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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일 위원장, '참으로 고단하고 지난한 세월,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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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 [inuit-_] 쪽지 캡슐

2013-05-19 ㅣ No.2188

2013-05-17 오후 3:40:19 입력 뉴스 > 사회/복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 6년째
고원일 위원장, “참으로 고단하고 지난한 세월,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부처님 오신 날인 오늘 5월 17일은 또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가 꾸려진지 6년째 되는 날이다.

이 반대대책위의 고권일 위원장은 6주년을 맞아 자신이 함께하는 강정마을 사람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맨 하단에 그의 편지 전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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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시작되기 전의 강정해안과 구럼비. 구럼비바위 바로 앞으로 유

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 핵심지역인 범섬이 보인다.

▲ 구럼비바위가 부서지기 전의 강정 바닷가.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을 비롯한 해군기지

건설 반대 측이 구럼비바위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강정천.

▲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 구럼비 바위는 부서지고,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7년째 이어지는 강정의 비극은 2007년 3월에 시작됐다.

해군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제주해군기지 후보지로 화북항, 성산일출봉 근해, 신양리, 화순항, 형제도 지역, 모슬포 등 6개 지역을 검토한 끝에 화순항을 최적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화순 주민들의 반대로 2005년 대상 지역을 위미로 변경 추진했고, 또다시 위미 주민들의 반발로 입지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해군은 그때만 해도 화순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당시 국방일보에서는 화순항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태풍이 불 때마다 중국 어선의 피항지로 이용될 정도로 이 지역은 전통적인 항구지역”이며, “대형 상륙정이 접안할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깊고 암초가 없기 때문…”이라고(국방일보. 2006년 8월 24일. “해군기지 화순·위미 저울질”).


해군은 강정이 해군기지 입지로 결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러더니, 지금은 전혀 다르게 강정이 화순보다 입지조건이 유리하다고 강변하며 정당화하고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제주도민들께서는 해군기지를 강정보다는 화순에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예전에 해군의 상륙함(LST)들이 화순항을 자주 이용했다는 점과 화순항이 군항으로서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강정마을과 화순항을 자세히 비교해 보면 강정의 입지조건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단 홈페이지).”

지금 해군은 면적, 수심, 그리고 주변환경 면에서 강정이 화순보다 입지조건이 우수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주변환경 면에서는 “화순은 관광지와 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반면, 강정에는 구 서귀포 해안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산호보호구역 외에는 특별한 문화재나 관광지가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환경이나 관광의 문제에 있어서도 화순보다는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제주민군복합항건설사업단 홈페이지)”는 것이다.

강정과 화순을 이렇게 비교해 놓으면, 제주도민도 그렇게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고 이렇게 강변하는 것일까?


해군의 주장은 예를 얼마든지 들며 반박할 수 있지만,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제주도민이야 이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 소리인지 알 것이기 때문에 한 가지 예만 들자면, 강정은 올레코스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제7코스가 거쳐 가는 곳이다.

면적 측면에서도 실제로는 해군은 “선회장 확장 위한 전면적인 사업 변경은 현시점에서 불가한 것으로 판단됨(해군본부, 2011년 10월)”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 이유로는 먼저 사업구역 인근 좌측에는 강정항, 우측에는 강정천이 있기 때문에 동-서 방향으로는 부두 길이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남쪽 방향 즉, 바다 방향으로는 도면상으로는 확장은 가능하나, 수심이 급속히 깊어지기 때문에 “공사비 및 난공사” 등 다수의 제약조건 때문에, 결국 확장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강정은 2007년 3월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해군기지 후보지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7년 4월 26일, 강정마을회는 임시총회를 열어 해군기지 유치를 결의했다.


마을주민 유권자 1천여명 중, 반대 측 주민들의 주장에 의하면 ‘사전에 모의된’ 87명이 모여 박수로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마을 자치규약에 의하면 마을의 공동재산 매각이나 대여, 또는 그에 준하는 중요한 사안일 경우의 성원은 200명인 데도 불구하고….


