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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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확성기…주민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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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cosma] 쪽지 캡슐

2007-08-27 ㅣ No.3029

새벽 3시에 확성기…주민들 속앓이
 
 
[한겨레   2007-08-26 20: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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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인근학교 자녀 교육에 해끼쳐”일부 주민들 “되레 반교육적”전문가 “제3자가 해결 바람직”

서울 노원구 공릉2동 군인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아무개(76)씨는 요즘 밤늦도록 잠을 청하지 못한다. 열대야 탓만은 아니다. 그는 “새벽 3시 반에도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 밤마다 잠을 잘 수가 없는데, 개인적으로 항의하면 싸움이 날까봐 참고 지낸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태릉성당이 지하에 납골당 건립을 추진하면서 불거진 주민들과의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이제는 한여름 ‘심야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다. 근처에 사는 김아무개(38)씨는 “납골당 설치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일부 주민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 “밤에 확성기까지 틀고 시위하는 데서 ‘님비’의 극명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릉2동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밤늦게까지 노래를 틀고 시끄럽게 해 민원 전화가 많이 온다”며 “많을 때는 하룻밤에 수십 통의 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옆 납골당 반대투쟁위원회’ 황규돈 위원장은 “항의하는 사람은 천주교 신자들이고, 방송을 틀어 시끄러울 수는 있지만 모두들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성당 인근에 공릉중·태릉초등학교 등이 있어, 납골당이 들어서면 자녀 교육에 해가 된다는 것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양아무개(21)씨는 “교육문제를 얘기하지만 납골당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히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걱정 때문”이라며 “‘옆에서 곡소리 나는 납골당이 있으면 아이들이 공부가 되겠냐’고 말하지만, 요즘 주민들이 보이는 모습이 오히려 반교육적”이라고 말했다. 태릉성당과 주민들 사이에는 몇년째 소송도 진행 중이다.

충남 공주시는 추모공원(화장장) 사업을 추진하다 주민들의 반발로 1년째 갈등을 겪고 있으며, 경기 용인시도 장례문화센터 건립을 놓고 주민들과 다투고 있다. 서울 화곡동의 아파트로 이전하려던 한 장애인 시설은 ‘아파트 값 하락과 장애인들에 의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보육교사인 변아무개(36)씨는 “간신히 주민들을 설득해 이전했지만 아직도 조심조심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장애인 복지시설 공사를 방해한 아파트 주민들에게 벌금형을 확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곳곳에서 인근에 이른바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둘러싼 극단적 대립이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가 얽힌 갈등을 풀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3년이 넘은 공릉2동의 분쟁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전문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조정자가 나서서 따져보는 게 바람직하다”며 “공권력에 의한 해결, 법에 의한 해결을 넘어서서 이해당사자들이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선임해서 푸는 대체적 분쟁해결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현웅 이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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