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
(녹) 연중 제12주간 목요일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

자유게시판

꽃들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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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서 [phs55] 쪽지 캡슐

2008-04-10 ㅣ No.119347

꽃들의 대화
 
장소는 여의도 윤중로. 
벚꽃나무가 양쪽에서 기차놀이를 하듯 끝도없이 길다랗게 늘어서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사람들 사이로 간간이 꽃비도 내린다.
내린 꽃잎들이 빗물고인 곳에서 뱅그르르 돈다.
여기 저기 한쌍의 남녀가 꽃비가 내리는 나무아래에서 서터를 누르고 어느 사진작가는 연신 서터를 누른다.
벚나무 주변에 진달래도 보이고 개나리, 목련도 보인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 목련이 서로 아는 체를 한다.
 
목련 : 안녕! 벚꽃! 넌 참 좋겠다. 인기가 많아서.  
너를 구경하려고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지.
낮이고 밤이고 없어 글쎄. 
밤에는 더 멋있게  즐기려고 사람들이 너에게 조명을 비쳐주질 않나.
꽃에게 조명 비춰주는 나무는 아마 너뿐일꺼야.
네가 떨어지는 꽃잎을 꽃비라고 하질 않나!
 
벚꽃 : 왜 그래? 보자마자 친구끼리.  내가 사랑 받는 것이 그렇게 싫어?  
목련아, 너 있지,  처음에 하얗게 봉우리가 올라올 때 얼마나 귀여운지 아니? 
  막 태어난 아기가 두 손을 꼬므락거리는 것 같아. 
그리고  조금 벌어진 것을 보면 처음으로 막 옹알이를  하는  아기  같은 게 얼마나 예쁜지 뽀뽀해주고 싶다니까.
그러다가 어느 새 활짝 피는 너의 모습은 어떻구.
온 우주를 감싸안으려는 듯이 두 손을 활짝 펼치는 너의 그 사랑이 얼마나 눈부신지 몰라.  너는 네 모습을 볼 수가 없으니 모르는 거야.
친구야! 네 모습을 들여다 봐. 얼마나 사랑스러운 데.
 
목련: 벚꽃아~ 그래? 넌 참 나를 예쁘게 봐주는구나.
역시 친구는 달라. 네가 그러니 좀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그런데 지난 번에는 어떤 나이든 오빠가 나를 여자로 치면 자존심 강한 여자 같다는 거야. 활짝 피고 곧 떨어진다고. 그것은 칭찬이라 괜찮았어. 
 진짜 기분 나쁜 것은 어느 아지매가 나를 성질이 나쁘다나 급하다고.
그리고 허무하다고 해. 난 그런 단어 싫어하거든.
그리고 너는 떨어지는 꽃도 꽃비, 또는 눈꽃이라고 하면서
내가 땅에 떨어지면 지저분하다는 거야. 그래서 너무 속이 상했어.
 
진달래와 개나리가 끼어든다.
 
진달래 : 왜 그래? 목련아! 하얗고 뽀오얀 얼굴이 왜 그지경이 되었어?
 
벚꽃 : 진달래구나. 응~ 어느 아지매가 목련보고 성질이 급해서 나쁘다고 하고 꽃이 떨어지면 지저분하다고 했다는구나.
 
개나리 : 참 사람들 바보다.
지들이 목련을 얼마나 좋아하면 가곡을 만들었을라고. 왜 목련화라는 가곡이 있잖아.
갑자기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서 그러는 데.
왜 너희들 그 가곡 알잖아. 알지?
성악가들이 목련화를 부를 때 얼마나 네가 부러운데.
신경 쓰지마 사람들이란 마음이 하루에 열 두번씩 바뀌거든.
얼마나 간사한지 몰라.  인간들의 이중적인 잣대는 또 어떻고.
자기만 정의롭고  혼자 거룩한 줄로 착각한다니까.
내가 그 인간들 배속을 훤히 다 아는데도 말이야.
나를 울타리로 만들어 놓고는 어느 때는 내 몸을 막 밀어져치고 지나가는 거야.
돌아서 가기가 귀찮은거지. 그러면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된단다.
한 참 있어야 정신을 차리겠다니까?
 