마을의 미래와 전체 주민의 이해가 걸려 있는 해군기지 유치 문제가 강정마을에서 공개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4월 12일부터 26일까지 불과 15일 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결정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시 강정마을회장 등과 사전 모의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당시의 제주도지사 김태환 씨는 여론조사 등 절차상의 숱한 문제점과 들끓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5월 14일 강정을 최우선 후보지로 선정하고 국방부에 유치를 건의했다. 그리고 국방부는 6월 8일 해군기지 건설 지역으로 강정마을을 확정·통보했다.


하지만 그해 8월 강정주민들은 마을회장을 해임하고 강동균 씨를 새로운 마을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리고 마을 임시총회를 다시 열어 마을주민 유권자 1,050여명 가운데 725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유효투표수의 94%인 680명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정부는 “국책사업을 주민투표로 결정한 사례가 없다”며 묵살했다.

그러고는 “주민의 의사를 묻고,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 입지를 선정했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강변한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했었다. 2002년 11월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계획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화순항의 해군기지 계획은 필리핀과 오키나와 등지의 해군기지를 상실하게 될 미국이 동북아에 군사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군사 패권주의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 실현에 제주도가 이용물이 될 수는 없다. 해군기지 건설은 평화의 섬을 지향하는 제주도민의 염원에 역행하는 것이고, 군사기지 조성으로 파생되는 여러 현상은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해군은 2007년 6월,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열린 해군기지설명회에서 “토지주가 원하지 않는다면 단 한 필지 토지라도 강제로 수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해군은 2010년 7월, 반대 측 주민 토지를 전량 강제 수용했다.


이제 7년째 이어지는 강정마을의 비극은 이렇게 움터 자랐다.

당초 해군이 화순항을 해군기지 최적지로 지목하기까지는 2년이 넘는 검토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화순에 이어 위미마저 입지로 결정하는 데 실패하면서 입지선정에 급급해진 해군은 아예 제대로 된 입지타당성 검토를 할 여유도 없이 졸속으로 강정을 해군기지 입지로 결정했다.


숱한 논란과 문제가 여기에서 싹텄다. ▲ 현재 공사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 훼손이 발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 완공되고 나면 해군함정이나 크루즈선박이 지나다닐 항로가 서귀포 도립해양공원, 해양보호구역, 그리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 핵심지역으로 지정된 강정바다를 직접 관통하는 등 완공 이후에도 여러 가지로 제주 천혜의 자산인 자연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 ▲ 민·군복합항으로써 기능하기에는 현재 설계 규모가 너무 비좁은 데다, 확장도 불가능한 입지 조건, ▲ 심지어 입지 여건상 해군함정조차 운행 안전도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태풍 내습 시에는 아예 항만을 포기하고 해군함정을 다른 항구로 피항시켜야 하는 등 군항으로서의 기능도 의심된다는 논란, ▲ 해군과 문화재청의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등….


그리고 이런 논란과 문제점은 제주해군기지가 국가안보에 기여하기는 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 미국 MD체계 구축의 한 부분이자, 미 해군 항공모함용이면서, 한·미·일 삼각동맹을 통한 미국의 대 중국 견제용이라는 의문, ▲ 그래서 국가안보를 위한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자 제주관광산업의 핵심 동력인 중화권과의 관계에서 오히려 전략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문제 제기, ▲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외교·안보전략은 미국이 추구하는 바 한·미·일 삼각동맹에 의한 대 중국 견제가 아니라, 미·중·소·일 주변 4대 강국과의 선린외교이고, 따라서 제주해군기지는 이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강정마을회가 해군기지 건설 공사장 앞에 설치한 천막을 제주도정과 경찰이 무리하게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강정마을 주민이 경찰에 밀려 도로 아래 5m 아래로 추락해 중상을 입은 지난 10일, 강정마을회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러한 탄압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불법한 해군기지 사업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며 저항해나갈 것과 행정과 공권력의 부당한 인권침해와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물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 강동권 강정마을회장이 있는 자리에서는 고권일 위원장(가운데)도 늘 함께 볼 수

있다.

