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토)
(녹) 연중 제25주간 토요일 사람의 아들은 넘겨질 것이다. 제자들은 그 말씀에 관하여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사제의 곱고 해맑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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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안 [thomabel] 쪽지 캡슐

2008-05-28 ㅣ No.36396

신부만 되면...
 
주님을 믿으며 살아 가는 우리가 이제는
주님을 위해 꼴찌가 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새롭게 이야기하려고 해도 전혀 새롭지 않은 사제의 모습을 
또 다시 말하게 됩니다.  
신자분들의 깊은 사랑으로 용서되고 이해되어지는 
사제의 삶이기에 힘을 내서 살아가지만, 
스스로 돌아보아도 정말 변해도 참 많이 변해서 
'내가 정말 왜 이러냐?'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제 스스로는 고학년이 되고 부제품을 받는 동안 
교회의 현실과 사제들의 문제점에 대해서 들으면서 
신학교 입학할 때의 그 순수함을 그대로 유지한 채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모습의 사제가 될지 
저 나름대로 충분히 고민하면서 
현실감있게 다짐하고 계획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겨우 사제 생활 2년을 넘긴 지금, 
너무나도 달라진 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나마 사제이기에 지켜지고 보호받고 있지만, 
객관적으로는 신부만 아니면 
참 욕 많이 먹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자분들이야 웃어주고 계시지만 
주님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면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현실이어서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마르 9,35)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첫째가 되려면 꼴찌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 말씀을 듣기는 들어서 실천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첫째가 되는 꼴찌의 삶이 아니라 
꼴찌가 되는 첫째의 삶을 더 좋아하고 따라갑니다.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것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지 않고 믿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주님 말씀이 마음에 걸립니다.
 
서품 동기 신부님들의 말로는 
사제서품 전날 밤에 제가 잠꼬대를 했다고 합니다. 

"신부만 되면, 신부만 되면..." 

그 뒤에 무슨 소리를 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신부만 되면 정말 내 맘대로 살 거야!' 이랬는지, 
'신부만 되면 정말 주님 말씀대로 잘 살 거야!' 그랬는지... 

그때는 뭐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분명하게 주님 말씀대로 살고자 다짐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마르 9,31)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스스로 꼴찌가 되셨습니다. 
주님을 믿으며 살아 가는 우리가 
이제는 주님을 위해 꼴찌가 되는 삶을 살아 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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