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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주의 단상(11)몸살앓는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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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화 [ppssm] 쪽지 캡슐

2001-10-20 ㅣ No.25483

聖職主義斷想(11) 몸살 앓는 성당

 

연말쯤이면 이 동네 저 동네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 있다. 어딜 가나 눈에 설지 않는 풍경이다. 1년간 그 좋은 시절 다 내버려뒀다가 하필이면 엄동설한에 도로는 틀림없이 파헤쳐진다.

왜 그럴까? 멀쩡한 도로를.

들리는 말로는 배정된 예산을 다 써야만 새해 예산을 타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성당이 몸살을 앓는 때는 새 주임 신부님이 부임하고 부터이다.

고대광실 궁전과 같이 지은 성당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성당은 이 때 으레 한 번 몸살을 앓는다.

낡은 성당이고 보면 수리할 곳도 많고 보수해야 할 곳도 많다. 정작 손대야 할 곳에 손을 대는 것은 좋다.

그런데 대개 손대는 곳은 주로 사제관이다.  신부님 오시기 전에 미리 도배 장판은 물론이요, 커텐, 조명, 의자, 탁자에 이르기까지 새롭게 꾸며 놓았는데 막무가내로 이런 것들을 다 바꾸시고 뜯어고치신다. 그 동안 쏟은 정성과 노력과 돈이 아깝다. 그냥 사시면 안되었을까?

 

나는  1년에 몇 번은 노동 사목이나 빈민 사목을 하시는 신부님들이나 수사님들을 찾아간다. 그분들은 그 열악한 환경속에서도(심지어는 토굴같은 방에서도) 항상 만족하고 평화롭게 살고 계셨었다.   

 

떠나실 즈음에 손대시는 분도 많다. 그 동안 지내시다보니까 여기저기 필요한 곳이 있어 손 대는 줄은 알지만 제발 어마어마한 공사만은 후임신부님께 맡겨드리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예산의 범위 내에서 하던가 아니면 본당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했으면 좋겠다. 빚만 잔뜩 져놓고 훌쩍 떠나면 떠나는 신부님이야 책임이 없지만 새로 오실 신부님과 남아 있는 본당 신자들에게는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도회지의 도로는 만신창이가 된다. 종합적인 계획이 없이 각 부처에서 필요한 때마다 도로를 뜯어버리니 만신창이가 될 수밖에 없다. 수도국에서 파헤치고, 전화국에서 파헤치고 깨스회사에서 파헤치니 그 길이 성할 리가 없다.

 

성당도 마찬가지다. 성당을 지을 때부터 마스터플랜을 세워 그 플랜에 의거 수리, 보수, 개축을 했으면 좋겠다.

최소한도 20년은 내다보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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