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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반 컵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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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silver0824] 쪽지 캡슐

2012-07-03 ㅣ No.74153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2년 나해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 반 컵의 커피

 


 

         2차 세계 대전 때 6백만 명이나 되는 유태인들을 학살하는데 최대의 장애가 되었던 것은 그들을 가스실에 집어넣어야 하는 독일군들의 양심이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인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독일은 고도의 심리전을 전개했습니다. 유태인을 짐승으로 전락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을 죽이기는 힘들어도 인간모습을 한 짐승이라 생각되면 더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대상이 짐승처럼 여겨지면 그 때부터는 무슨 짓이든 양심의 가책을 덜 받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하여 그들은 유태인 수용소에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32천명이 수용된 곳에 하나의 화장실만을 지어놓았습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수용소의 문이 닫힙니다. 하루 두 번까지 화장실 가는 게 허용되었지만 일과 시간에만 화장실을 다녀와야 했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 앞에서 한 없이 기다려도 제 차례가 오기 전에 문이 닫혔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매일같이 배변의 고통에 시달렸고 그리하여 자신들의 식기와 깡통에 배설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수용소는 온통 배설물로 악취가 나고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이 인간이기 보다는 동물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씻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고, 거기다 자신들의 식기에 배변을 해야 하는 처지에서 그들을 짐승처럼 보기 시작한 것은 독일군들이 아니라 먼저 유태인들 자신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끝까지 버티어 살아난 사람이 쓴 책에서 자신과 같은 몇몇이 극한의 상황을 견뎌내고 기적처럼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반잔의 커피 때문이었다고 쓰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4시 반이면 모두에게 한 잔의 따듯한 커피가 배급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악취를 풍기는 구정물과 비슷한 것이었지만, 잠을 깨고 추위를 이기는 데는 그것만큼 좋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개중의 몇몇은 커피를 반쯤만 마시고 나머지 반으로는 얼굴을 닦고 옷에 적셔 이를 닦는 데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비웃어도 그들은 스스로 짐승이 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자신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짐승으로 사느니, 사람으로 죽는 편을 택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자존감이 강한 사람들만이 결국 끝까지 살아남게 되었고, 짐승처럼 자신을 놓아버린 사람들은 병에 걸려 죽던 가스실에 들어가던지 더 빨리 죽어갔다는 것입니다.

반 컵의 커피는 마셔버리면 한두 모금에 불과하지만, 나를 짐승으로 만들 수도 또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는 최소한의 자존감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마귀들이 돼지들에게 들어가겠다고 할 때 그것을 허락하십니다. 모세 법에 돼지고기는 먹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마귀 들렸던 두 사람이 살고 있었던 동네는 모세의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돼지를 키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마귀들의 청도 들어주신다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만약 마귀들이 다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청하였다면 예수님께서는 절대 들어주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돼지 떼에게 들어간다고 하니, “니들 맘대로 하여라.”하는 식으로 허락하십니다.

이런 상황은 유다를 어둠 속으로 내어 보내셨을 때와 똑같은 모습입니다. 유다는 끝까지 그리스도를 거부하였고, 예수님은 그런 유다를 어서 해야 할 일을 하라.”라고 하시며 내보내십니다. 때는 밤이었다고 합니다. 빛이 없는 것이 어둠이고, 결국 예수님은 유다를 완전히 어둠의 세력 속으로 놓아버리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존감을 버리고 짐승처럼 살아서 더 이상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은 돼지 떼처럼 사탄들의 손에 넘기실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런 사람들을 통해 아직 자신의 존엄성을 지켜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도 커피 반 잔으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려 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습니다.

 

커피 반 잔이, 하루에 30분이 될 수도 있고 단돈 500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 남는 30분을 기도하는 시간에 활용하고, 500원을 가난한 사람에게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람이겠지만, 그 정도도 못하고 그냥 자신만을 위해 써버리며 살아가고 있다면 짐승이 되어버리는 쪽을 끊임없이 택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간이 되는 데에 큰 노력이 드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 주어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육체적 본능이 아니라 우리를 참 인간이 되게 하시는 그 분 뜻에 따라 사용하려는 노력을 하도록 합시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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