벚꽃 :  개나리야 넌 그런 어려움이 있구나. 몰랐어.
그런데 그 인간들 너무 욕하지마.  참 불쌍하지 않니?
처음 막 태어난 아기였을 때 봐. 천사잖아.
난 이렇게 하루 종일 매연 마시고 서 있으면서도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나온 젊은 부부를 보면 난 그 아기에 반한다니까.
왜 이런 말이 있잖아. 사람을 인꽃이라고도 하잖아.
그들도 처음에는 인꽃이었거든.
성장하면서 상처받고 자신을 지키려고 만든 보호막을 벗을 기회를 놓치고 그냥 두어서 살속으로 파고 들어간 줄도 모르고 입고 있어서 결국에는 그것이 자신을 해치는 줄도 모른다니까.
그러니 그들이 얼마나 불쌍하니.
그리고 그들이 없다면 우리를 누가 봐주겠니?
쉿 조용히 해. 공연히 사람들 흠잡다가 내 배역 여기서 끝날라.
아참~ 이말 하려고 했는데 빼 먹을 뻔 했다 .
다들 있는데 내 노래는 없네.  진달래, 개나리, 목련화
나만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진달래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노래도 있지, 시도 있지.
진달래 가지고 화전도 만들어 먹지, 술도 만들지.
그렇지 않니? 꽃도 우리 중에서 제일 먼저 피고.
색깔은 또 얼마나 예쁘고 투명한지. 내가 그 색에 반한다니까.
진달래는 산속에도 피지 마을에도 피지 어떤 사람은 화분에도 너를 심더구나.
 
 
개나리 : 얘들아, 우리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니?
니들 모르지? 내가 가르쳐 줄께.
봄에 핀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것이야.
있잖아,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꽃이 먼저 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고도 잘난척은 얼마나 하는데.
 
진달래 : 넌 또 그것을 어떻게 알았니?
개나리야, 너랑 나랑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통꽃이란 것.
벚꽃과 목련은 꽃잎이 하나 하나 떨어져 있는데, 너와 나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그런데 목련화가 외로웠나봐.  말이 많아진 것 같지 않니?
 
목련 : 크~ 아니 요것들이, 키는 난쟁이 똥자루만한 것들이....
그래 니들은 좋겠다.
니들은 무리지어 심는데 난 사람들이 무리지어 심지를 않아.
개나리는 울타리로 만들지. 아이들은 너를 동요로 부르고. 개나리 너는 꽃이 작은 바람개비 같아. 노오란 바람개비꽃! 귀엽지 않니?
 
개니리 : 어머 목련화야, 내가 노오란 바람개비꽃 같아?
어떤 사람은 딸랑 딸랑 종 같다는데 난 바람개비꽃이 더 좋다.
얘들아 너희들하고 이야기 하다보니 서로의 생각을 알게 되어 너무 좋다.
좋은 내 별명도 새로이 알게 되고.
앞으로 날 노오란 바람개비 꽃으로 불러줘. 너무 긴가?
알아서 불러줘. 친구들이 불러주는 것은 모두 좋아.
아참, 벚꽃아 너 그거 아니?
내가 너 밑에서 쳐다보니 꼭 너 가슴에 별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아마 그것은 나 아니면 발견 못할 걸. 너는 평생을 가도 볼 수가 없어.
너 한 그루에 무수히 꽃이 피듯이 무수한 별이 있거든.
오는 사람마다 네 가슴에 품은 별을 주려므나. 그들의 상처가 아물게.
 
진달래 : 어휴 이제 힘이 든다. 난 이번에 말을 제일 하지 않았는데도.
벚꽃과 목련을 올려다보니 목이 너무 아프고.
그리고 난 산으로 들로 사람들 가까이 왔다갔다 해서 그런지 너무 피곤하다.
우리 내년에 또 만날 수 있겠지? 그때는 더 많은 이야기거리 가지고 와.
목련, 벚꽃, 개나리야 안녕~~
 
목련, 벚꽃, 개니리 : 그래 안녕! 진달래야 사랑해~~
 
 
                                                                             2008년 4월 11일 젬마 축일에 ....
 
 
안녕하세요? 아주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좋은 계절 부활주간에  봄꽃들 구경 많이 하셨나요?
어제 여의도에 갔다가 그냥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썼는데 좀 낯간지럽네요.
오늘 제 축일이거든요. 축하해주시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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