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9일 (토)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펌글] 그것이 궁금하다

스크랩 인쇄

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7-13 ㅣ No.6265

 

[박보균의 세상 탐사] 그것이 궁금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금강산 관광 주부 피살 사건을 그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쇠고기 촛불 시위 세력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그들은 순수했던 쇠고기 촛불을 반정부 ·반미 시위로 변질시켰다. 단계적이고 짜임새 있는 그들의 솜씨에 이명박 정권은 꼼짝없이 당했다. 그 세력의 핵심은 6년 전 효순·미선양의 안타까운 죽음 때부터 촛불을 들었다. 훈련 중 교통사고를 고의적 살인으로 몰아붙이면서 부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반미 극좌파인 그 들이 관광객의 죽음을 놓고 촛불을 들 수 있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 있을까. 다수 국민도 그런 긍금증에 빠졌을 것이다.


   금강산 경계 지역으로 들어갔다지만 관광객의 단순 실수다. 막대기도 들지 않은 비무장의 평범한 주부다. 군사 통제 지역의 민감성, 북한 체제의 경직성을 고려해도 야만적 총격이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은 국민의 식탁을 걱정하면서 한동안 거리로 나왔다. 이번에는 먹거리가 아니다. 한 생명의 충격적인 마감이다. 오늘 일요일 미사 때 사제단의 강론은 어떻게 펼쳐질까. 다수 국민도 그런 상념에 빠졌을 것이다. 이 사건은 촛불 시위 세력의 진정성과 실체를 아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피격 사망의 아픔 속에 거두는 소득이다.


   이 점도 알고 싶다. 이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은 이 사건으로 빛이 바랬다. 연설의 핵심은 남북한 전면적인 대화 제안이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 가기 50분 전쯤 사건 개요를 보고받았다. 하지만 총격 사망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화 재개를 역설했다. 왜 그랬을까.


   총격 사망 같은 사안이 알려지면 대북 제의는 엉망이 된다. 연설 때 생략하면 국민 안전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사건의 폭발성과 파장을 미리 따져보면 그런 관측은 당연하다. 그런데 연설을 강행했다. 시간 촉박으로 연설문을 바꿀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해명이다. 그러나 그 50분은 연설물을 수정, 보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다.


   이 대통령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총기 사망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그렇지만 나의 남북 대화 재개 의지는 분명하다”고 선언하든지, “사건의 진상을 파악한 뒤 대화 재개 정책을 발표 하겠다”고 예고하든지 했어야 마땅했다. 그랬다면 대북 정책의 대화 기조를 거론하면서도 당당하게 국민 안전을 중시한다는 평판을 얻을 수 있었다. 청와대 참모들이 받들어온 실용의 순발력은 정작 필요할 때 작동하지 않았다. 정치적 감수성은 낙제점이다. 국정 위기관리의 아마추어 분위기는 씻어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운이 없음을 아쉬워한다. 지난해에 비춰보면 그런 푸념은 그럴 만하다. 후보 시절엔 도덕성 검증문제로 시끄러워질 만하면 신정아다 탈레반이다 하여 한 건씩 터져주었다. 그런 절묘했던 행운의 급반전인가. 청와대는 국회 연설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총격 사망이 없었다면 역작이 될 만했다. 촛불 소용돌이에서 빠져 나오는 새 출발의 계기로 삼고자 했다. 그런데 돌발 악재가 생긴 것이다.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민주노총이 일어나고 좌파가 일어나고 반미세력이 일어날 거예요”라고 말했다. 촛불시위에 비춰보면 정확한 예언이다. 이 대통령은 압도적 대선 승리에 취해 그런 판단을 잊어버렸다. 이제는 저항 세력의 존재를 실감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념의 시대는 지나갔다”(3·1절 기념사)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이 얼마나 둔감하고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분쟁의 한쪽엔 격렬한 좌우 이념 대치가 있었다. 통치의 우선 목표는 이념 갈등과 반목의 최소화다. 그러나 ‘지나갔다’는 식의 발언을 되풀이하면 현실 외면이나 위선이 된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삶을 회고할 때면 “역경에 맞닥뜨릴 때 밑바닥에 반전의 힘도 함께 흐른다.”고 말했다. 국정에 있어 반전은 정확한 현실 진단에서 출발한다. 원칙과 일관성 있는 리더십만이 그걸 보장한다.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209

추천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