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나눔의전화 25주년 - 전화기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전해요

스크랩 인쇄

서울대교구문화홍보국 [commu] 쪽지 캡슐

2008-09-16 ㅣ No.394

 

전화기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전해요

- 25주년을 맞는 상담의 달인 ‘나눔의전화’

• ‘나눔의전화’와 25년을 함께한 이양순 회장과의 만남
• 나눔의전화 상담실 모습
• 나눔의전화 25주년 행사 (9/24)

‘나눔의전화’ 상담번호: ☎ 02)752-4411, 4413

 최근 한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며, 우리사회 ‘자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모두 12,174명으로 발표되었다. 이는 OECD 29개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불명예스러운 1위는 2003년부터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는 우리사회에 있어 ‘자살’이 결코 ‘남’의 문제만이 아닌 ‘너와 나’의 문제가 될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자살은 ‘주위의 작은 관심’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삶의 짐으로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섰을 때 주위의 누군가와 그 고뇌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에 큰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마 자신의 주변 사람과 나눌 수 없는 고민을 갖고 있거나, 누군가와 고민을 나누고 싶어도 나눌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면...

  그럴 때 꼭 자신을 찾아 달라며, 하루 12시간을 작은 방에 앉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나눔의전화(752-4411, 4413)’ 상담봉사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 ‘나눔의전화’와 25년을 함께한 이양순 회장과의 만남

  좋은 말도 세 번 하면 듣기 싫다는데...
남의 우울하고, 가슴 아픈 구구절절한 인생 이야기를 하루 종일 듣는 것을 기쁘고 감사히 여기는 이들이 있다. 명동 가톨릭회관 4층에 위치한 ‘나눔의전화’ 상담봉사자들이 바로 그 별종들이다.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나눔의전화’에는 현재 100여 명의 상담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500여 명의 봉사자들이 다녀갔다. 그 중에는 ‘나눔의전화’와 25년 역사를 함께한 이들도 6명이나 된다.

  ‘나눔의전화’ 이양순 회장에게 ‘나눔의전화’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양순 회장은 ‘나눔의전화’가 생기기 전 봉사자 모집 때부터 지금까지 25년을 ‘나눔의전화’와 함께 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잖아요? 우리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에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세상 끝에 내몰려 마지막 손을 우리에게 내밀어 주는데, 어떻게 그 손을 뿌리칠 수가 있겠어요. 그 손을 한 번 잡으니 놓질 못하겠네요. 25년이 훌쩍 지나갔어요.” 

인터뷰 내내 ‘대단한 일 한 사람도 아닌데, 앞에 나서는 것이 부끄럽다’를 연이어 말하는 이양순 회장. 하지만 상담전화를 받을 때면 상대방의 ‘여보세요’ 목소리만 듣고도 이 사람이 왜 전화를 했는지 감을 잡는다는 상담의 달인이다.

  “처음에 ‘여보세요’ 하잖아요. 그 목소리를 들으면 아, 이 사람은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이구나. 이 사람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길 원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감이 와요. 뭐라고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다 표현은 안 되지만 딱 어떤 느낌이 있어요. 그 느낌에 따라 ‘여보세요’ 이후의 대화가 진행돼요.”

  물론,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한다. 남자 내담자의 성상담에 얼굴이 붉어진 적도 있었고 (지금은 상대방이 기분상하지 않게 정중히 전문기관의 번호를 알려준다고 한다), 빈정거리는 내담자의 어투에 마음 상해 그것이 그대로 내담자에게 전해진 적도 있었다.

  “이곳에 전화를 할 때, 많은 분들이 감정이 격해있거나 화가나 있는 상태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일단 반갑게 맞아서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 감정을 가라앉혀요. 그러면 차분히 다음 대화가 진행돼요. 하지만 우리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정말 화가 나고 억울한 경우도 많아요. 그걸 극복하고 잘 대처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상담봉사자들은 팀별로 대화도 많이 나누고,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요.”

  ‘나눔의전화’ 상담봉사자들은 상담봉사를 시작하기 전 6개월간의 교육을 받고, 상담봉사를 시작한 후에는 매달 팀별 교육을, 1년에 2~3번 상담봉사자 전체교육을, 1년에 한 번씩 진행되고 있는 세미나 참석 등 지속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나눔의전화’는 현재 10개 팀, 100여 명의 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1983년 첫 개통되었을 당시 1기 봉사자들부터 현재 14기 봉사자들까지 500여 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나눔의전화’에 다녀갔다. 25년의 역사를 가진 ‘나눔의전화’가 14기 봉사자밖에 없는 이유는 매년 봉사자를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충원인원이 필요할 때만 모집을 했기 때문이다.

  “‘나눔의전화’와 인연을 맺으면 쉽게 끊지 못해요. ‘나눔의전화’와 25년을 함께한 봉사자들이 나 말고도 5명이나 돼요. 25년은 아니지만 10년 넘게 함께 해 온 봉사자도 꽤 돼요.”

