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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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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아 [soona610] 쪽지 캡슐

2015-08-10 ㅣ No.85486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선교사라기보다 건강전도사 같은 동생이 만날 때마다 새로운 건강식품을 소개하곤 합니다. 이런 동생이 지난 해 가을,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강원도에서 무즙을 짜가지고 왔습니다. 농민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밭에 무를 갈아 업어 놓는다고 합니다. 그 걸 주워 무즙을 내서 먹었더니 뱃살이 쏙 빠졌다고 자랑입니다. 그러니 누나도 먹어야 한다고 무즙을 2리터 페트병에 몇 개를 담아 가지고 온 것입니다.

 


조용하던 집안이 갑자기 시끌벅적합니다. 동생은 성경을 끼고 전국 시골 공소를 한 바퀴 돌다가 죽겠다며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 한 이 선교사 부부는 워낙 기가 세서 어느 한쪽이 지지 않고 맞불작전을 하면 일을 내도 열 번을 더 냈을 부부입니다. 결혼한 지 이십 년, 아직 헤어지지 않고 사는 것을 보면 하느님의 힘은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둘이 죽이 잘 맞아 그렇게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박사학위가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슨 뜻이 계신지 하느님은 평신도 선교사인 동생을 교황청 장학금까지 받게 하며, 로마 우르바노대학에서 선교학 박사학위를 받게 하셨습니다. 이런 동생이 지금은 춘천교구의 한 공소에 파견되어 노인들을 어머니 아버지라 부르며 젊은이들과는 친구 같이 지내면서 농촌전교에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다 가끔 도시로 강의를 하러 나오면 들르는데 그럴 때마다 시골 신자들이 필요한 생필품을 거두어다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그날도 옷 정리한 것을 한보따리 내놓았더니 동생 아내의 몫으로 몇 가지가 돌아갔습니다. 이모저모 재주가 많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는 사람이 가난한 선교사 만나 여자로서 누릴 것을 못 누리고 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그래도 옷을 하나하나 입어보고는 자기한테 잘 어울린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이미 초월의 세계에 돌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분이 좋아하시는 참 자유인의 모습인 것입니다. 천성이야 타고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 제 생긴 대로 살다보면 하느님은 그에 맞게 사람을 쓰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은 고생하려고 태어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고생을 어떻게 지혜롭고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공한 인생이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길잡이가 바로 하느님인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도 믿음과 나눔의 덕을 몸으로 체득한 선교사들이 지구촌 곳곳에 파견되어 하느님을 아는 지식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구원의 요람인 최상의 이 가치를 깨닫고 그분 말씀에 순종하며 산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동생은 자식도 없고, 가진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농촌 교우들에게 강의도 해주고,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도 하겠다고 앰프를 준비해놓고 하느님이 떠나라는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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