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
(녹) 연중 제12주간 수요일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그리우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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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20joolid] 쪽지 캡슐

2013-01-18 ㅣ No.1807

교회
“강서야, 폭력 앞에서 간절히 평화를 빌던 그분들이 오셨다”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최강서 열사 추모제와 미사 봉헌
한상봉 기자  |  isu@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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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17  11: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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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봉 기자

'한진노동자와 함께 하는 정의와 희망을 여는 미사'가
1월 16일 수요일 김준한 신부(부산교구) 주례로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봉헌되었다.
이날 미사에는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노동사목위원회에서 주관했으며.
부산교구 사제들과 서울대교구 박동호 신부와 인천교구 장동훈 신부 등 전국에서 찾아온
20여 명의 사제가 공동집전했다.

이날 미사에 앞서 열린 추모제에서 한진 측의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309일간 고공 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고(故) 최강서 씨를 향한 추모사를 낭독했다.
김 지도위원은 “네가 그렇게 기다리던 분들이 이렇게 많이 오셨다”면서
“가장 폭력적인 자들 앞에서 간절하게 평화를 빌던 그분들이,
가장 야만적인 자들 앞에서 우리가 옳다는 걸 따뜻한 눈빛으로 일깨워주시던 그분들이 오셨다”며 눈물을 삼켰다.

김 지도위원은 최 씨가 매주 한진중공업 본사 앞 수요미사가 있는 날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며
“다시 수요일이 왔으니 꽁꽁 얼어있는 네 몸이 따뜻하게 녹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최 씨의 시신은 27일째 냉동실에 있다. 최 씨의 가족과 동료들은
최 씨가 유서에 남긴 “민주노조 사수, 158억 원 손배 가압류 철회”를 이룰 때까지 고인의 장례를 미루겠다고 밝혔다.

   
▲ 김진숙 지도위원은 최강서가 항상 수요미사를 기다려왔다며, 냉동고에 안치된 최강서의 마음이 따듯해지길 기원했다.ⓒ한상봉 기자

김 지도위원은 최 씨가 원했던 것은 “퇴근 후 아이들과 된장찌개 끓는 밥상에 둘러앉는 평화”였지만
“폭력을 휘두르던 용역깡패들, 돈으로 폭력을 사들인 한진 자본, 폭력의 하수인이었던 경찰 앞에서
평화는 서럽고 무력했다”고 분노를 토했다.
김 지도위원은 “네가 있어 우린 포기하지도, 무너지지도 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자신을 던져 모두를 살리고자 했던 강서가 저에겐 예수”라고 고백했다.

이날 강론에서 이동화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긴 어둠 속에 사라진 우리의 동지들을 오늘 우리 곁으로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맞잡는 손”이라며 연대를 강조했다.

이 신부는 “요셉과 출산이 임박한 마리아에게 예루살렘의 성전도 따뜻한 환대를 베풀지 않았고,
로마 총독부도 그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았고,
시장의 풍요로움도 그들에게 작은 자리 하나 베풀지 않았다”며 마구간이 전부였던
그날 밤의 가난한 아기를 맞이한 사람은 “어둡고 바람 찬 밤에도
들판에서 양 떼를 지켜야 하는 고달픈 일을 하는 양치기들이었다”고 말했다.

   
▲ 이동화 신부는 노동열사들을 죽음에서 부활시킬 수 있는 힘은 연대라고 강조했다. ⓒ한상봉 기자

이 신부는 따라서 그날 밤은 “많은 사람이 노래 부르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아니라,
권력이 사람들을 보금자리에서 내쫓은 밤”이었고,
세상의 비정과 메마름이 우리 가운데 드러난 밤,
보이고 싶지 않았던 우리의 외면과 무관심이 모든 이 앞에서 까발려지는 그런 밤이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하루 이틀 사이 세상을 떠난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의 최강서 씨,
현대중공업 하청 해고노동자 고(故) 이운남 씨,
한국외국어대 노동조합지부장 고(故) 이호일 씨를 언급하며,
이들은 “세상의 비정함과 우리의 이기심 때문에 예루살렘 변두리 너머 저 어둠 속으로 쫓겨난 이들”이라 말했다.
이동하 신부는 “우리가 바람찬 날의 목동이 될 때,
우리가 피난길의 마리아와 요셉이 될 때, 아침이 올 것”이며
“가장 낮은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가장 작은 이들이 서로 어깨를 걸 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걸어갈 때, 어둠은 가고 아침이 온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민중연대 공동대표 안하원 목사(새날교회)는
“그리스도가 있는 곳에 교회가 있다”며 “예수님은 억울하게 죽은 이들 가운데,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가운데, 시대의 아픔이 있는 곳에 계시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예수님이 어디에 계실까 찾아보고, 그 현장에 가면 늘 그곳엔 신부님들이 계셨다”며
“이것이야말로 진짜 살아있는 교회”라고 전했다.

최강서 씨와 오랫동안 교분을 나누었던 서영섭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는
현수막에 새겨진 최 씨의 사진이 낯설다며
“최강서 씨는 내가 한진에 올 때면 늘 달려와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서 신부는 “이름을 불러 그리우면 사랑”이라며,
‘사랑하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게 “우리는 권력을 믿은 적이 없다.
믿는 것은 정의와 평화이고, 이 정의와 평화를 위해 끝까지 함께 할 테니 힘을 내자”고 격려했다.

   
▲ 오랫동안 한진 중공업 노동자들을 위한 미사를 지켜왔던 서영섭 신부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한상봉





***  그리우면 사랑이라지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저희는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따뜻한 곳의 잠자리에서 잘 잤습니다. 죄송합니다. 눈물을 흘린들 무슨 소용일까요.

부디 평화 속에 잠드시기를 빕니다.  너무 오래 냉동고에 계시지 않게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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