  현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오전10시~오후10시) 운영되는 ‘나눔의전화’는 처음에는 일주일 내내 24시간 운영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봉사자들 대부분이 주부들이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남자봉사자도 있었어요. 남자 봉사자들이 주로 철야 상담을 맡았어요. 평일에 철야 상담을 하게 되면, 바로 회사로 출근을 해야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더 열정적으로 했던 거 같아요.”

  ‘나눔의전화’가 시작된 19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마땅한 상담기관이 없었지만, 현재는 ‘나눔의전화’ 외에도 많은 상담전화가 생겨났고 인터넷 상담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24시간 운영의 필요성이 적어져 하루에 12시간으로 단축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12시간으로 단축되었어도, 25년을 이어간다는 건 보통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혹시 힘든 일이 없었냐고 물어보니,

  “내 나이가 60이 넘었어요. 만약 내 인생에 ‘나눔의전화’가 없었다면 지난 60년 세월이 참 허무했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눔의전화’가 25년 동안 나와 함께 해줌이 고맙지 무슨 힘들다는 투정을 하겠어요?”

  라고 답한다. 그래서 이번엔 반대로 보람된 일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저희를 찾는 분 중에 15년을 넘게 지속적으로 전화 주시는 분이 있어요.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분인데, 그분이 우리에게 처음 전화를 했을 때만 하더라도 증상이 아주 심각했어요. 정신이 오락가락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혼자 아이들 대학까지 다 보낼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어요. 그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어 정말 고맙다. 이곳이 아니면 자신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할 때 가슴이 울컥하고 보람이 느껴졌지요. 지금도 물론 계속 전화 하세요. 전화를 우리가 선택해서 받을 순 없지만 가끔씩 그 분 전화를 받게 되는데, 그럴 때면 내가 먼저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하고 아는 척을 해요.”

  “10년이 넘게 우리를 찾는 성폭력 피해자 여성분도 있어요. 그 분이 ‘나눔의전화’를 통해 용기를 얻고, 이제는 결혼해서 아기를 갖고 싶다고 말할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어요”

  이양순 회장은 매일 상담봉사를 시작하기 전 하느님께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언어의 은총을 달라고 기도한다고 한다.

  “자살 충동을 갖고 있는 사람이 나와의 통화로 인해 다시 한 번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뀐다면, 그것은 제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일 겁니다. 저는 오직 하느님의 도구일 뿐이니까요.

  30대에 ‘나눔의전화’와 인연을 맺어 60대가 된 지금까지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양순 회장은 앞으로도 자신의 힘이 닿는 한 그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 나눔의전화 상담실 모습

 이양순 회장과의 대화를 마치고, 이양순 회장의 안내에 따라 평소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는 ‘나눔의전화’ 상담실을 가보았다. 원활한 상담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내담자의 익명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담봉사자의 익명성 역시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외부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나눔의전화’ 상담실에는 방음처리가 된 상담실이 3개있고, 그 안에는 책상과 전화기, 성모상이 있다. 방 밖에는 봉사자들의 스케줄과 각종 서류들이 빼곡하다.


상담중인 한 봉사자의 모습

  상담실에는 봉사자들이 전화상담을 하고 있었다. 과연 무슨 이야기들이 오가나 궁금했는데, 10여분이 지나도록 들리는 말이라곤 “네... 네....” “그럼요... 그렇죠...” 이것이 전부다.

  이에 이양순 회장은 “상담전화를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 그렇기에 대화는 그 이야기가 끝난 다음이다”라고 말한다. 

▣ 나눔의 전화 25주년 행사 (9/24)

  올해로 25주년을 맞는 ‘나눔의전화’는 오는 9월24일(수) 가톨릭회관7층 강당에서 창립25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번 행사에서는 김윤태 신부(구의동성당 주임)가 ‘사랑은 참으로 좋은 것’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봉사자 15명에게 감사패가 수여된다.

 - 행사일정

1부

13:00~13:10

등록 및 접수안내

13:10~13:40

회고/ 류시황 (2기 봉사자)

회장 인사

2부

13:40~14:40

특강 / ‘사랑은 참으로 좋은 것’
김윤태 신부 (구의동성당 주임)

3부

14:40~14:50

미사 준비

14:50~16:00

나눔의전화 창립25주년 기념미사
(집전: 김용태 신부 /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16:00~17:00

다과 및 나눔 시간

 

- 감사패 수상자

25년 봉사 (3명)

박경희, 박인숙, 이광자 (1기 봉사자)

20년 봉사 (4명)

강경자, 정정희, 조윤희, 서정자 (2기 봉사자)

2,000시간 봉사 (1명)

이광자 (1기)

1,500시간 봉사 (1명)

이난희 (3기)

1,000시간 봉사 (2명)

김미숙(11기), 이영화(8기)

500시간 봉사 (4명)

채정숙(11기), 신옥경(11기)
양옥태(12기), 이혜인(12기)

<끝>

-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원미영



415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