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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미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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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혜 [sharptjfwl] 쪽지 캡슐

2002-03-28 ㅣ No.5954

남편의 미역국

 

 

겨울 갑자기 추워진 월요일 아침, 저는 마음까지 꽁꽁 얼어붙어 더더욱 우울했습니다.

 

오늘도 남편은 출장이 있어 새벽같이 집을 나섰고, 전 혼자서 어젯밤에 끓여 놓은 미역국을 데워 숭늉 마시듯 한 그릇 마시고 나왔습니다.

 

’이런 날 출장을 갈게 뭐람. 오늘은 내 생일인데.’ 출근을 해서도 오전 내내 마음이 참 심난했습니다.

 

게다가 내 속도 모르고 회사 컴퓨터까지 장애가 생겨 접속도 안 되지 뭡니까?

 

메일함을 뒤져 보면 친구들의 축하 메시지가 있을 텐데 확인도 안 되고, 정말 외롭기 그지없는 생일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오전을 지내고 나니 점심시간이 되도 여느 때처럼 즐겁지 않더군요.

 

전 밥맛도 없었지만 따끈한 국물이나 마실 생각으로 사내 식당엘 갔습니다.

 

게시판에 적힌 오늘 메뉴를 보니 동태찌개더군요.

 

그런가보다 하고 시무룩히 있는데, 언뜻 보니 사람들이 먹고 있는 건 미역국이었어요.

 

제 차례가 되어 아줌마가 퍼 주는 미역국을 받아들고 있으려니 아주머니가 제 얼굴을 다시 한 번 보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생일 축하해요!" 하시지 않겠어요.

 

식당아주머니가 내 생일을 챙겨주다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아줌마가 그러시더군요.

 

토요일 오전에 저희 남편이 전화를 했대요.

 

월요일 점심메뉴에 미역국을 끓여주면 안 되겠냐고, 아무개 씨 남편인데 부탁드린다고….

 

비록 남편이 손수 끓여 준 미역국은 아니지만 미리 전화로 예약까지 해놓은 성의에, 그리고 그 마음에 미역국을 넘기는 목구멍이 많이 뜨거웠습니다.

 

’이렇게 나를 또 꽁꽁 묶어 두는구나.

 

내가 따라갈 수 없는 마음에 또 한번 감동하게 하는구나.

 

그래서 당신의 별명이 오대양이구 난 밴뎅인걸.’

 

영원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미역국으로 나를 울린 남편, 그를 사랑합니다.  

 

 

- 조연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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