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어느 비신자분의 시국미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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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영 [upward] 쪽지 캡슐

2008-07-01 ㅣ No.5252

지하철 시청 역에서부터
수녀님들이 곳곳에 섞인 수많은 시민들이 한 곳으로 몰려 나오더니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플레어 스커트에 하이힐 차림의 아가씨들,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님들,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리고 여러 분의 스님들이 넓은 서울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2시간 여의 시국 미사를 마치고
은색 십자가를 앞세운 신부님과 수녀님, 스님들이 단상을 나서
촛불 행진의 선두에 서자
수 만명의 시민들이 양쪽으로 쫙 갈라지며 길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하얀 사제복을 차려입은
수 백명의 신부님이 스님, 수녀님들과 나란히 손을 꼭 잡고 걸어나가자
길 양쪽에 늘어선 수 만의 시민들은 입을 모아

'고맙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를
10여 분 동안 연호했습니다.

정말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감동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은색 십자가를 앞세운 사제단과 하나로 어울어진 시민들은
'이제는 이메가에게 만나자고 사정하기 싫어서 일부로 정반대편'으로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남대문을 지나 명동과 퇴계로를 지나 다시 시청 광장까지
4차선 도로 한쪽 방향으로만 진행된 촛불 행렬은
그동안의 행진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로 진행되었습니다.

구호대신 수녀님들이 중심이 된 평화적인 노래들로,
심지어 중간에는 '침묵 행진'까지
너무나도 평화롭고 조용한 1시간 여의 행진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청 광장에 돌아오자
사제단의 신부님이 '밤이 더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어리둥절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신부님은
'우리는 이제부터 여기서 앞으로 쭉 철야로 기도하겠다.
그리고 정부가 회개할 때까지 곡기를 끊는 무기한 단식에 들어갈 것이다.
우리 사제단은 내일도, 모래도 매일 이 자리에서 시국 미사를 시민과 함께 집전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일찍 돌아가고 내일, 모래, 앞으로도 쭈욱 여기서 만나자'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의 이 말씀에 5만 여명의 시민들은
그동안의 힘들었던 촛불 집회 중 처음으로 평화롭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만 진심으로 시민들과 정의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마음으로
평화롭게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정부는 사제단이 청와대로 향하지 않고
평화롭게 행진을 끝낸 것을 보고 안도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정부가 회개할 때까지 곡기를 끊는 무기한 단식에 들어갈 것이다' 라는 말은
단순한 비폭력을 말하는 것 만이 아니라
비폭력의 댓가로 자신들의 목숨까지 내거는
참으로 무거우면서도 다른 어떤 폭력 행위보다도 더 효과적인 것임을
이메가와 그 졸개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 사제단이 보여준 모습들은,
비폭력과 자신들의 목숨을 건 투쟁 의지를 동시에 보여준 각오는
지난 주 토요일 이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비폭력-자위력 논쟁을 단숨에 잠재울 만큼

행위의 본질에 단숨에 도달한,
무기력한 비폭력이나 위험성 높은 자위력 어느 쪽도 아닌,
비폭력이지만 오히려 가장 강력하고 위협적인 자기 희생을 통해
우리 시민들에게 진정한 본보기를 온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목요일에는 양심적인 개신교 교단과 신도들이,
금요일에는 한국 불교 주요 사찰과 스님들이
같은 자리에 모여 시국 기도회와 법회를 열 예정입니다.

이 분들은 결코 폭력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것임을 보여줄 것입니다.

우리가 고민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신부님, 수녀님, 스님들은
사바 중생들의 고뇌를 외면하지 않고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스스로의 몸으로 빛과 소금이 되어 보여주셨습니다.


제가 종교인이 아니고 글재주도 없어서
오늘의 벅찬 감동을 제대로 전해드리지 못함이 너무나도 안타까운데,
혹시라고 제가 위에 쓴 감동적인 광경을 직접 보시기를 원하신다면
이번 주 내내 이어질 시국 미사와 기도회, 법회에 한 번 참석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올바른 종교가 보여주어야 할 진리에의 간구가 그곳에는 확실히 있습니다.

hajin

 

 

 

 

 

출처는 http://blog.naver.com/hajin817.do

 

첨부파일 BobDylan-Blowin'InTheWind.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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