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우리 먹거리 주권 확보와 한겨레의 이상향(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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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자 [nuunso101] 쪽지 캡슐

2008-07-08 ㅣ No.6140

 

  미친 소는 고기 먹고 미쳤다 합니다.

그 미친 소가 먹은 고기는 풀을 먹고 산 양들이었습니다.

풀을 먹고 사는 짐승들은 참 순합니다.

사슴의 눈을 본 적이 있나요? 소의 큰 눈망울을 본 적이 있나요?

소는 죽음을 앞두고 눈물을 흘리며 움~~메 하고 웁니다.

새끼를 사랑하며 핥아 줍니다.

그렇게 사랑을 지닌 소가 고기를 먹으니, 그것도 풀 먹고 산 짐승고기를 먹으니

미칠 수밖에 없나 봅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이런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사람도 곡식이나 열매, 나물, 푸성귀로 살아 왔습니다. 창세기에서 허락된

사람의 먹거리도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짐승은 길들여 더불어 살아라고 했을 뿐

잡아먹으로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소젖이나 달걀 정도 먹는 거야 어떻겠습니까?

그런 사람이 짐승을 잡아 먹으면서 고기맛에 젖어 탐욕스럽고 거칠어졌습니다.

언제부터 소, 닭, 돼지 고기 없이 못 살게 되었나요?

소가 미쳐날뛰고, 닭이 픽픽 쓰러지고 있습니다.

미친소뿐 아니라 풀 먹은 소라도 먹지 않으면 어떨까요?

풀 먹던 소들이 풀 먹은 양을 먹고 미치니, 사람도 풀이나 곡식 먹는 짐승이라도

그 고기를 먹으면 미쳐 날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미치지 않는다면, 세포가 고기맛에 젖어 결코 죽지 않는 암세포가 될 것입니다.

광우병으로 죽을 확률보다 암으로 죽을 확률이 훨씬 많습니다.

암세포, 그 놈은 살아 있는 세포를 더는 살지 못하게 하고 저들만 살아남으려

하기에 마침내는 생명의 세포를 죽이고 우리의 숨을 빼앗아 갑니다.

 

보리밥 된장에 고추 찍어 먹고, 철마다 나는 과일 달게 먹고,

겨울이면 말린 나물, 대추, 고구마 삐떼기(말린 고구마) 먹고,

그래도 세계적인 글자살이 하며 슬기롭게 살아왔습니다.

정월 대보름 오곡밥, 삼월삼짓날 파지짐, 오뉴월 꽃지지미, 한여름 콩국수,

한가위 송편, 동짓날 팥죽이라 그 어느 적에 소 잡아먹을 일 있었나요?

밥이 보약, 여름 밥 반찬으로는 장아찌, 된장찌게가 좋고 겨울에는 김치 하나면

끝내 줍니다. 멸치 젓갈이면 칼슘, 단백질, 무 배추 발효하면 비타민 걱정은 뚝,

거기에 청각, 굴, 잣 들어가면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소가 골고루, 맛도 그만!

도라지, 고사리, 버섯 말리면 갖가지 무기질 듬뿍, 오곡밥에 일곱나물 웰빙 짱!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 갖가지 해초-미역, 다시마, 모자반, 메생이, 파래, 김 들-

우리나라 사람 먹거리는 그야말로 세계적 수준입니다.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으니 수산물 또한 먹거리로 풍성합니다.

물고기는 통점(아픔을 느끼는 점)이 없어 잡아 먹어도 뒷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제자들과 물고기 파티를 여시지 않았습니까?

 

축산농가는 어쩌냐구요? 예전에는 낙농이 중심이었습니다.

소젖, 양젖 짜먹고 유제품 개발하여 만들어 먹는 정도면 어떻겠습니까? 

아, 축산도 해야겠습니다. 소에게서는 소젖 짜 먹다 그 소가 죽으면 가죽을 쓰고

뼈는 본 차이나 그릇 만들어 쓰고, 기름은 화장품 만드는 데 쓰고, 꼭이나 육고기

먹어야겠다면 제 목숨대로 살다가 죽은(자연사) 소의 고기 잘 활용하여 소시지

만들어 먹지요. 우리가 안 먹는데 사들여 오는 얼빠진 장사치도 없을 것입니다.

