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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속물 아줌마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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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kyoung60] 쪽지 캡슐

2004-03-28 ㅣ No.15771

♥ 찬미예수 ♥

 

* 자유게시판이라 글을 올립니다. 적절치 않다고 생각되시면 삭제하셔도 됩니다.

 

저는 며칠 전 큰 일을 저질렀습니다.

 

바로 3월 20일 지난 일요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 갔을 때 땅바닥에 떨어진 탄핵무효, 민주수호 구호가 적인 종이 두장을 주어서 집 앞 베란다 유리창에 붙인 것입니다. 한 면은 민주수호, 다른 면은 탄핵무효가 보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리고 탄핵무효라고 조그만 빨간 스티커는 현관문 인터폰 아래 붙여놓았습니다. 우리 집을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제가 이 나이에 이렇게 용기를 내어 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도록 만드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저는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나를 움직이는 것은 예전에 이루지 못한 아쉬움 아니 한맺힘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대학교 3학년 봄에 휴교가 먼저 되고 다음 수순으로 전두환의 광주학살이 있었습니다. 그 전에 우리는 전두환이 정권을 잡으려고 온갖 술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 거의 매일 데모를 했습니다. ‘전두환이 물러나라 울라울라’를 수도 없이 외쳤습니다. 하지만 전두환은 정권을 잡고 3학년 2학기에 학교는 개강을 했지만 학교 안은 살벌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사복경찰과 친정권학생회가 이미 판을 깔고 있었고, 모이면 수군수군 대면서 광주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학생과 맞다는 학생이 서로 주먹다짐까지 했지요. 지금처럼 인터넷세상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4학년 때 일입니다. 학교 도서관 시계탑에서 사학과 동기가 ‘전두환이 물러나라. 광주학살 규명하라’라고 구호를 외치다가 사복경찰관들에게 사지를 잡혀 끌려나왔습니다. 나쁜 놈들이 엎드려 놓고 사지를 잡은 것입니다. 끌려가면서도 그 동기는 시뻘건 얼굴을 들어 계속 외쳤습니다. 그러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하면서 층계 앞에 서있던 저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했습니다. 사복경찰관을 뜯어 말리면서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못했습니다. 그날 술 엄청 먹었습니다. 울면서 나는 비겁자다, 나는 배신자다 해가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정말 못난 비겁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졸업할 때까지 친구들과 서로서로 못난 비겁자임을 자인하고 자포자기 하면서 기가 죽어 살았습니다. 애꿎은 술만 많이 퍼먹었지요. 감옥 가는 것이 무서워... 데모하다가 인생 망치는 것이 아닌가 겁이 나서 아무 말 못하고 그렇게 한 맺힌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이런 걱정하면서 집회나오시는 대학생은 없으시지요? 세상 참 좋아진 것이지요.

 

대학 졸업하고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서 87 민주항쟁이 터졌습니다. 그 때 저의 제일 첫 희망은 살인마 전두환을 사형 집행시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세력의 분열로 다시 친일파, 3공, 5공 세력들이 큰소리 팡팡 치며 세상과 정치판을 주물럭거리면서 나오자 너무 실망한 나머지 정치는 꼴도 보기 싫다며 등을 돌렸습니다.

 

그 때 이루지 못한 민주화, 껍질만 이루어지고 알맹인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은 덜 된 민주화로 인하여 마음이 얼마나 갑갑했으면 정치 쪽은 ‘아예 더러운 물이다’라고 생각하고 ‘그놈이 다 그놈이야’라는 냉소적이 생각만이 가득 찼었습니다.

 

그러다 아이 낳고, 키우면서 누군가가 민주화를 이루어주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이제 구시대니까.. 뭐 아줌마가 뭐를 할 수 있겠어.. 젊은 아이들이 있는데.... 나는 그전 내 아이들 잘 키우고 내 남편 건강하게 오래 오래 직장생활해서 행복하게 살면 그뿐이지....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속물처럼 살다가 이번의 탄핵 가결을 보고 제 마음이 뒤집어 졌습니다.

 

전두환이 국민을 칼과 총과 조중동의 힘으로 국민을 협박하여 정권을 잡았을 때 전두환의 머리 속에는 국민도 없고 나라도 없고 오직 권력만 있었습니다. 지금 의회가 탄핵가결을 한 것도 아무리 합법적 행위다라고 부르짖어도 똑 같다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들 머리 속에는 국민도 없고 나라 경제도 체면도 없고 오로지 뱃지에 대한 탐욕만이 있었던 것입니다.

