 잘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어라연이란 지명은 옛날 바위섬 위에 어라사라는 절이 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물고기가 하도 많아 이름 의 첫 자가 물고기 어자로 바뀌었다 한다. 어라연은 래프팅을 하다 쉬어 가는 장소로도 널리 이용된다.

 

구성진 정선 아라리 가락의 고향

어라연을 지나면 드디어 된꼬가리 여울이 나타난다. 옛날 정선에서 영 월 또는 한강 하류까지 나무를 실어나르던 떼꾼들이 호되게 혼이 나곤 했다는 데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여울이다. 황새여울은 물줄기가 물속 바위에 부딪치면서 치솟는 모양이 마치 고깔을 촘촘히 세워놓은 형국을 이룬다. 정선아라리의 여러 노랫말 중 하나도 이곳에서 유래했다.

'황새여울 된꼬까리 떼 무사히 지냈으니 만지산 전산옥이야 술상차려 놓게' 된꼬까리에 이어 만지나루를 지나면 동강의 비경은 거의 끝이 나고, 래프팅 역시 도로가 닦여 있는 거운리에서 막을 내린다. 거운리는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영월댐이 들어서기로 한 곳이다.

동강은 조양강과 동남천이 만나는 정성군 정선읍 가수리에서 영월읍내 까지 흘러내리는 강줄기를 일컫지만, 래프팅은 대개 고성리나 마하리 진 탄나루에서 시작한다.

동강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려는 이들에게는 고성리 기점이, 짧은 시간 안에 동강 최대의 비경지인 어라연과 최난 구간인 된꼬까리를 맛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진탄나루 기점이 적당하다. 물이 적당히 불어 있을 경 우,고성리∼거운리 구간(약 37km)은 6시간 정도, 진탄나루∼거운리 구간 (약 15km)은 3시간 정도 걸린다.

 

(한필석월간산기자 : pshan@chosun.com)주간조선 1999.5.27 /1554 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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