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자유게시판

★ 내가 부르는 사부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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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정 [natalia99] 쪽지 캡슐

2008-04-10 ㅣ No.119325


† 그리스도의 향기. . . . . . .


시간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합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가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면 난 웃기도 하고 그럽니다.

살아계실 때도 늘 나를 애잔하게 만드셨던 아버지는 못다한 사랑만을

가득 남기고 아쉬움으로 또 아쉬움으로 그렇게 가셨습니다.


생일 전날 전화 드렸을 때 몸이 안좋다 하셨지만 늘상 있었던 일

내일 “갈께요.” 약속드리고 그것이 아버지와 한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가는 날 버스 안에서 아버지께 다시 전화드렸는데 받지 않으시더군요.

주무시나..... 수화기를 잘 못 올려놓으셨나.....

휴대폰을 하나 사드리고 싶었는데 필요 있으시겠어 혼자 생각하고 지우고,

그날 난 바보 같이 다시는 하지 못할 아버지네 집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덜컥 문이 열리고 아버지는 누워계셨지요.

또 술 드셨구나..... 몸도 좋지 않으시다며.

아버지를 흔들어 깨워 따지고 싶었는데.

“아버지......”하고 일으켜 세우려 가슴을 안았는데

나무처럼 돌처럼 아버지 몸은 이미 굳어져있었고.....

소리를 질렀던가요..... 어린 짐승처럼 울부짖었던 것 같습니다.


입혀진 검은색 상복 안의 나는 영정 앞에서 아버지..... 아버지.....

“미안하다. 약값이 떨어졌다.” 그리고 말이 없으셨던.....

헤진 내복, 숨 가빠 한 두 걸음 뒤 멈춰선 모습,

당신은 왜 그렇게 안쓰러운 모습만을 남겨두셨나요.


지난 가을 여행 뒤 사드렸던 보온이 잘된다는 내복을 입고 당신은 가셨습니다.

작은 딸의 사랑을 안고 가셨지요.


며칠이 지나니 가족들이 보이더군요,

엄마는 너무 미워했다 마음 아파하시고 남동생은 항상 술에 찌들었던 아버지를

원망만을 했던 걸 아파하고 이제는 살아남아있는 사람들의 아픔이 보이더군요.

해줄게 없었습니다. 옆에 있어주는 것 말고는.


많은 분들이 위로해 주셨습니다.

좋은 곳에 가셨다.....

생전에 마지막 나에게 남겨진 아버지의 모습은 작년 말 가족들끼리 모여

식사할 때 의자에 앉으셔 흐뭇해하시던 모습입니다.

그저 행복해하시던 얼굴입니다.


아셨던 것 같아요. 당신은

손자손녀 모두에게 카드에다 유언처럼 아름다운 말을 남기셨고,

가족들과 마지막 그렇게도 행복한 만찬 시간을 보낸걸 보면요.


그리고 봄처럼 따뜻했던 겨울 날..... 몸은 땅에 묻히셨는데,

아버지는 하늘에서 하늘에서 그렇게 웃고 계셨습니다.


이제는 울지 않으렵니다. 당신 좋은 곳에 가셨음을 아니까요.

이제 당신 만나러 갈 날..... 손꼽아 기다리렵니다.

아버지 기다리세요.


그때 우리 아버지 꼬옥 안아드리고 보고 싶었다 사랑한다

말하며 그때..... 그때는 정말 실컷 울고 말테니까요.

아버지 기다리세요.....


- 2008년 4월 10일 목요일 -

. . . . . . . 나탈리아 올림.


P.S: “ 지난 일요일 산에 갔었습니다.

꽃은 지천으로 펴 그렇게도 아름다운 날이었는데.....

..... 따뜻하다 못해 덥기까지 했는데.

아버지는 한 아름 흙과 잔디를 잔뜩 덮고 누워계셨습니다.

그 흙과 그 풀들을 쓰다듬으며 난 아버지를 느낄 수 있었지요.

살아계셨을 때도 잘 느끼지 못했던 아버지의 따스한 숨결을 느낄 수 있었지요.


to.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그날 오셔서 더운 체온 위로로 두고 가신 게시판 가족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이제야 인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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