미친소 아니더라도 살아있는 짐승 죽여 고기 먹는 일은 고기맛 보겠다고 일찍

죽자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정부도 쇠고기 수입에 골머리 앓기보다는 우리 농가를 어떻게 살릴 지 그것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겠지요?

우리나라 사람의 주식이 아닌 쇠고기 수입 풀어주면 우리 물건 팔 수 있는 길이

열린다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국제 무대에서 문을 꼭꼭 닫아 두면 우리끼리 살 수 있나요?

 

농림부와 수산부가 합쳐져 농림수산식품부가 되었으니 우리 국민 먹거리에 대한

바탕을 새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산과 들, 땅에서 나는 것과 강과 바다에서 나는

것들을 다시 잘 살펴서 우리 먹거리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겠습니다.

최소한 우리 국민의 기본적인 먹거리는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기름으로 난리법석이지만 언제 먹거리 난리가 일어날 지 모릅니다.

농산물은 중국에서 들여오고 축산물은 미국에서 들여오고 하다가 대외의존도가

높아지면 이들 먹거리를 담보하여 더 얼마나 무시무시한 시장 공략을 해올 지? 

생각만 해도 아뜩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사람 떠난 농산림지를 확보하여 기업식 대규모 집단농장을

만들어 도시 근로자를 불러들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계절연동제 특용작물 재배,

낙농가와 함께 하여 자연퇴비로 친환경 농업, 농림수산식품 재가공 한 곳에 모아

낙`농업 근로자 숙소, 문화시설, 농림 전문 연구소 및 학교 세워두고 일상생활은

도시 근교에서 하되 주 3~4일 정도 출장 근무 하게 되면 농촌생활 힘들어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바다 가까이는 수산업도 이같이 기업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한 기업화한 대규모 낙농, 축산, 임가공, 해양수산물 수확가공업은 국가의

보호와 통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전국 지역마다 그에 알맞은 농축산, 임수산

마을을 만들어 생산 교류하자면 큰물길도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북한에도 집단

농장 세우면 개성공단보다 북한 주민 살리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어려운 시기에 일자리 늘리는 데에도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지역균형발전도 절로 이루어지겠지요?

 

 먹거리 확보는 바로 우리 목숨 지키는 일이고 우리 땅 지키는 일입니다.

생명주의, 생태주의니, 환경주의니 그럴듯한 이름붙이고도 투쟁만 일삼는 까닭은

마음이 거칠고 메마른 탓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아이들, 사람 공부, 자연 공부, 과학 공부에 더욱 힘써 나라 살리는 사람이

되는 데에도 바빠야 할 터인데, 어른들의 속임수에 빠져 여기서 우르르, 저기서

우르르, 먹을 게 쇠고기뿐인 듯, 안 먹고는 못 살겠고 먹으면 미쳐서 죽을 것처럼

아우성으로 들려 안타깝습니다.

 

 우리 땅에 대한 철학이 없는 정부의 속전속결도 문제이고, 사람 키우는 교육이

무엇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성찰이 없는 것도 현 시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의, 나라 살리려는 뜻과 일 잘하려는 마음가짐은 높이 우러러

뵙니다만, 마음이 바빠 하는 일이 다 바쁘니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이 여기저기서

마구 불거져 나옵니다. 나라 살리는 데에 그저 한 가지 경제 살리기만 내세우시다

보니 미국산 소는 미친소라는 이런 얄궂은 일이 다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나라사람, 나라땅, 나라말, 다스림과 가르침을 곰곰 깊이 되짚으시고 나라 살릴

길을 찾으셔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경제대국이 된다 해도 먹거리 확보가

안되면 다가올 식량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21세기 이 나라 한겨레의 유토피아 밑그림에는, 무엇보다 먹거리 주권 확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이번 쇠고기 파동과 촛불집회는 뜻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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