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북핵과 제주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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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석 [rhamian] 쪽지 캡슐

2013-02-21 ㅣ No.1919

오랜만에 들어왔습니다. 근 한달만이네요.
연초라 이래저래 바빴는데, 오늘은 좀 짬이 나서 들렸습니다.

북한 핵실험 때문인지 이어도를 위한 대중국 해군기지가 대북 해군기지로 바뀌었군요?
(당연히 둘다 겸해서 짓는 것이라 하겠지만, 게시판 분위기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

과거에 북폭을 했더라면...하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고,
정밀한 북한 지도부 타격을 은근히 바라는 듯한 분도 있고,
제주해군기지는 그렇게 반대를 하면서 왜 북한 핵실험에는 가만히 있냐..는 분도 있고...
이런저런 글들이 많이 있군요.
(전과 다름없이 새로운 단어까지 만들어가며 종북, 빨갱이 색을 열심히 입히려 노력하는 사람들도 여전하고요. ^^)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한 일은 참으로 안타깝고 걱정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것과 제주해군기지는 큰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지으면 북한의 핵이 무력화되거나 약화되나요?
북한이 핵을 쓸 가능성이 줄어드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때문에 북핵과 제주해군기지를 구태여 연계시킬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을 강행했으니 우리도 해군기지를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주장은
근거와 주장 간의 연결고리가 너무 약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주의 환경은 걱정하면서 왜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환경 파괴에는 아무 말이 없느냐...
평화를 사랑한다면서 북한 핵개발에는 왜 아무 말이 없느냐...
말과 글로만 평화를 말하지 말고 행동을 해라....
뭐, 이런 내용들의 글들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뭘하라는 이야기인가요?

강정에서의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 생명평화 미사 등은 그 자체로 나름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서 뭘 어떻게 하면 북한의 핵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아시는 분들이 말로만 말고 행동으로 한 번 보이시는 건 어떨까요?
직접 한 번 뭔가를 하시고 그게 미약하다 하더라도 영향력이 미침을 보여주시죠.
저 역시 작게나마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

핵실험으로 환경파괴 극심하겠지요. 평화와는 반대로 가는 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말입니다, 제주 해군기지 역시 같습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요.
북한도 사실이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건 간에 미국으로의 침략 위협에 대비하여 핵을 만드는거라 말합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그동안 공공연히 악의 축이니, 북폭에 대한 이야기로 북한을 위협해 왔고요.
북한은 그 핑계를 대며 핵개발을 하고 있지요.
그 핵으로 정말 북한의 체제가 보장되고, 북한이 타국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해질까요? 아니지요.
누군가 올려준 것처럼 정밀 타격 무기 등을 통한 북폭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국제적인 비난이나 경제 제재 등 북한의 사정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요.

참이건 거짓이건 간에 자신들의 안보를 위해 무장을 한다고 하는 북한에는 온갓 욕을 퍼붓고,
제주해군기지는 "진짜로 우리의 안보를 위해 국방력을 키워야 된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요?

저는 북한의 핵개발도, 우리나라의 제주 해군기지도 모두 평화에 역행하는 행동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둘 다 반대합니다.
북한의 진정한 안보와 평화는 북한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깡패국가가 아닌 정상적인 국가로 변해야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진정한 안보와 평화를 위해서는 국방력은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경제적, 외교적으로 국제적인 위상을 더 높여야(MB가 자주 쓰던 표현으로 국격을 높이는 것이죠) 되는 것입니다.

여담으로,
이 곳이 아닌 다른 게시판에서 이번 핵실험 이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과거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라 칭하며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아사자가 생기던 그 시기에 대북지원을 하지 말고 북한 내부에서 체제 붕괴가 일어날 수 있게 그대로 놔뒀어야 한다..라고 주장하더군요.
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그건 정말 비인간적인 주장이다..라고 비판했는데,
대를 위한 소의 희생...같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이곳에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으신 것 같네요.

일부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나와 내 가족이 그 굶어죽을지 모르는 수십, 수백만명의 안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 그리고("또는"이 아닙니다.) 자발적이어야 그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2천만 인구 중에 수백만이 죽을 수 있는데 그걸 "소"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이곳은 가톨릭 게시판임에도
참으로 "비종교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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