 

‘점점 사회는 발전하고 국민들의 의식은 진보하여 완전한 민주화는 언젠가는 달성될 거야. 또 너무 갑자기 혁명처럼 달성되는 것 보다는 이렇게 천천히 달성되는 것이 좋은 것일지도 몰라’ 하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인지요.

 

1987년 뿌리 뽑지 못한 비 민주화의 잔재들이 언제라도 합법적인 힘으로 민주화를 역류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비민주화 잔당들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뿌리 뽑아야만 내 자녀의 세대에서까지도 일어날 수 있는 비민주화로의 회귀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 KBS 대토론을 보니 김영선 의원이 말을 하다가 말더군요. 30-40대 6월 민중항쟁에 참여했던 세대들이 사회적 학습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지내다가 그 시대의 한풀이를 하듯 집회에 참여한다고 말입니다. 말 뒤를 얼버무렸지만 대충 그런 내용임을 알아들을 수 있었지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저는 그 시절 이루지 못한 민주화를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확신하여 행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저를 움직이도록 용기를 준 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입니다.

 

촛불 집회에서, 각종 글에서 보여지는 국민들의 뜨거운 마음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분출되는 민주화의 열기입니다. 강하면서도 신이 나는 참된 의지의 표현이 저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무임승차 하기 싫어서 촛불집회 나오신 다는 30대 아저씨!

 

학창시절, 감옥가고, 고문당하고 퇴학당한 친구들의 빚을 갚으러 촛불집회에 나오신다는 46세 아저씨!!!

 

훌라후프에 4월 15일은 쓰레기 분리 수거의 날이라고 쓴 글귀와 빗자루를 매달고 나오신 아저씨.

 

혼자 조용히 앉아 계시다가 옆에 앉은 제가 하는 혼잣말로 ‘양초가 다 떨어져가네’라는 말을 듣고 얼른 서류가방에서 상자 채 사오신 초를 주신 30대 직장인.

 

이 자리에 나온 사람은 이태백, 사오정만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빈박스에 명함을 수집하는 어여쁜 아가씨.

 

날씨가 추워지자 어린 딸을 자신의 잠바 속에 넣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던 젊은 아빠. 엄마... 그들 모두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말 간절한 민주화의 열기가 저를 이렇게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야 말로 끝까지 있는 힘을 다해 민주화를 밀어 붙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탄핵을 철회한다’고 , ‘탄핵 가결을 사과한다’고, ‘대표를 그만두겠다’고 하는 그런 유혹에 마음이 흔들려서 고삐를 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옛날처럼 우리 손에 들어왔던 보석같은 민주화가 더러운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내 손에 꼭 쥐고 또 쥐고 수 천 번을 들여다보아도 그냥 내 안에 있을 수 있도록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로 대규모 촛불 집회는 끝이 났습니다. 명동성당에서 조그마하게 자리를 마련하여 촛불집회의 뜻을 이어간다고 합니다. 이제 국민들의 그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싶어도 느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간절한 마음은 아직도 한가지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탄핵무효, 민주수호로 말입니다.   

 

저는 이제 저희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제 촛불집회에서 연사로 나오신 40대 아줌마의 말이 제 가슴에 와 닿습니다. 참여하지 않는 자는 결과에 대하여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하셨지요.

 

이제 저희가 꼭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될 것은 바로 투표입니다. 특히 20대 30대 젊은 분들의 한 장의 투표가 정말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희들은 이미 지나가버리는 세대입니다. 젊은 분들은 앞으로 다가오는 세대입니다. 민주화된 한국은 40대 50대의 한을 풀어주기는 하겠지만 우리는 누릴 날이 많지 않습니다. 젊은 분들에게는 민주화의 한국은 우리처럼 비겁하고 울분 넘치는 치사한 인생을 살지 않아도 되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카토릭 신자 여러분 !!! 우리 카토릭신자들은 세상이 불의에 있을 때 정의로 가는 길에 무엇인가를 행동으로 옮겨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해야할 행동을을 잊지 맙시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4월 15일 자신의 마음을 담아 꼭 투표합시다.  화이팅!!!

 

* 참고 : 이 글이 맘에 드신다면 마구 퍼다가 아는 사람에게 다 날라다 주세요. 퍼날라도 된다고 허용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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