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소박함, 천진난만함

스크랩 인쇄

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2-07-06 ㅣ No.3819

7월 7일 연중 제 14주일-마태오 11장 25-30절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안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아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이것이 아버지께서 원하신 뜻이었습니다."

 

 

<소박함, 천진난만함>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를 보다 생생하게 체험하기 위해서 어린이와 같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분위기 파악 제대로 못하는 개념 없는 철부지 어린이가 되라는 말씀이 결코 아닙니다. 그보다는 보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동시에 그릇된 욕정이나 이기심을 버리는 순간 보다 투명한 시선으로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다는 말씀으로 생각됩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교회 최고 책임자란 막중한 위치에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순수하셨던 분, 참으로 장난기가 많았던 어린이와 같으셨던 분이 바로 요한 23세 교황님입니다.

 

그분이 서거하신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사람들은 갈수록 더욱 그분을 존경하는 이유는 바로 그분의 겸손함 때문입니다. 소탈하면서도 파격적인 성품 때문입니다. 요한 23세께서는 교황청의 높은 성벽 안으로 가난한 이웃들을 초대하셨는가 하면, 가장 어려운 일인 당신 가까이 살아가는 이들, 바티칸 직원들, 경비병들, 청소부들, 동역자들에게 한없이 부드러우셨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요한 23세가 지니셨던 탁월한 매력 중에 하나가 그분 특유의 유머감각입니다. 결국 웃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신조 아래 언제나 격의 없는 농담으로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나가는데 앞장 서셨습니다.

 

요한 23세께서 교황으로 선출되기 직전 파리의 교황대사로 계실 때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론칼리(요한 23세의 속명) 대사는 프랑스 대통령이 주최한 한 파티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연회장에 도착하자마자 고위성직자인 론칼리 대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한가지 있었습니다. 부부동반으로 초대된 그곳에 여러 높은 양반들과 그 부인들이 대거 참석하고 있었는데...한마디로 여름이어서 그랬는지 노출이 너무 심했습니다.

   

그런데 장난기가 발동한 프랑스 대통령은 여러 부인들 중에서 가장 노출이 심해서 거의 벗다시피한 어느 국회의원 부인을 론칼리 대사 바로 옆에 앉혔습니다.

   

눈길을 어디다 둬야하는지 몰라 시종일관 고민하고 있던 론칼리 대사는 이윽고 디저트로 과일로 나왔을 때 예의 그 장난기가 발동했습니다.

 

론칼리 대사는 여러 과일이 담긴 디저크 접시에서 사과들만 따로 골라 그 반라의 부인에게 권했습니다. 잔뜩 포식해서 숨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던 부인은 "대사님,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하고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론칼리 대사는 "그래도 꼭 드셔야 합니다. 한 조각만 드셔보시죠"하고 거듭 권했습니다. 부인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라 교황대사고 뭐고 눈에 보이지 않은 나머지 "대사님, 제가 안 먹겠다는 데 도대체 왜 그러세요?"하고 핏대를 세웠습니다.

 

론칼리 대사는 시치미를 뚝 때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인 그럼 사과는 더 이상 권하지 않겠습니다만, 집에 가셔서 창세기 3장 7절을 꼭 읽어보십시오." 부인은 궁금증이 생겨 물었습니다. "대주교님, 창세기 3장 7절이 무슨 내용인지요?" 론칼리 대사는 친절하게 창세기 3잘 7절을 들려주었습니다.

 

"사과를 따먹은 하와는 그제서야 눈이 밝아져 자신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앞을 가리웠다."

 

요한 23세 교황님의 시골 아저씨 같은 그 소박한 말투, 상상을 초월하는 장난기, 천진난만한 미소, 가장 가까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그립습니다.

 

뻣뻣하게 "내가 이런 사람입네"하고 권위를 내세우는 사람들에게 아직 천국을 요원합니다. 경직된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의 삶을 과감히 떨쳐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아직 천국은 멀리 있습니다.



2,255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