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의로운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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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석 [rhamian] 쪽지 캡슐

2013-03-04 ㅣ No.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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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갈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면 강정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었는데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해군기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놀랄 만큼 격렬해졌습니다.
말 몇마디 한 후에는 목소리가 저절로 높아지고 욕이 튀어 나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나 외부인들에 대한 적개심과 반발심은 거의 전투적이었습니다.
정의니 평화니 하는 인생의 큰 가치를 독점하는 반대자들을 향한 울화통이 터진 것 같았습니다.

정의나 평화는 인류의 공동가치입니다.
반대하는 이들은 스스로 혼자 의로운 척 하면 안 됩니다.
그건 거짓이며 보편의 규범을 어기는 사고방식이며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반대하는 이들만이 원하는 것은 정의나 평화가 아니고
반대하는 이들 자신의 욕심이며 편견이며 이기심의 발로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

이곳 제주해군기지 토론실에 올라온 글의 일부입니다.

저도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제주도에 다녀왔었는데,
관광 가이드 하시던 분이 조심스레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하여 잠깐 언급하시더군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가이드 하는 손님들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심적 압박이 컸을텐데도,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며, 제주의 특별한 상황을 이해해주십사...
조심스레 이야기하는 그분을 보면서
구태여 민감한 주제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될텐데
오죽했으면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 속으로 응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주도 사람사는 곳인데,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겠지요.

"의로움"과 "의로운 척"은 어떻게 구분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의로움"을 주님에게서, 교회에서 찾습니다.
주님의 가르침, 교회의 가르침을 근거로 진실한 "의로움"과 거짓된 "의로운 척"을 구분하지요.
일부 사람이 욕한다 해서 의로움이 의로운 척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일부가 아닌 대다수의 사람이 욕한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변치 않는 진리가 있음을,
그 진리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그것임을 믿고 따르는 것이 천주교 신자들입니다.

히틀러에 열광하던 그 사람들도 다수였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쳤던 그 군중들도 다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열광과 외침은 결코 "의로움"이 아니었습니다.

정의와 평화, 의로움은 누군가가 독점하고 말고 하는 재화가 아닙니다.
제주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정의와 평화, 의로움에, 주님의 가르침에 동참하자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에 왜 "독점"이라는 단어가 나올까요?
어느 누구도 그 "의로움"에 동참하지 말라고 말리지 않습니다.

의로움은 결코 다수결도, 만장일치도 아닙니다.
이 세상에 정의와 의로움도 존재하지만, 분명히 불의와 거짓도 존재합니다.
불의와 거짓에 속아 넘어가면서, 혹은 옳지 못함을 알면서도 현실과 타협하여 굴복하면서
그 부끄러움을 덮기 위해 정의와 의로움을 말하는 사람들을 왜곡하며 폄훼해서는 안되겠지요.

우리 교회는 분명히 "군비경쟁이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가르치고 있습니다.
전쟁이나 외침의 두려움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군비경쟁을 불러오더라도 불가피한 일이다.."라는 주장까지는
백번 양보하여 어찌 이해라도 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군비 경쟁이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가르침을 따르는 이들을
"의로운 척"이라 왜곡, 비방하는 주장은 단호히 배척해야 합니다.
그걸 "의로운 척"이라 말하는 행위는 바로 "교회가 의로운 척 한다"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톨릭에게 윗 글과 똑같은 왜곡과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생명 윤리를 위해 낙태를 반대하는 교회에게,
황금만능주의와 무신론을 반대하는 교회에게,
"혼자 의로운척 하면 안된다"며 비난하는 사람이 존재하지요.
"종교는 다 돈 뜯어 먹으려는 수작이다"라며 적개심과 반발심을 갖는 사람들도 존재하고요.

같은 행태를 보이는 천주교 신자가 있다는 것이 참 개탄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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