▲ 왼쪽으로부터 홍기룡 '군사기지 저지 범대위' 공동위원장, 고권일 위원장, 강동균 강

정마을회장.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제주

지방경찰청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해군기지 백지화를 요구하며 삭발했다(2012년). 왼쪽 뒷모습이 고권일 위원장이다.
▲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2012년).

▲ 제주도청 맞은 편(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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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위원장 편지 전문>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자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반대대책위가 꾸려진지 6년이 되는 날입니다. 참으로 고단하고 지난한 세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일개 부락에 불과한 강정마을이 정부라는 거대한 조직과 맞서 이렇게까지 대항해 온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제 강정마을은 세계적으로 그 이름이 알려지고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마을이 되었습니다.

비록 해군기지가 명칭이 바뀌고 마치 관광미항이 들어서는 것처럼 거짓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해군 뜻대로 마음 놓고 군사기지화하는 단계로 갈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직 해군은 군관사를 포기하지 않았고 진입도로와 크루즈 터미널 등 더욱 많은 사업을 벌이려 하고 있지만, 우리 강정주민들이 마음이 굳건하다면 그 역시 뜻대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비록 지난 6년이 우리의 뜻대로 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만, 나름대로 우리의 성과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하려는 것에 제동을 걸며 조금씩이라도 방향을 틀었다는 겁니다.

개미 한 마리가 코끼리의 걸음을 갑자기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눈을 가리게 하거나 귀를 간지럽혀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게 또는 방향을 바꾸어 낸 것과 같지 않습니까? 더 많은 개미들이 모이면 코끼리라고 해도 돌아가야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제 해군기지싸움은 옳고 그름의 싸움이요,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요, 돈과 권력에 빌붙은 자와 가진 것이 적어도 만족할 줄 알고, 권력은 없지만 법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들과의 싸움이 되었습니다.

세계인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켜보는 그들은 이 싸움에 심판관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심판이 많을수록 공정치 못한 행위로 우리를 이기기 힘들 것입니다.

여성위원장님이 미주를 한 바퀴 돌며 홍보를 하고 오셨습니다. 대부분의 교포사회가 우리 강정마을을 응원하고 있었답니다. 함께하는 미국인도 많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6년을 넘어 7년째 싸워나가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 첫 출발이 6년 전 오늘이었습니다. 당시 만장일치로 찬성한 줄 알았던 분위기내에서 용기 있게 반대대책위를 꾸려내신 발기인 여러분께 진정으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끝내 잘 버텨 오신 강정주민 여러분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주십시오.

2013년 5월 17일

대책위원장 고권일 배상

 

강정마을 노인회에서는 지난 2012년 4월 15일, 해군기지 찬성과 반대 주민 모두를 불

러 “화합과 상생, 곪은 상처를 터트리자”며 마을주민 단합행사를 열었다. 언젠가 그렇게

되는 날, 반드시 올 것이라.

▲ 2012년 여름 며칠간, 강정마을회에서는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공사중지멸령 발동을

촉구하며 1천배를 반복했다.

▲ 2012년 여름, 해군기지 공사장에 설치한 콘크리트 블럭은 소형 태풍에도 힘 없이 무너

졌다. 제주도에서도 가장 바람 거세고 파도 높기로 이름을 떨치는, 툭 튀어나온 강정 앞

바다에 건설 중인 시설물이 올 여름 태풍에 견더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제주해군기지 항로는 생물권보전 핵심지역, 도립해양공원, 해양보호구역을 관통하고

있다.

 

▲ 해군 함정도 크루즈 선박과 똑같은 항로가 아니면 입출항이 불가능하다(해군 함정

입출항 시뮬레이션. 출처 : 해군본부. 2009. 1. 해군기지 기본계획서).

 

<ⓒ제주인터넷뉴스>

http://www.jjinews.com/ArticleView.asp?intNum=43628&ASection=0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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