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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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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형 [largo7a] 쪽지 캡슐

2002-05-14 ㅣ No.6331

-집으로-

카메라의 앵글은 새마을호 객실을 클로즈업시킨다

40대 초반의 엄마와 초등학교 3학년 또래의 사내아이가  기차에 타고 있다.

잠시 후  시골버스의 차내 장면이 화면에 펼쳐진다..

밀짚모자를 쓴 농부, 그리고 햇볕에 까맣게 탄 얼굴을 한 산골 아낙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수목이 우거진 산과  노란 흙먼지를 일으키며 한 대의 버스가  비포장 도로를 따라 산길을 오르고 있다. 마치 60년대의 강원도 산길을 연상케 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윽고 정거장 팻말이 서 있는 깊은 산길에서 버스가 멎는다.

엄마와 아들을 내려놓은 후 버스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깊은 산 중턱에 너와나무로 지붕을 이은 금방 쓰러질 것만 같은 집이 나타난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아들을 소개한다,

19살의 어린 나이로부터 가출하여 세상풍파를 다 겪은 딸은 허리가 아주 굽어버린 벙어리 어머니에게 아들 상 우를 맡기며 자신이 자리 잡을 때까지 아들을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부탁을 끝낸 딸은 막차가 떠나기 전에 서울로 가야한다며 자리를 일어선다.

벙어리 어머니는 손짓으로 잠자는 시늉을 하며  하루 저녁이라도 함께 자고 가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딸은 아들을 어머니에게 맡긴 후,, 막차를 타고 떠난다.

 

엄마가 떠난 후, 버릇없이 자란 외손자는 할머니를 뒤따라가며, 외할머니에게 벙어리, 병신이라며 놀린다.

 

그러자 할머니는 수화로 가슴에 원을 그리며 "미안하다"고 자신이 벙어리임을 미안해하며 외손자에게 사과한다.

 

늙고 초라한 외할머니는 외손자에게 사랑을 표시하려 하나, 이 아이는 외할머니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고, 외할머니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괴롭히기만 한다.

 

평생  밭일과 약초와 나물 채취, 지게질 등 남자도 하기 힘든 중노동으로 손은 마디마디  못이 박혔다.  그 거칠고, 보기에 더러운 손으로 외할머니는 김치를 찢어, 손자가 먹는 밥 위에 얹어주나, 아이는 그 김치와 김치가 놓여 진 밥을 숟가락으로 떠서 할머니에게 되돌려준다. 그 소년의 눈엔 할머니의 손이 더럽게만 비쳐진 것이다.  

소년은 어느날  손으로 덕지덕지 기운 검정 고무신을 할머니가 찾을 수 없도록 감추기도 하고,

요강을 발길질하여 파손시키기도 하고, 할머니가 잠든 사이 쪽진 머리에서 은비녀를 몰래 훔쳐, 소형 전자오락게임 기기가  필요한 뱃터리와 물물교환을 시도하려 하나, 그런 종류의 뱃터리는 산골 마을 슈퍼에서 찾을 수 없었다.

 

소년 상우의 마음이 외할머니에게 처음으로 열리는 날은 어느 비오는 날이었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햇볕이 쨍쨍 내려 쬐던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한때의 소나기가 지나간다. 마루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상우는 빨랫줄에서 옷을 걷는다.

비를 흠뻑 맞으며 할머니의 옷과 자신의 옷을 걷자말자 다시 날씨는 좋아졌다.

상우는 다시 그 옷들을 빨랫줄에 할머니 것 하나 자신 것 하나, 번갈아 가며  빨랫줄에 늘면서 상우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한다.

처음으로 외할머니를  위한 배려된 행동을 하였다.

그리고 할머니는 산나물과 약초를 채취하여 건조시킨 산나물을 시장에 내다 팔아, 손자에게 운동화, 초코파이 등을 사 주었던 날, 할머니는 손자를 버스에 태워보낸 후, 자신은 그 먼 산길을 혼자 걷는다.

소년은 할머니가 버스를 타고 오시리라 믿고,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도,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중에는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해가 질 무렵, 드디어 흙길을 걸어 오시는 할머님을 반갑고,놀랍고, 미안한 표정으로 맞이한다.

