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강우일 주교 - 강정천에서 세족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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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20joolid] 쪽지 캡슐

2013-03-29 ㅣ No.2021

교회
주님께서 내 발을 씻겨주신 것처럼주님 만찬 성목요일 강정천에서 세족례
한상봉  |  editor@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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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3.29  12: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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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봉

3월 28일 제주 강정천에서 강우일 주교의 주례로 성목요일 세족례 미사가 봉헌되었다.

강우일 주교는 성 목요일 예식은 제자들이 “당신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예수에게 받은 날이라고 소개하며, “강정주민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전했다.

강 주교는 강론에서 요한복음서의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온 것을 아시고, 이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라는 구절에서 ‘끝까지 사랑하셨다’는 말은 ‘더욱 극진히 사랑하셨다’ 혹은 ‘마지막에 이르도록, 극에 달하도록 사랑하셨다’는 의미로 새겨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수가 세상에 오신 목적은 “한마디로 세상을 사랑하시기 위해서”라고 강조하며, 빠스카 만찬에서 “세상을 향한 당신의 사랑을 더 극적으로 드러내시려고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서 "당시 관례로는  노예들이 주인의 발을 씻겨야 했는데, 주인이자 스승인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준 것은 '이 세상의 상식과 관행대로 살지 말고 그것을 뒤집어엎으라'고 이르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예수님이 시작하신 하느님 나라 운동이 “잠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듯 하다가 사라지고 말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우리의 세상도  막강한 불의한 폭력으로 진리를 짓누르고  거짓의 왕국을 건설해 간다”고 말했다.  

 “강정주민과 생명과 평화를 위해 온 몸으로 싸워온 분들,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되기를 밤낮으로 기도하는 분들의 염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정부와 군대는 군사 기지 건설에만 열을 올려왔다. 정부는 온갖 탈법과 편법을 총동원하고 법을 수호하는 사법부도 그 본연의 역할을 포기하고 오직 힘 없는 이들에게만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댔다”

그러나 강 주교는 “희망을 접어서는 안 된다”며, “악의 권세가 춤추고 진리를 깜깜한 어둠으로 짓눌러도 예수님께서 좌절하지 않으시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셨듯이, 우리도 이 세상을 끝까지 사랑해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희망을 두고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으로 남자”고 호소했다.

 

세족례 미사 기도문

자비의 하느님

정부와 언론의 무관심과 공권력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과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빼앗기는 박해속에서도
당신께서 가꾸고 돌보라고 맡겨주신
땅과 바다를 모든 것을 다바쳐 지키고 있는
강정마을 형제 자매들을 안아주시고
힘이 되어주셨음에 감사합니다.
저희는 이 여정의 끝이 어디인지는
당신만이 알고 계시며
당신의 뜻 안에서는
아무리 나쁜 시작과 과정이었다 하더라도
항상 좋은 쪽으로 이끌어주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저희가 성체성사를 통해
자신의 몸과 피를 저희에게 밥으로 내어주신
당신의 사랑을 마음에 새기고
강정마을 형제자매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며
굳게 잡은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좋은 이웃이 되어주어
강정마을 형제자매들이 저희 안에서 희망과 기쁨을 찾아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게 하소서.
 

 

   
 ⓒ조성봉

   
 ⓒ조성봉

   
 ⓒ조성봉

   
 ⓒ조성봉

   
 ⓒ조성봉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  강우일 주교님,
       아직 차가운 강정천에 맨발로 들어 가셨군요.
       예수님처럼 제자의 발을 씻기시는군요.
       
       제가 다니는 본당의 젊은 사제께서도 어제 저녁 미사중에 신자들의 발을 씻겼습니다.
       낮은 곳으로 간다는 것, 마음이 아픈 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고 때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겠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강우일 주교님이 가시는 길과 같아집니다.
       추기경님께서 명동성당에 꽃장식도 없이 깊이 잠들어 계실 때에 드렸던 마지막 미사.
       비장한 모습으로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시던 모습,
       저희들은 강 주교님께서 그 자리를 이어 주셨으면 하는 꿈도 꾸었더랬습니다.

      그러나 주교님께서는 제주, 먼 바다 건너로 가셨습니다. 순명으로.
      그리하여 저희들은 언제 다시 오시려나 기다립니다. 희망으로.
      믿음에 믿음이 더하여지기를 그리하여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소망의 끈을 놓지 않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하얀 수염을 휘날리시는 원로 사제를 귀하게 여겨 주시기를,
      하여, 많고 많은 일들을 겪으며 길위의 신부로 살아 온 세월이 참되었음을.
      아니, 이미 많은 소통이 있으셨을텐데 무슨 ~~.

      강정에 계신 주교님과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활동가들과 강정 주민들이 강건하고 평화롭기를 빕니다.
      햇살이 따스해 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마음 속에도 주님의 상처가 기쁨의 부활로 화려하게 피어 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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