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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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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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ayo98060] 쪽지 캡슐

2010-06-18 ㅣ No.56675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0년 6월 18일 연중 제11주간 금요일
 
 
 
 
Do not store up for yourselves treasures on earth,
where moth and decay destroy, and thieves break in and steal.
But store up treasures in heaven.
(Mt.6.19-20)
 
 
제1독서 열왕기 하권 11,1-4.9-18.20
복음 마태오 6,19-23
 
저는 어제 교구청 성소국에 무사히 들어왔습니다. 주교님을 비롯한 많은 신부님들 그리고 교구청 직원들이 환하게 맞아주어서 간석4동 성당 떠날 때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헤어짐과 만남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자전거 여행을 할 때에도 오르막 언덕이 있어서 힘이 들지만 이렇게 오르면 신나게 내려오는 내리막도 반드시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서도 헤어짐을 통해 어려움을 겪지만 이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을 가져오기에 다시금 신나고 기쁘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감사할 수가 있는 것이지요.

부정적인 생각과 일들을 통해서도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이 세상의 관점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고, 항상 나의 기준을 주님께 맞추는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님을 알기 위한 노력이 늘 필요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어떤 할머니께서 독립기념관에 가셨습니다. 그런데 사람들과 함께 이곳저곳 구경을 하다 보니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마침 저쪽에 빈 의자 하나가 보입니다. 그래서 얼른 그 의자에 앉아서 편안하고 쉬고 계셨지요. 이렇게 의자에 앉는 할머니를 본 관리인이 얼른 할머니에게 다가와서 말씀하십니다.

“할머니, 이 의자는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앉으시던 의자에요. 여기 앉으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소리를 빽 지르시면서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이봐! 주인 오면 비켜 주면 될 거 아냐?”

할머니께서는 백범 김구 선생님을 잘 모르셨기 때문에(혹시 잘 듣지를 못했는지도) 이렇게 말했던 것이지요. 이는 우리들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즉, 주님을 잘 모른다면 주님께서 원하시는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정반대의 행동을 할 수밖에 없으며, 주님께서 약속하신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멸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늘 당신을 알기 위해 노력하기를 그리고 당신의 관점에 맞게 생활하기를 간절하게 요구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보물의 예화 역시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두지 마라......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사실 우리들은 주님을 잘 모르기에 세상의 보물에 더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행복을 내 것을 만들 수 없기에, 주님께서는 하늘의 보물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제는 주님을 잘 알도록 더욱 더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늘에 보물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주님의 충실한 일꾼이 될 수 있습니다.




행복이란 인생의 모든 경이로움을 받아들이고 이를 다시 따뜻한 마음으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새벽에만 여는 고물상(김제국, ‘행복한 동행’ 중에서)

우리 동네에는 아주 오래된 고물상이 있다. 상권 한가운데 떡 버티고 서 있는 이 고물상 탓에 도시 미관도 좋지 않고, 상권 형성에 방해가 된다며 근처 상인과 주민들의 불평이 대단했다.

이상하게도 고물상 문은 항상 닫혀 있었다. 쌓여 있는 고물의 양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장사를 하는 것은 분명한데 말이다. 새해를 맞아 집 정리를 하다가 창고에서 상당한 양의 헌책들을 발견한 나는 고물상에 그것들을 팔기로 했다. 굳게 닫힌 고물상 문에 쓰인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무뚝뚝한 말투의 주인 할아버지가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내일 새벽에 와!”

이튿날 새벽, 헌책을 들고 낑낑대며 고물상 앞에 가 보니 폐지며 고물을 수레에 잔뜩 싣고 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였다. 잠시 후 고물상 문이 삐거덕 열리더니, 주인 할아버지가 반갑게 사람들을 맞이했다. 나는 어서 헌책들을 팔고 추운 이곳을 벗어나려는 생각에 제일 먼저 입구로 향했다.

주인 할아버지는 내가 가져 온 책들의 무게를 재고는 때 묻은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었다. 무거운 것을 들고 이곳까지 왔는데, 단돈 만 원이라니... 문득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얼마나 받을지 궁금했다. 아까 보았던 할머니께 여쭈어 보니, 천 원짜리 세 장과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내밀었다. 할머니는 활짝 웃으시며 그래도 오늘은 삼천오백 원이나 벌었다며 기뻐했다. 나는 그런 할머니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나는 새벽에만 고물상을 여는 이유를 주인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는 한참을 침묵한 뒤 말문을 열었다.

“요즘은 개발붐이 불어서인지 이 고물상 부지를 사려는 사람들이 낮에 너무 많이 찾아와. 나도 힘들 때면 그냥 이 땅 팔고 편히 쉬고 싶은데, 열심히 사는 저 사람들 생각하면 그렇게 못해. 저 사람들에겐 이곳이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희망이거든.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나는 몰랐다. 그저 보기에 흉한 이 고물상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새벽부터 몸은 꽁꽁 얼어 움츠러들었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Destiny - Giovanni Marr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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