그제야 할머니가 늦게 오시는 이유를 깨닫는다. 그리고 할머니가 시장에서 팔다남은 고사리 보따리를 버스에 실어 주실 때, 할머니에게 힘으로 밀쳐 낸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였다. 소년은 지팡이에 의지하여 힘겹게 걸어 오시는 할머니로 부터 보따리를 얼른 받으며, 내일 먹기위하여 아껴두었던 초코파이 하나를 보따리에 살며시 넣어둔다.  

손자가 먹고 싶은 켄터키 치킨 대신(벙어리 할머니가 켄터키 치킨을 알 수 없다),  

찜 닭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장터에다 고사리 등을 팔아 암탉 한 마리를 사오시던 날, 할머니는 비를 흠뻑 맞아, 그 후유증으로 자리에 눕게된다.

상우는 외할머니에게 이불을 덮어드리고, 상을 차려드리며, 그리고 몸저 누우신 할머니의 쪽진 머리에서 녹쓴 놋쇠 숫가락을 뽑아내고, 하얀 은비녀를 꼽아 드린다.

 

외할머니와 동거를 시작한 후  상우에게 가장 고통스러웠던 날, 손수레를 타고 산길을 내려오다 돌 뿌리에 걸려 다치기도 하고, 또 미친 소(牛)로 인하여  무릎을 다치던 날,

상우가 그토록 즐겨 놀았던 전자게임기, 베터리의 파워를 다 소진하여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던 전자게임기를 싼 포장지를 뜯어보니, 소년이 그렇게도 원했던 베터리를 살 수 있는 돈, 거금 2천 원이 함께 들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상우는 드디어 울음을 크게 터트리고 만다.

성격이 좀은 삐뚤어진  , 개구쟁이  상우의 어린 마음에  할머니의 사랑이 파도쳐 부딪친다..

상우는 천진난만한 아이로 돌아가 할머니 앞에서 큰 소리로 울음을 터트린다.

 이젠 상우의 눈물을 닦아주는 할머니의 더럽고, 투박한 손도 더 이상 거부할 대상이 아니고, 소년은 할머니의 손에 자신의 얼굴을 내맡긴다..

 

울고 있는 외손자에게 할머니는 딸이 보낸 편지봉투를 내민다.

외할머니와의 이별이 가까워왔음을 알리는 엄마의 편지였다.

소년은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쳐 드린다.

그러나 몸도 머리도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할머니에게는 "아프다" "보고싶다"라는 한글이 어렵기만 하다.

남처럼 말도 못하는 할머니가 아프시면 전화도 못할 것을 걱정하면서

결국 상우는 할머니에게.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할머니가 편찮으시면 그냥 아무내용도  쓰지 마시고, 백지를 보내주세요. 그러면 상우가 할머니께로 달려올게요 ."

하며 외할머니와의 이별을 예비한다.

그리고 상우가 엄마와 함께 , 외할머니 곁을 떠나는 오늘, 올 때 보았던 초록색 산야는  이미 울긋불긋한 색동옷으로 바꿔 입고 있었다.

 

외할머니는 손자가 탄 버스의 차창을 두드린다. 상우는 미동도 하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다. 드디어 버스가 움직이자, 그와 동시에 소년은 좌석에서 벌떡 일어나 할머니를 훤히 볼 수 있는 버스 후미 차창으로 재빨리 갔다.

소년은 울먹이며 손으로 자신의 가슴에 동그라미를 그린다 "할머니! 미안해요."

그리고 할머니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다.

 

마치 이 세상 사람의 고뇌와 고통을 모두 다 안고 있는 듯한 할머님의 모습,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크나 큰 대지와도 같은 넓고 깊은 사랑을 지닌 할머니의 모습을 두고, 소년과 엄마가 탄 버스는 멀리 사라졌다..

 

버스가 떠나버린 산 길 위에 홀로 서 계신 할머니의 모습은 사랑하는 손자와 딸을 보내는 할머니 모습이기보다는, 너와 나,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이의 할머니의 모습으로 그렇게 외롭게 서 계셨다.  

참된 사랑의 샘물을 마신 후 변화된 개구장이 소년 상우의 모습, 그 소년에겐 외할머니의 사랑이 샘솟는  강원도 두메산골 너와나무 집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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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외손자인 나를 지극히 사랑하셨던 인자하신 외할머니가 계셨습니다

이미 하느님 곁으로 가신 지, 28년의 세월이 흘러갔지만,

밀양의 외갓집 골목길에서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시며, "또 언제 오노"하시며 외손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셨던, 할머니의 모습이 흐려저 옵니다.

하느님! 외할머님께 영원한 안식을 베풀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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