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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맺힌 것을 풀고 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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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엇이든지 땅에 매면 하늘에도 매여 있을 것이며, 땅에서 풀면 하늘에도 풀려 있을 것이다." (마태오 16,19)
아녜스 자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세를 받은 마리아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가정방문을 하려던 차라 그리로 먼저 가 보았다. 장례절차는 큰 언니가 다니는 성당에서 하겠다고 한다. 나의 관심사는 큰 딸 내외와의 갈등을 풀어내지 못한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우선 그 부분부터 알고자 했다. 자매님은 화해뿐만 아니라 성호경과 성가를 어설픈 몸짓으로 따라 하시기까지 했다고 한다. 떠나는 사람이나 남아있는 사람 모두가 마음의 짐을 벗었다고 생각하니 고맙기까지 했다.
며칠 전 어머니께서 곡기를 끊은지 여러 날이 되었다고, 대세를 부탁해와 다음날 자매님을 방문했다. 대세를 주고난 후 어머니께서 큰 언니와의 갈등을 겪고 있어서 손을 잡는 것도, 곁에 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 걱정을 했다. 말씀은 못하시더라도 알아듣기는 하셔서 귀엣말로 "마리아할머니 다 푸시고 가셔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떠나는 할머니도 남아있는 자제분 들도 마음이 편치 않으니까 꼭 풀고 가셔야 돼요!" 그렇게 말씀드리고 나서, 자매님께 언니와의 화해를 다시 시도해보라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었다.
많은 사람을 겪다보면, 오히려 가까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주고 받은 상처와 갈등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형제라도 너무나 다른 성격때문에 겪는 갈등. 성격과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겪는 부부간의 갈등.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는 모습은, 하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 인가를 알게 해 준다. 거기에다가 사회생활 안에서 겪는 갈등과 신앙인으로 공동체안에서 겪는 갈등까지 포함한다면, "갈등하는 인간이 아름답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갈등 속의 스트레스만 더 할 뿐이다. 한국인만이 갖고 있는 가슴속의 "한"이 병명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맺힌 것을 풀어야 하는 복음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정신건강을 위해서 풀고 살아야 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성격유형에 따라 네 탓(Psychotic)만 고집하는 사람 앞에 내 탓(Neurotic)만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마음의 병을 키우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별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내면으로 가슴앓이하는 상황을 적절하게 해소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때로는 생명이 다함을 알고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크나큰 복 이라고 생각된다. 그나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것을 종종 보아왔기에, 누구나 가끔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음을 느낀다.
흙으로 돌아가는 마리아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맺힌 것을 풀고 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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