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노 부부

스크랩 인쇄

이영형 [hyoung6535] 쪽지 캡슐

2008-05-23 ㅣ No.36316

 
 

 

가정의 달입니다.

엊그제는 부부의날이었구요.

제가 알고 지내는 어느 노 부부가 떠 올랐습니다.

그 분들을 만난 건 7년전 M.E에서 였습니다.

M.E는 많은 분이 아시겠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부부 관계를

열정과 친밀감과 깊은 관계성의 사이로 되돌리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이박 삼일의 일정 중 첫쨋날은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으로 시작됩니다.

 

그 노부부의 소개 차례가 되자

멋있게 늙으신 할아버지가(73세)말씀하셨습니다.

" 우리 부부는 교육자로 살아왔고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살았습니다.

서로 사랑했으며 

지금까지 부부 싸움이라고 말할만한 다툼없이 행복한 시간을 지내왔습니다.

사실 오늘 이 교육에 온 것도, 

우리 부부가 이런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겠나 싶어 내키진 않았지만, 

하도 좋은 프로그램이라해서 와 본 것입니다.

아무튼 여러분을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은 

옳았고,멋있었으며,두분의 사이가 부러웁기까지했습니다 

말씀이 이어지는 중에도 할머니는 그저 인자한 미소만 짓고 계셨습니다. 

 

이박삼일의 일정을 끝내고

파견 미사 중에 그 간의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일어나셨습니다.

왠지 할아버지의 얼굴이 상기돼 있는 듯 했습니다.

"저는 이자리에서 지금껏 살아온 방식이 결코 옳지 않았다는 걸 고백합니다"

좌중의 모두는 휘둥그레 할아버지를 주시했고 너무 의외였기에 적막감마저 돌았습니다.

 

"저는 제 인생에 대해 

자신만만했으며 교만했고 지나치게 당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자리에서 

제 자신의 인생에 관한 반성은 뒤로 미루겠습니다. 

오늘 제게 한으로 남은 것은 

제 내자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아내를 사랑했고 아내는 제게 순종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돌이켜보니

저는 아내에게 권위만 내세웠으며

내 방식대로 판단하고

아내가 날 만족하게 받아주는 걸로만 알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면서 기도했습니다.

저를 아내보다 먼저 데려가소서! 

제가 사랑했고 그럼에도 불쌍한 제 아내가

저보다 좀 더 살아 

이 좋은 세상을 행복하게 누리게 하소서!

저도 오래 살고 싶사오나 

이제 제 아내에게 그 기쁨을 선물로 주고 싶나이다"

듣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여러분! 이제 이박삼일의 여정을 마친 제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할아버지에게 모두는 점점 빠져들었습니다.신부님마저도...

 

" 아내가 나보다 좀더 살아 

이 좋은 세상을 즐길 수 있도록 

내가 먼저 가는 것이 아내를 진정 사랑하고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내가 병들면 자식들 눈치안보게

내가 똥오줌도 받아내고 

깨끗이 닦아도 주고

그렇게 편하게 아내를 하느님 품에 보낸 후에

혼자 남은 내가 외로움을 다 받아 안고 살다

병들어 자식들이 홀대하면 

그대로 내 몫이려니 받다가

나중에 아내 곁으로 가야겠구나...

10년만 일찍 이 프로그램을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저는 지금 큰 후회에 싸여있습니다."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하던 할아버지가 

가까스로 덧붙이셨습니다.

 

" 이제서야, 이렇게 늙어서야, 진정한 사랑을 알았습니다..."

그 날 모두가 울었습니다...



988 4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