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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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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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경 [ppebble] 쪽지 캡슐

2002-11-14 ㅣ No.7638

 

 

언젠가 강원도 영월 지방으로 답사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 할 때쯤 한 마을을 지나는데 길가 집 우물가에 두부를 많이 만들어 물에 담가둔 큰 옹기 자배기가 눈에 띄었다.

 

"저런 시골 두부는 도회지에서 구경하기 어려우니 사먹고 갑시다."

일행 중 한 사람의 말에 시장하던 우리는 그 집 사립을 밀고 들어섰다. 우리의 청을 듣고서 부인은 "이건 파는 것 아닌데요." 하며 두부를 썰고 양념장을 해서 내어놓았다. 마루에 걸터앉은 우리 네 사람은 그 맛있는 두부를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한사코 사양하는 부인에게 적정 값이라고 생각하는 액수를 두부값으로 건넸다. 그러자 그런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부인이 잠깐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후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삶은 감자를 큰 그릇에 담아다가 내놓았다.

 

"찬 두부만 드시면 속이 쓰려요. 이것 금방 찐 감자이니 좀 드세요."

우리는 그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찐 감자를 냉큼 받아서 역시 급히 먹어 치웠다. 그리고 이번에도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액수를 부인에게 건네려 하였다. 그러자 부인이 얼굴을 붉히며 받지 않으려 했다. 일행 중의 한 사람이 귓속말로 "너무 적다고 그러나 봐요. 좀더 줘요." 하기에 돈을 좀더 보태어 부인에게 다시 내밀었다. 그러자 그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감자는 저희 저녁밥으로 한 거예요. 손님들이 시장해 보여서 조금 나눠드린 걸 왜 돈을 주세요? 두부값 받는 것도 미안해 죽겠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갑자기 얼굴이 달아올랐다. 소박한 촌부의 인정을 돈으로만 계산하려 들었던 약아빠진 사고와 생활습관이 참으로 부끄럽게 느껴졌다.

 

<허영자 선수필>중에서, 허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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