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하나님' 나라에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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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gaudium95] 쪽지 캡슐

2008-07-01 ㅣ No.5278

1.
지난 오월 초부터 청계천, 서울광장 그리고 광화문에서 타오른 ‘촛불’은 여간해서 꺼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촛불은 횃불이 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6월 이후, 깃발을 들자 촛불은 꺼질 거라고. 장맛비를 맞으면 촛불은 꺼질 거라고. 냄비 같은 국민근성으로 촛불은 사라질 것이라고.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면 촛불은 꺼질 거라고. 그들은 아주 편하게 ‘생각대로’ 말했다.

그러나 촛불은 마치 하나의 생명을 지닌 인격체처럼 되었다. 생명을 지닌 촛불은 축제를 잊고 살아온, 광장을 빼앗겨 온 시민들에게 해방의 공간과 시간을 선사했다. 거기서 시민들은 노래 부른다. 헌법 1조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
지하철 안에서나 명동 시내 한복판에서 게다가 촛불을 든 백만 시민 앞에서도 예수의 ‘구원’을 목 놓아 외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붉은 글씨는 그 어떤 선동적 ‘삐라’보다 더 자극적이었지만 선동적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확실히 대한민국 사회는 이제 미국처럼 ‘신이 다스리는 나라’가 되었다. 예수천국과 불신지옥의 나라로. 신의 나라에 사는 이들은 ‘예수이름으로’ 광장에 나온다. 하느님이 그들의 편이고, 또 세상의 권력이 그들의 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이 너무나 가득해서 예수가 경계했던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도 너나없이, 아니 선별해서 특별히 더 돈 많고 권력이 센 사람만 받아주는 자비로운 ‘소망교회’. 더욱이 국민을 섬긴다는 대통령을 배출한 교회. 그 교회의 김지철 목사님께서 국민을 섬기는 “주님의 아들” 이명박 장로님을 걱정하며 찬송가를 불렀다한다.

게다가 한반도 대운하의 전도사로서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추부길 목사님께서는 또 어떠한가. “사탄의 무리”를 확실히 알려주었다. 촛불집회에 나선 사탄의 무리들이 더 이상 판치지 않도록 기도를 올렸다 한다. 하느님께.

3.
불탄 숭례문에서 서울광장을 지나 광화문 앞에 서게 되면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명박산성’이 있었다. 그 앞에 촛불소녀부터 촛불노인까지 가득히 모여 있었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하나둘 촛불을 들었지만, 현재에 대한 분노도 만만치 않았다.

희한한 일은 그들의 분노는 폭력을 동반하지 않았다. ‘비폭력’이 그들의 분노를 대신하였다. 이 광장, 이 분노와 비폭력 앞에서 ‘신이 다스리는 나라’에 살지 않는 ‘하느님의 백성’은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잠시 신학적인 묵상을 해보자. 촛불의 분노가 비폭력을 외치는 것은, 자신의 노여움을 정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보다 더 큰 대의를 위해 ‘분노의 정화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그 과정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자신의 감정과 행위를 최대한으로 억제하는 자기희생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것을 그리스도교에서는 ‘사랑’이라 부른다.

그 사랑의 모범이 된 이가 역사적 예수이다. 비폭력으로 생을 마감한 인간 예수는 자신의 분노를 정화하여 “신성한 분노”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분노 안에서 존재하시는 하느님을 알게 해주었다.
하느님은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시기 때문이다.

하느님! 혹시 ‘청와대 뒷산’아래 ‘아침이슬’에도 계십니까?

<오민환·바오로/본 연구원 책임연구원>gasp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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